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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올해 맛있게 먹은 것들: 미분당, 김싸김밥, 우리집김밥, 울랄라고릴라 etc.

일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꼽으라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미분당을 꼽을 것이다. 일산에는 미분당이 두 곳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곳은 마두점. 대화점은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고 들어가보진 못했다. 한 번 발을 디딘다면 대화점도 좋아하게 되겠지. 

 

미분당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이미 블로그에서 여러 번 했는데(이때, 또 이때) 또 해도 아깝지 않으므로 오늘 또 한다. 올해도 미분당에 갔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백신 2차 맞기 전날 며칠간 아플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미분당을 찾았다. 사실은 힘줄을 먹고 싶었지만 힘줄이 이미 매진이었어서 가장 무난한 차돌박이를 주문했다.

 

가게 밖 키오스크에서 먼저 주문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미분당 메뉴. 힘줄은 먹기 힘들다ㅠㅠ
입구의 안내판들. 브레이크 타임이 두 시간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됨. 포장도 가능한데 한 번도 안해봤다. 나오자마자 바로 먹는 그 맛이 좋은 거니까.

힘줄 먹고 싶었는데ㅠㅠ 하는 마음은 눈앞에 나타난 차돌박이 쌀국수를 보자마자 사라졌다. 아니 왜이렇게 맛있게 생기고 난리야ㅠㅠㅠㅠㅠㅠㅠ 고수를 부탁드려서 팍팍 넣어 먹었다.

 

보통 처음에는 앞접시에 면을 덜어서 소스와 함께 먹는다.
아니 왜이렇게 맛있게 생기고 난리야 진짜22222222
나는 고수도 잘먹으니까!!!!!!! (도대체 가리는 게 뭐냐 나새끼) 아주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고수를 왜 안먹는지 잘 모르겠음...

여름 휴가 때는 오랜만에 김싸김밥도 먹었다ㅠㅠㅠㅠㅠ 김싸김밥 너무 좋아한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가까이 있으면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그날의 점심으로 한줄씩 사가고 싶은 심정. 매일 점심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다 싶을 만큼 맛있다. 뭐 기본적으로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까.

 

밤중에 동네 산책겸 주엽역 쪽으로 걷다가 김싸김밥 앞을 지나갔는데, 지난 겨울 휴가 때 김싸김밥을 못먹었다는 게 떠오르면서 '아 내일 꼭 먹어야지'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나는 먹는 것에 대한 호오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가리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런 마음이 드는 적은 매우 드물다.) 아홉시부터 일곱시란 말이지 음... 하고 메뉴를 한장 찍은 뒤,

 

즐거운 마음으로 김싸김밥에 갔는데!!!!!!!!!
하필이면 딱 시간이 두시 반이었고!!!!!!!! 브레이크 타임에 딱 걸려버렸고!!!!!!!!!!!!!!!!!!!!

집이랑 김싸김밥이 가깝기는 했지만 이날도 덥디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왠지 집에 들어가면 밖에 다시 나오기가 너무 싫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주엽-대화 쪽으로 산책하고 돌아옴. 중간에 다이소도 들렀다가... (사실 다이소에서 시간을 엄청 썼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세시 반 맞춰 다시 김싸김밥으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김밥이 있긴 있지만 사실 제일 맛있는 건 기본 김밥인 '김싸김밥'이다. 저 산더미처럼 쌓인 유부가 김싸김밥 맛의 포인트.
유부를 지나 저쪽에 또 차곡차곡 쌓인 계란 지단을 바라보며 김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커다란 보온통에는 '국물'이 가득 들어있다. 김밥을 포장해가면서 국물도 셀프포장해가면 됨.

김싸김밥이 제일 맛있기는 하지만 참치김밥과 더블치즈김밥도 하나씩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받아서 바로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다섯 줄을 싸들고 와서 엄마와 조카와 동생과 나눠먹었다. 아래 사진의 손은 아직 주름이 없는 손=조카 손ㅋㅋㅋㅋㅋ

 

이렇게 종이에 싸주시는 것도 좋다. 은박지에 싸주는 것보다 덜 마음이 불편하다.
포장을 깐 뒤에는 열심히 먹느라곸ㅋㅋㅋㅋㅋ 김밥 사진 없음. 그저 이 흔적뿐...

김싸김밥을 먹고 나니 당연히 우리집김밥이 먹고 싶어져섴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람 마음 절레절레. 우리집김밥도 다녀왔다. 사실 올해는 직장 근처에 있는 정성한줄과 서가원의 김밥을 가장 많이 먹고 있으며 정성한줄과 서가원의 김밥도 맛있지만 역시 김싸김밥과 우리집김밥이 일등이다. 이 둘에 견줄 만한 김밥은 아직 없다.

 

이거슨 우리집김밥의 메뉴판. 우리집김밥의 김밥 메뉴는 김싸김밥보다 더 많음. 충무김밥도 있다! 
찍은 지 삼십 년은 된 것 같은ㅋㅋㅋㅋㅋ 음식 사진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집김밥은 홀이 있기 때문에 라면이나 짜장면도 먹어봤었다. 요런 1인용 식탁이 있기에 나중에 여기서 혼자 먹어볼까 생각함. (아직 실천에 옮기진 않음)

우리집김밥에도 여러 김밥들이 있지만 제일 맛있는 건 기본인 야채김밥ㅋㅋㅋㅋ 우리집김밥도 김싸김밥도 '가장 기본'인 김밥이 제일 맛있다는 게 참 묘하다. 보통은 참치김밥이나 치즈김밥이 김밥집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인데. 하지만 야채김밥만 주문하긴 좀 그래서(왠지 좀 그렇다) 참치김밥과 치즈김밥을 함께 주문함. 치즈김밥 주문할 때마다 언제 햄치즈김밥도 주문해봐야지 생각하는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네 으잉.

 

예전에는 스티로폼 용기에 '마카로니를 마요네즈에 무친 반찬'+'단무지'+'김밥'을 세트처럼 담아주셨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은박지에 포장해 주신다. 마카로니가 별미였는데 아쉽다. 은박지 포장은 종이 포장보다 마음이 좀더 불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맛있는 건 사실이다. 안 먹으면 서운한 맛. 워낙 오래 먹어서 익숙하기 때문에 맛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얘도 포장을 까자마자 바로 먹어야되는데 이렇게라도 찍은 게 용하닼ㅋㅋㅋㅋㅋ 단면 사진 찍을 시간에 먹는 사람=나.

 

요렇게 세 가지 메뉴로 끝내면 그냥 기존에 좋아하던 것들을 올해도 여전히 좋아했다-는 결론이 도출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울랄라고릴라를 덧붙일 것이기 때문.

 

울랄라고릴라는 커리전문점이다. 꽤 오래된 식당이다. 라페스타 뒷쪽, 홈플러스 옆쪽에 있다. 지도를 붙이면 이렇다.

 

저 빨간 동그라미가 울랄라고릴라=고릴라카레의 위치.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위치해 있는 터라 볼 때마다 언젠가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옛날 일인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집 근처에 있는 식당들은 집 근처가 아닌 식당보다 더 가지 않게 된다.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되는데 뭘 굳이...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기 때문. 그러다보니 울랄라고릴라도 늘 스쳐만 갔었다. 커리와 카레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도.

 

그러다가 한 주 내내 잔뜩 찌들어서 '하 이번주 금요일에는 퇴근길에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이번주의 이 패배감이 사라지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8월말, 드디어 고릴라에 첫 발을 내딛었다. 결심(?!?!?!)했던 것처럼 8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바로 이 곳. 가게 앞에는 커다란 고릴라 인형이 놓여 있다. 코로나 시대의 고릴라라 마스크를 착용함. 슬픈 일이라고 해야겠지;
가게에 들어갔더니 저 '비건 커리'라는 문구가 제일 눈에 띄었고
3분냉장커리팩-비건커리-맛있고편리하고건강한커리팩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울랄라고릴라의 커리 메뉴들. 다들 맛있어보여서 고르기가 힘들었다만 이날은 고기가 별로 땡기지 않아서 하루야채커리와 1976서울커리 중 하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트메뉴에도 눈길이 갔지만 새우튀김이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은 패스. 하지만 이렇게 사진을 보고 있으니 다음에는 정글커리+계란후라이+새우튀김+고로케+순살치킨을 호기롭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닼ㅋㅋㅋㅋㅋ
위쪽의 덮밥들에는 별 관심이 안 갔고, 토핑 메뉴에는 매우 관심이 갔다. 

 

하루야채커리를 먹을까 1976서울커리를 먹을까 무엇을 먹을까요 알아맞혀 봅시다를 하다가 결국은 하루야채커리+감자고로케로 선택했다. 고로케는 언제나 좋아하는 메뉴. 그린믹스도 매력적이었지만 하루야채커리를 주문했는데 굳이 구운 야채를 또 주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인스턴트식품은 줄이고 신선식품을 많이 드세요'라는 문구를 찔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요렇게 세팅된 테이블에서 단연 눈에 띄는 '매운맛가루'.
이 맛가루를 커리 먹으면서 3번 6번 10번 뿌려먹었는데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따로 사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그리고!!! 도착한 하루야채커리+고로케 >_<
내가 음식 사진을 좀더 맛깔스럽게 잘 찍는 사람이라면 이 음식의 맛있음이 더 전해지겠지만 저는 그런 재주 따위 없는 사람... 사진을 두 번 올리는 건 두 번 찍었기 때문.

 

힘든 한 주를 보내고 간 거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맛있는 커리였다. 매운맛가루를 조금씩 더해가며 점점 매운맛을 만들어 먹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나의 커리를 여러 맛으로 먹을 수 있으니까. 덕분에 나는 일주일 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씻어버릴 수 있었고 망할놈의 직장 따위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 맛있는 거 찾아먹기라도 하면서 기운을 낼 것이다!!!!!!! 라는 기분으로 귀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약속이 생겼을 때 또 가서 이번엔 마늘칩을 추가해 먹었다. 마늘칩은 커리의 좋은 단짝이니까!!!!!!!!!!!!!!!!!

배불리 먹고 귀가하기 전, 또다시 찍어본 가게 간판. 이렇게 일산에 좋아하는 식당이 하나 더 생기고...!!!!!

올해가 가기 전에 김싸김밥도 우리집김밥도 미분당도 울랄라고릴라도 다시 한 번씩 가서 김싸김밥과 야채김밥과 쌀국수와 커리를 챱챱 먹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 넷 다 안된다면 음... 겨울이니까, 아무래도 미분당을 1순위로 놓아야겠닼ㅋㅋㅋㅋ

 

얼마 전 김연수소설가님 동네책방 강연에 갔을 때 소설가님께서 '일산은 이야기가 없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곳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물론 워딩이 딱 저대로는 아니었지만;;;) 매우 동감한다. 처음 이사와 살던 때는 되게 남의 동네 같았고, 내게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들은 다 서울에만 있는 것 같았는데. 어딜 가도 그곳이 그곳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재미 없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일산에 좋아하는 식당이 생기고 좋아하는 가게가 생기고 좋아하는 길이 생기고 좋아하는 빵집이 생기고... 그러면서 그곳에 얽힌 좋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에 기록되는 게 신기하고 신비롭다.

 

앞으로는 또 어떤 곳에서, 맛있는 무언가를 만나고, 따뜻한 기억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이게 끝일까봐) 걱정되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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