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여름 (2)

2021. 11. 29. 23:11흐르는 강/이즈음에

사실 봄에는 많이 지쳐 있었던 터라 이런 식의 테스트들을 장난삼아(-_-) 해도 이런 류의 결과가 나왔었다.

근데 사실 나는 평소에도 나를 건드리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 인간이며(나를 좋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을 먼저 좋게 만드는 성격ㅋㅋㅋㅋ) 세상에 대한 환멸에 늘 가득차 있는 인간이긴 하다.

봄에 줄드가 공연을 재개하면서 아 이제 좀 살맛이 나려나 했는데 좀 가볼만하면 직장에서 확진자가 생기고 코로나 검사를 받을 일이 생기고 상황이 불안하고…해서 사실 많이 못 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차라리 공연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있는 공연을 갈 수 없으니 더 속상했다. 망알롬의 코로나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 박재정이 놀면뭐하니에 나오면서부터 사는 데 윤기가 좀 돌기 시작했다. MSG워너비 메인보컬로 박재정 제발 뽑아주세요 제발제발제발……………………………하면서 매주 토요일 MBC에 채널을 맞추고 엄청 열심히 봤다. 박재정 노래 잘하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서 좋았고 M.O.M의 음원 성적이 다 좋아서 아주 기뻤다. 심지어 팀 이름도 M.O.M이라니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이 상황을 박재정이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음악 활동에 매진한다는 게 기뻤다. 연초에 미스틱과의 계약 만료됐을 때만 해도 박재정 이제 노래 못하면 어쩌지ㅠㅠㅠㅠ 하며 슬퍼했었는데 이렇게 일이 잘풀리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스틱 도대체 일을 얼마나 못했던 거야😠😠😠😠😠😠😠😠😠😠

한동안 박재정이 팬들 댓글에 좋아요 해줘서 팬들 모두 행복의 나날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보통 저 파란하트 열개씩을 달곤 했는데 박재정이 파란하트를 좋아한다고 해서 혼자 또 기분 좋았다. 여튼간 고마워요 재정씨 흑흑흑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동네 여기저기를 산책하면서 블로그와는 거리가 멀어져버렸고 남들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사진들을 '그날 그 길에서의 기억'이라는 이유로 남기기 시작함. 늙으면 꽃 사진 찍는다는 얘기가 내 얘긴가 하면서 나이먹음을 실감하였다. 점점 인간을 안 찍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평소에는 직장에서 좀 찍었는데 올해는 직장에서도 사진 찍을 일이 영 없다보니. 내년에는 생기려나 으음😐

이 꽃이 양귀비라는 것도 올해가 되어서야 알았다. 다른 필터를 썼더니 이렇게 색깔이 다를 줄이야.

올해 호수공원을 돌아다닌 시간이 이제까지 10+n년 동안 호수공원을 돌아다닌 시간보다 훨씬 많다.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근데 호수공원뿐만이 아니다. 일산에서 꽤 오랜 시간을 살았는데(이제 몇년 지나면 서울에서 살던 시간보다 일산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질 판이다 휴.............늙어가지고 진짴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늘 익숙한 집 주변이나 직장 주변만 왔다갔다하면서 살았단 말이다. 올해처럼 이곳저곳을 다양하게 돌아다닌 적이 없다.

 

킨텍스 주변에 커다란 단지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동네가 생기기도 해서,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길의 모습을 눈에 익혔다. 그렇게 뚫은 산책로 중 하나는 킨텍스쪽으로 가는 길이고, 또다른 하나는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힐스테이트 단지 뒷쪽 공원을 지나 수변공원길을 돌아오는 길. 둘다 밤에 많이 다녔다.

왼쪽이 킨텍스 원시티...라고 해야 하나. 여튼간 이 단지 자체가 봐도봐도 신기하다. 허허벌판이었던 기억이 너무 강하다ㅠㅠ 오른쪽은 EBS 뒷쪽 안골공원(이라는 이름이 맞는지 사실 잘 모르겠음;) 중간에 있는 대형 육교. 밤에 이 육교가 꽤 예쁘다.
육교에 올라가면 이렇게 주변 단지들이 쫙 보인다. 개들이 산책을 많이 온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ㅋㅋㅋ
이게 바로 그 육교. 육교 위에 올라가면 바이킹을 탄 것 같은 기분도 든다ㄷㄷㄷ

신나게 걷던 어느날은 늘 머나먼 곳처럼 여겼던 대화마을까지 걸어가보기도 했다. 킨텍스 지나 한내초 지나 대화고 지나 대송중 지나 한참을 가다보니 평생 있는지도 몰랐던 대화농업체험공원에 도착해서 스스로도 당황함😰 아니 나자신 도대체 어디까지 온거지 했는데 나중에 카카오맵으로 확인해보니 겨우(????) 고양체육관 근처였다. 이성을 되찾고 나서 생각해보니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 길이 대화마을 가는 길보다 훨씬 먼 것이었다. 지난번 직장은 더 멀곸ㅋㅋㅋㅋㅋㅋㅋ 대화마을 실로 가까운 곳이었어 휴…

 

대화농업체험공원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이런 광경이 펼쳐져있어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깜짝놀랐다. 이날 완전 환한 낮에 간 거라 신기한 기분이었는데 밤에 갔으면 뭔가 좀 으스스했을듯. 막 소가 목 돌리고 소랑 눈마주치고…
이렇게 벼를 베고 새끼를 꼬는 모습들을 재현해놓아서 공부하러 가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가면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8월의 태양 아래서 수세미와 호박이 익어가고 있었다. 지금이야 뭐, 흔적도 안 남아 있겠지.
워낙 맑은 날이었어서 돌아오는 길에 대화천 사진을 찍었다. 전 직장 팀원과 오랜만에 통화하며 돌아오던 길 :)

어떤 맑은 날은 한류월드로(이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를 지나 월드고양로(이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22222222)를 쭉 따라 걷다가 한울교에 도착해 한동안 수변공원 근처를 빙빙 돌기도 하고. 쌉소리지만 이때 박근혜 사면의 메시지를 담은 우리공화당 포스터를 길에서 엄청 많이 봤었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하는 기분이었네.

 

건물 보면서 당연히 승열오라버니 생각을 하고............아 오빠 진짜 보고싶다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이날 하늘도 진짜... 지금 봐도 너무 좋으네.
 이 여름의 초록색도 너무 좋구나ㅠㅠ 사진만 보면 어딘가 시골에 다녀온 것 같지만 절대 아님. 일산 EBS 건물 뒷쪽일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돌아오는 길에 호수공원에서.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줬더니 호수공원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진짜 호수공원 맞음.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액체화해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어느 날엔 일거리를 싸들고 아람누리도서관엘 갔다. 근데 도서관도 더워섴ㅋㅋㅋㅋㅋㅋ 실망하고 돌아옴. 대신 환경과 관련된 섹션이 2층에 마련되어 있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으며 사진을 찍었더랬다. 금방 없어질 줄 알고 찍었는데 아직까지 저 섹션이 있음. 중요한 내용이니까 오래오래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람사르 협약에 대한 내용과 탄소중립에 대한 내용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북 큐레이션도 비교적 잘 되어 있음.

여기저기 걷다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일산역 쪽으로 한정없이 걷던 어느 날엔 학교다닐 때 동네에서 보고 못 본 것 같은 도서대여점을 발견하고 나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하는 기분에 혼란스러웠닼ㅋㅋㅋㅋ 심지어 대여점 앞에 2002년 즈음에나 본 것 같은 김남일 포스터가 걸려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임머신 스팟인가😲

그날의 하늘, 그리고 그 도서대여점. 심지어 간판이 엄청 오래된 느낌도 아니라는 게 더 충격. (근데 안의 풍경은 너무나 90년대) 그리고 시선강탈하는 김남일 포스터…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트레이더스 쪽으로 걸어가던 어느날은 소노캄 앞에서 핑크스파이더스 버스를 발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가 올림픽 배구의 여운이 한참 짙게 남아 있던 떠라 눈이 번쩍 뜨였다. 심지어 저 거미는 너무 귀여운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핑크 스파이커스인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가느다란 다리로 공을 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냔 말입니다.
이 버스가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그후로도 알아내지 못했다.

근데 사실 7, 8월에는 10시 반 이후에 호수공원을 간 적이 그 이전에 간 적보다 더 많은 것 같다. 7시부터 8시 반 정도까지는 사람이 미친듯이 많았고 10시까지는 좀 빠지기 시작했어서. 10시 반 이후가 되면 확실히 걷는 사람이 드물어졌었다. 대신 여기저기서 술마시는 사람들이 미친듯이 많아섴ㅋㅋㅋㅋ 도대체 고양시 무엇을 하는 것인가 방역수칙을 여기저기서 시민들이 미친듯이 어기고 있는데💀💀💀💀 하며 혼자 매우 분개함.

 

특히 좋았던 건 비오는 밤에 우산을 들고 혼자 호수공원을 걷던 기억. 밤도 좋고 비도 좋지만 더운 건 싫은데 좋은 것만 남아있고 싫은 건 사라져버린 시간이라 너무 좋았다. 번개가 치는데도 우산을 쓰고 나갔었음.

 

이날은 비가 안 온 날이지만ㅋ

그알싫과 요팟시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는 화, 목, 금요일에는 시간 맞춰 에피소드를 다운받아놓고 밤에 산책하며 들었다. 여름 내내 그랬더니 익숙해져서 지금도 예전처럼 에피소드를 다운받자마자 듣지 않는다. 미리 다운받아놓고 산책할 때 듣는다.

윤세민에디터가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 대해 얘기하는 방송을 들으며 '그렇지 요즘 젊은이들(????????????)은 대우가 뭔지 모르겠지...' 하고 있는데 눈앞에 '대우' 글자가 반짝거리는 걸 발견하고 당황하기도 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 포돌이 옆의 포순이가 바지를 입고 있는 그림을 발견하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아니 포순이 언제 이렇게 바지를 입었어ㅠㅠ 잘했어 포순아ㅠㅠㅠㅠㅠ
비를 맞으며 아람누리에 갔던 어느날은 오랜만에 노루목야외극장 뒷쪽까지 가보고 아 여기서 오라버니가 공연하시면 엄청 좋겠다ㅠㅠㅠㅠ고 생각함. 그 마음 지금도 진심입니다. 오라버니 생각 없으신가요...?????
그 여름에 이 두 편의 시가 내게 위로를 주었다. 시름을 푸른 강물에 풍덩 빠뜨려 삭아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주문하며 이름도 마음도 없는 돌멩이에 대한 부러움을 가라앉히곤 했다.
그러다가 이런 풍경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 부러움을 잊기도 했다.

그러면서, 2021년 봄에 이어졌던 여름을 보냈다. 코로나 시대의 두 번째 여름을.

 

8월 마지막날 밤, 어두운 호수 이편과 환한 호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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