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 22:26ㆍ흐르는 강/이즈음에
2021년 가을에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래의 두 장이다.
10월의 마지막 대체휴업일날 조카와 동생과 엄마와 고양가을꽃축제였나 고양꽃축제였나가 막바지에 접어들어가던 호수공원에 다녀왔었다. 별 기대 없이 장미정원에 들어갔다가 '읭 아직도 장미가 있네?'하고 조카 사진을 찍어줬었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과 아직 푸른 나무와 아직 남아있는 장미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서는 평생 안하던 꽃 이름 공부도 했다. 잔뜩 핀 금빛 국화 보면서 감탄 먼저 하고. 그나저나 대체휴업일처럼 좋은 게 존재한다니 우리나라 진짜 좋아졌다고 진심으로 생각함. 솔직히 말하면 자주 생각함. 지난 두 정부에서 '대체 계속 왜이모양인 거지?'하는 생각을 거듭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생각함.
날이 쌀쌀해지니까 나의 소중한 벨기에초코가 나와섴ㅋㅋㅋㅋㅋㅋ 또 기쁜 마음으로 먹어주고!!!! 언제 먹어도 최고다 벨기에초코ㅠㅠㅠㅠㅠㅠㅠ 미니스톱 영원해 벨기에초코 영원해✨✨
가을에 인스타에서 아래의 두 짤을 보고 서로 다른 의미로 감동하기도 했다. 오른쪽은 이다혜작가님이 링크해주신 최고심작가님의 일러스트. 아이고 (안 갈 수는 없으니) 가야지… 아이고 (안 할 수는 없으니) 해야지… 아이고 (안 끝낼 수는 없으니) 끝내야지… 가 보통의 내 말투에 가까운데 말투만 가보자고! 해보자고! 끝내보자고!로 바꿔도 굉장히 의지적인 표현으로 바뀐다는 게 엄청 인상깊었다. 동사 어간에 어미 -아/어와 보조동사 '보자고'를 결합한 뒤 느낌표를 붙이는 것만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처럼 되어버리네???? 하는 감상. TV나 볼까... 같은 말도 TV나 보자고! 로 바꾸면 의지적 화자의 발화처럼 보임. 심지어 좀 누울까…도 좀 누워보자고! 로 바꾸면 태도가 바뀜. 참 언어란 신기하고 신비로워.
왼쪽은 올해 가장 좋아했던 인스타툰의 듀선생님. 디비피아 인스타 계정에서 연재하는 웹툰으로 제목은 인생제반연구소인데 볼때마다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끅끅거리고 웃음. 디비피아의 커뮤니티에서 초반 연재분도 볼 수 있지만(여기) 디비피아 인스타에서 보면 됨(요기). 듀선생님 사인회하면 보러 가고 싶을 만큼 좋고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나 저 왼쪽 그림은 보자마자 소리지르며 웃었다 너무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이고 모진 목숨이 또 이어져서 망할 하루를 시작하는구만은 내가 매일 아침 의식을 찾자마자 하는 생각이고 아이고 젠장 나는 왜 오늘도 눈을 뜨고야 말았는가!!야말로 내가 매일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하는 생각이란 말이다!!!!!!! 웃긴 짤을 친구에게 보내는 거 거의 하지 않는데 저 왼쪽은 보자마자 너무 웃겨서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도 '너 그림일기 그렸냐'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아빠에게 다녀온 날 어두워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구나…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구나…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싶어 아득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로 아빠에게 자주 가지 못해 늘 미안하고 속상하다. 자주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빠.
아뮤하의 2집이 나왔고, 2집 발매 공연날 갔다가 준형님께는 제대로 인사드리지도 못하고ㅋㅋㅋㅋ 예찬씨 사인을 받았다. 예찬씨 너무 귀여우심. 왜 나는 이렇게 준형님 앞에만 가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못하는 멍청이처럼 구는 걸까 나이가 몇인데… 하며 고통스러워했는데 진짜로 왜인지를 모르겠음. 공연을 볼 때는 캬 하며 감탄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준형님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ㅇㅁㅇ;;;) 하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절레절레.
인제 조금만 지나면 진짜 겨울이 오겠구나, 싶던 11월말. 여섯시도 안 됐는데 별은 반짝이고 해는 이미 거의 다 져가는 모습을 보며 2021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또다시 바랐고
12월을 앞두고 호수공원에 불을 밝힌 트리를 보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1년 가을과 작별했다🙂 계속 달라지는 트리 색깔을 보며 12월에는 어떤 기분으로 저 트리를 보고 있을까 상상했었는데, 아직은 특별한 감상이 없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어야 뭔가 감상다운 감상이 생기려나. 사진만 보면 엄청 밤 같은데 사실은 위의 사진과 삼십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때다. 위의 사진이 다섯시 오십분 좀 넘었을 때, 아래 트리 사진들은 여섯시 반 좀 안 됐을 때.
이날 호수공원을 산책한 다음 오랜만에 킨텍스 수변공원까지 걸었다. 저녁 일곱시가 좀 넘은 시간인데 이렇게 깜깜해진 걸 보면서 여름에는 일곱시쯤 오면 해가 졌던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날 많이 걸었네. 킨텍스 수변공원도 낮에 가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텐데 늘 밤에만 가본 것 같다. 올 겨울에는 낮에도 한번 가봐야지.
'흐르는 강 > 이즈음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426, 이즈음에. (0) | 2022.04.26 |
---|---|
220103, 이즈음에. (0) | 2022.01.03 |
2021년 겨울. (0) | 2021.12.31 |
2021년 가을 (1) (0) | 2021.11.30 |
2021년 봄, 여름 (2) (0) | 2021.11.29 |
2021년 봄, 여름 (1) (0) | 2021.11.14 |
210602, 이즈음에. (0) | 2021.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