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인마이데모백: 집회가방 챙겨놓기

2025. 1. 13. 22:25흐르는 강/흘러가는

일상이 주말 집회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버려서ㅋㅋㅋㅋ 주말에 집회, 주중에 집회가방 챙기기, 주말에 다시 집회, 주중에 집회가방 다시 챙기기...가 6주째 반복되고 있는 요즘인데-_- 그러다보니 2025년 같은 느낌도 없다. 2024년 12월이 계속 기이이이이일게 이어지고 있는 느낌. 우선 나의 집회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부터 나열해보자면

 

🧨 꼭 가져/입고 가는 것
   - 방석, 돗자리, 핫팩과 담요, 피켓과 빛나는 물체, 사탕이나 초콜릿, 두꺼운 양말, 후드티, 롱패딩, 장갑
🧨 가지고/입고 있으면 좋은 것
   - 목도리, 마스크, 귀달이 붙은 모자, 스카치테이프
🧨 외출할 때마다 원래 챙기는 것
   - 텀블러, 휴지와 물티슈, 보조배터리, 책, 교통카드  

 

그런데 웬일로(!!!!) 그저께 집회 갔을 때 보조배터리를 깜빡 잊었다. 아이고 집에 가면 준비물을 제대로 리스트업해둔 뒤 매주 출격(!) 전마다 체크해야겠다고 생각함. 그래서 오늘 그동안 들고다니던 집회가방을 탈탈 털어 다시 정리해보다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음 흑흑흑...슬픈 마음으로 준비물을 좀 보강(이 아닐 수도 있음)해보았다.

 

 

1. 방석, 돗자리, 핫팩, 담요

방석은 꼭 있어야 한다. 맨바닥에 앉으면 허리가 너무 아프고ㅠㅠ 발도 저린다ㅠㅠㅠㅠㅠㅠ 혼자 앉을 때나 쓸 수 있는 작은 돗자리가 있어서(누울 순 없는 크기) 이걸 먼저 깔고 그 위에 전국민이 쓰는 접이식 방석을 놓고 앉는다. 방석을 하나로 쫙 펴면 너무 얇아서 허리가 계속 아프기 때문에ㅠㅠㅠㅠㅠㅠ 방석을 뾱뾱이로 감싼 다음 알라딘 책 택배봉투에 넣어서 약간 통통하게 만든 다음 깔고 앉는다. 봄이나 가을에 호수공원 갔을 때 깔고 앉던 돗자리를 매주 아스팔트 위에 펼치게 될 줄 작년 가을엔 상상도 못했지 흑흑. 하긴 뭐 지금의 상황 중 작년 가을의 내가 상상했던 상황은 하나도 없으니…절레절레.

 

핫팩은 비상용으로 늘 챙긴다. 기본적으로 옷을 워낙 두껍게 여러겹 입고 다녀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쓰진 않는다만 혹시 모르니까. 집회 간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핫팩을 많이 챙겨주시기도 했고 집회 때마다 나눠주시기도 해서 비교적 넉넉하다. 방석핫팩이 참 좋은데 다 쓰고 나면 너무 큰 쓰레기가 나오는 기분이라 죄책감이 들긴 한다ㅠㅠ 근데 좋긴 진짜 좋음.

 

담요도 매번 쓰진 않지만 항상 가져간다. 없으면 불안함. 부피가 큰 편이긴 한데 그만큼 크고 따뜻한 것도 사실이다. 은박담요를 사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집회 갈 때마다 물건 사는 거 지양하자고 다짐하기도 해서 아직 참고 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집회 때 은박담요 나눠주시는 분을 뵀는데 너무 멀리 계셔서 손을 내밀지 못했다. 이번주에 혹시 계시면 하나 주십사 말씀드려야지 흑흑흑.

 

왼쪽부터 방석, 알라딘 택배봉투, 돗자리, 핫팩, 담요. 추운날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내란수괴는 따뜻한 집에서 개 산책이나 시키고...어휴🤬

 

 

2. 피켓

집회 갈 때마다 새 피켓 받는 거 안하려고(결국 쓰레기가 되니까요ㅠㅠ) 작년 말에 다이소에서 얇은 블랙보드를 하나 샀다.여기에 마커로 쓰고 싶은 말을 써서 가져가려고 했다. 그리고 한남동에 가져갔었는데 마커가 지워지기도 하고ㅠㅠ 손에 묻기도 해서 그냥 다 지워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가장 무난한 문구라고 생각하는 '내란수괴 체포! 구속!'이 쓰여있던 피켓을 3주째 들고 다녔더니 너무 구깃구깃해져서ㅋㅋㅋㅋㅋ 재활용하였다. 한남동에서 받은 나눔문화의 미니피켓과 지난주에 페미퀴어네트워크에서 주신 스티커를 같이 붙였더니 아주 마음에 든다. 페미퀴어네트워크에서 주신 피켓과 무지개행동에서 주신 피켓이 둘다 좋아서 지난주 집회 때 양면으로 붙여 썼는데(이럴 때 쓰일 수 있어 스카치테이프 가지고 다님ㅋㅋㅋㅋㅋㅋㅋ) 이왕 마음에 든 거 오래 쓰려고 파일에 넣었다. 다 들고 가서 흔들어야지. 아주 든든하구만.

 

위쪽은 블랙보드 아래쪽은 파일, 왼쪽은 앞면 뒤쪽은 뒷면. 앞뒤에 다 맘에 드는 말만 붙어 있어서 기분이 좋다ㅋㅋㅋㅋㅋㅋㅋ

 

 

3. 빛나는 물체

크리스마스 이브 집회날 야광봉을 망가뜨린 이후ㅠㅠ 빛나는 물체를 내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지난번에 포스팅한 대로 새해 첫날부터 돼지 한 마리와 와이어전구와 아크릴 LED 스탠드를 조립해 집회동반돼지친구를 만들었다. 한남동과 광화문 모두 함께 다녀왔고 그저께 행진도 함께 했다.

 

이것이 준비물 3종. 전부 다이소에서 집어왔고ㅋㅋㅋㅋㅋ 사진 출처는 다이소몰(www.daisomall.co.kr).

 

근데 내가 욕심이 과해서ㅠㅠ 한남동에 다녀오고 난 뒤 돼지가 좀더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와이어전구를 하나 더 넣었다. 그랬더니 아크릴 LED 스탠드가 약간 걸리적거려서 스탠드를 뺐다. 그리고 그저께 광화문엘 갔더니 돼지가 밝아서 좋긴 한데 들고 다니기가 너무 불편한 거다. 나중에 행진할 때는 두 손으로 들고 다녔다ㅋㅋㅋㅋㅋ 안되겠다 싶어 다시 스탠드를 결합시켰다. 스탠드에 마커로 글자를 썼더니 자꾸 지워져서 페미퀴어네트워크에서 주신 탄핵기원부적 스티커를 붙이고 돼지 몸 속에 집어넣었던 와이어전구도 다 뺐다. 하나만 돼지 몸에 감았다. 들고 다니기 편한 게 우선인 것 같아서ㅠㅠ

 

왼쪽: 불 안켰을 때, 중간: LED 스탠드만 켰을 때, 오른쪽: LED 스탠드랑 전구 불 둘 다 켰을 때. 쟤 눈썹도 다시 붙여줘야겠네...
배터리팩이 위에 있는 게 아무래도 불안해서 지금은 배터리팩을 아래쪽에 붙인 상태. 이번주에 들어보고 또 고치지 뭐.

 

와이어전구 하나도 써먹어야 하는데...하고 집 구석구석을 살펴봤더니 예에에에에전에 엄마가 잠깐 썼던 응원봉이 있었네 세상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년 간 버려져 있던 응원봉을 주워와서 앞쪽의 검정 스티커를 다 떼어버리고 양면에 '감옥'을 붙였다. 얼른 가버려 제발. 가고 나서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22 영원히 거기서 살아 제발333

 

와이어전구를 둘둘 감음. 나름 정성들인 것이지만 정성 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조악한 것이 컨셉이닼ㅋㅋㅋㅋㅋㅋ

 

비상용으로 LED 촛불도 챙겨가지고 다니기는 하는데 거의 쓰지 않은 듯. 하지만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챙겨서 다녀야지. 배터리 새로 갈 때가 오기 전에 빨리 다 체포되고 구속되고 감옥 갔으면 좋겠다. 탄핵 인용도 되면 더욱 좋고요.

 

전구 켠 모습. 응원봉 불을 굳이 켜지 않아도 괜찮았다. 전선을 둘둘 감은 것이 '감옥'이라는 글자와 왠지 어울려섴ㅋㅋㅋㅋ 혼자 뿌듯ㅋㅋㅋㅋㅋㅋㅋㅋ

 

 

4. 사탕이나 초콜릿, 텀블러(와 음료)

집회부터 행진까지 보통 네 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에너지가 떨어진다. 에너지를 채우는 데는 역시 초콜릿이 최고. 계속 구호를 외쳐야 하기 때문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어줘야 목이 덜 아프다. 텀블러에 음료를 가득 담아가긴 하는데 집회 끝난 후 마시는 편이다. 집회 중간에는 액체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아무래도 화장실 갔다 오는 게 편하진 않으니까. 그래서 커피차도 어묵차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화장실 가기 귀찮아서요...ㅠㅠ

 

 

5. 두꺼운 양말, 후드티, 롱패딩, 장갑

두꺼운 양말은 필수다. 안에 기모 잔뜩 든 걸로 신고 간다. 롱패딩도 필수다. 겨울에 숏패딩 입는 사람 이해 못하는 사람=나자신. 롱패딩이라는 훌륭한 발명품이 있는데 왜 숏패딩을 입죠🤔 후드티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뒤 롱패딩을 입고 롱패딩의 후드까지 뒤집어써줘야 귀가 얼어붙지 않는다. 물론 후드티 하나만 입으면 절대 안됨. 너무 추울 수 있으므로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야 한다.

 

장갑도 없으면 안 된다. 피켓과 빛나는 물체를 들기 위해서는 장갑이 꼭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추운 데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손이 다 트고 터져서ㅠㅠ 피투성이가 됨ㅠㅠㅠㅠㅠ 안그래도 손이 거친 인간이라 장갑 꼭 껴줘야 함. 근데 장갑을 잃어버려서 흑흑흑 아직도 슬프네ㅠㅠㅠㅠ 올해 새로 개시한 장갑이라 완전 새건데ㅠㅠㅠㅠㅠㅠ

 

 

6. 목도리, 마스크, 귀달이 붙은 모자

목이 따뜻해야 몸이 따뜻하다. 터틀넥을 두 겹 이상 단단히 입었을 때는 목도리를 안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한다. 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온몸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는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에 굳이 언급하지도 않겠음.

 

마스크는 안할 때도 있지만(자꾸 안경에 김이 서려서ㅠㅠ) 하고 있으면 확실히 얼굴이 덜 시리다. 안하고 있으면 얼굴이 빨리 건조해진다. 심할 때는 아이고 얼굴 찢어지겠네 싶을 때도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을 쓰지만 슬픈 말임) 진짜 단단하게 무장하고 싶은 날에는 마스크 하고 귀달이 붙은 모자 쓰고 후드 뒤집어씀. 어디 내가 집에 있을까 보냐 하는 마음으로.

 

 

7. 교통카드, 보조배터리, 휴지와 물티슈, 스카치테이프, 책

외출하는 데 당연히 안 챙길 수 없는 교통카드. 대중교통러인 나에게 교통카드가 없으면 안되지. 휴지도 꼭 있어야 한다. 물티슈는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챙겨야 한다. 보조배터리도 있어야 마음이 든든해서 외출할 때마다 꼭 가지고 다닌다.

 

스카치테이프는 생각지도 못한 때 쏠쏠하게 쓰인다. 피켓이 찢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없으면 생각난다. 책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늘 들고 나오는데 진짜로 읽은 적은 많지 않다ㅋㅋㅋㅋㅋㅋ 해진 후의 집회일 때는 어두울 때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들고 오고, 해지기 전의 집회일 때는 온도의 영향을 안 받는 종이책을 들고 온다.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가 팍팍 닳으니까요ㅠㅠ

 

 


 

이렇게 하나하나 썼는데 이번주에는 뭐 두고 가는 일 없겠지ㅠㅠ 매주 이렇게 집회 챙겨 가느라고 나자신도 참 수고가 많긴 한데(진심) 집회에 가서 얻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다. 특히 주말 집회가 그렇다. 안 가면 주중 내내 찝찝하다. 주말에 못 갈 거 같으면 주중 언제라도 가야 마음이 좀 낫다. 남태령도 못 갔고 한남동에서 밤샘도 못했기 때문에ㅠㅠ 죄책감이 계속 있다. 이번주엔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주중 집회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빛나는 물체들을 잘 써보고 또다시 포스팅해야지ㅋㅋㅋㅋㅋ 얼른 내란수괴 체포되고 구속되고 감옥에서 천년만년 안나왔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ㅠ 내란공범들도 다 감옥으로 꺼지시고 삼대가 절멸하시길 바람.

 

설날까지 다 끝나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어렵겠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