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31, 이즈음에.

2025. 10. 31. 23:33흐르는 강/이즈음에

가을비가 내리는 10월 마지막날 밤이다. 11월부터는 추워진다는 걸 비로 알려주는 걸까☔ 그래봤자 나는 반팔인간답게 아직도 옷장 정리를 하지 않았다. 아직도 맨 앞에 반팔 티셔츠가 놓여 있다. 대체 나자신 뭐가 문제인걸까😒

 

 

올해는 직장을 옮겼고 상반기 내내 정말 너무너무 바빴다. 매년 나의 직장생활은 상반기에 몰아치고 하반기에 좀 여유를 찾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올해 상반기는 정말 쉴틈이 없었다. 그래서 매달 25일마다 근황글을 써보자!!!!! 라고 마음먹었던 걸 지키질 못했다흑흑흑....250125, 250225, 250325, 250425...하는 식으로 쓰고 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년에는 26일마다 꼭 써봐야지.

 

얼마 없는(!!) 좋은 기억 중심으로 그동안을 좀 돌아보면...

 

봄에 먹은 것들. 밤가시마을에 있는 연미김밥에 가봤는데 정말 집에서 싼 김밥 같은 김밥이 나왔다. 맛있었고요.
탄현에 있는 '밥과면사이'라는 곳에서 토마토쌀국수를 먹었는데 이게 또 맛있었다 캬.
대선 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ㅈㅅ을 욕하며 함께 버거킹에 갔다.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나와 마음이 아팠다ㅠ
대선 바로 전날, 그동안 고생한 나를 칭찬하면서 호떡 사먹음. 일산 먹자골목 옥수수호떡은 최강의 호떡이다.
한동안 일이 너무 많아 떡볶이를 못 먹었더니 힘들어가지곸ㅋㅋㅋㅋㅋㅋ 엄마손떡볶이에 가서 쫄볶이 수혈함.
출근길에 늘 지나치는, 빙다방이라는 빙수집에서 자몽빙수와 초코빙수 먹음. 자몽빙수가 진짜 맛있습니다...!!!!!
식빵연구소 올리브식빵은 사랑이다ㅠㅠ 올리브식빵 진짜 구독해서 먹고 싶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좋은 기억 중심으로 보려고 했더니 순 먹을 것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는 음식 사진을 잘 안찍는 편인데 혼밥할 때나 마라탕을 먹을 때는 사진을 찍는다. 이 위에 있는 것들은 다 맛있었어서 뭐 하나를 고를 수가 없고...일산 먹자골목 입구의 옥수수호떡, 라페스타의 엄마손떡볶이, 식빵연구소의 올리브식빵은 오래오래 좋아해온 것이라는 설명만 덧붙이는 것으로. 그나저나 옥수수호떡은 저때까지 1500원이었으나 지금은 2천원이 됐다. 2천원이 된 이후로는 한번도 못먹어봤는데 500원 올랐다고 끊은 건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참 많이 못읽었는데(반성한다) 그와중에도 정말 좋았던 책은 이상문학상 수상집이었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정말 역대급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수록작이 전부다 고르게 좋았고 대상수상작인 예소연작가님의 작품은 아니 이렇게까지 좋은 이야기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그 개와 혁명을 읽다가 제가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근데 일렉트릭 픽션을 읽으면서도 울었지 나는. 하 진짜 김기태작가님도 소설을 너무 잘쓰심👍🏻👍🏻 그뿐만인가. 허리케인 나이트구아나슬픈 마음 있는 사람도 좋았으며 리틀 프라이드는 되게 마음에 남아서 이후에 서장원작가님의 책을 따로 빌려봤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흥미가 떨어진 지 좀 됐었는데 올해 책이 너무 좋았어가지고 내년에도 찾아볼 것 같다. 그리고 예소연작가님 책은 있는대로 다 샀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소연작가님은 나에게 올해의 발견이며 올해의 보석이시고 올해의 감사한 인물이심👍🏻👍🏻👍🏻👍🏻👍🏻 젊은작가상 수상집 이상문학상 수상집 중 어느 하나가 월등하게 좋다는 기분이 들 때는 거의 없었는데(한 권을 읽다 보면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고, 별로 마음이 안 가는 작품도 보통 있는 편이니까) 올해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 개와 혁명 너무 훌륭한 소설이다ㅠㅠ 일렉트릭 피션과 리틀 프라이드도 좋았는데 쓰다보니 왜 다 영어야ㅋㅋㅋ

 

또 김소영작가님의 어떤 어른을 느지막히(!) 읽었는데 역시나 좋았다ㅠㅠ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었을 땐 엄청 많이 울었는데 어떤 어른은 덜 울고 더 웃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보다 더 고민되는 지점도 많았고.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데 어른에 대한 이야기는 훨씬 덜 아름답고 대신 더 복잡하며 골치아프다보니 눈물은 확실히 덜 난다. 하지만 책 자체는 역시나 또 좋았다. 김소영작가님 글은 정말 따뜻한데 무디지 않다. 둥글둥글한 듯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 하는 식으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멋진 글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아작가님의 이 그림은 정말ㅠ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을 받는 기분ㅠㅠㅠㅠㅠㅠㅠㅠ

 

또 나에게 예소연작가님만큼 올해의 작가이신 분이 있는데, 바로 정보라작가님이다. 작년에 아무튼 데모를 엄청 재미있게 읽은 이후로 정보라작가님의 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아니 세상에 재미없는 책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정보라작가님의 작가 후기가 너무 좋다. 시원시원하고 유쾌하고 지적이고 날카롭고 박력있다. 왜 나는 저주토끼를 재미없게 읽었을까 하며 스스로를 많이도 질책하였다. 너의 유토피아한밤의 시간표창문밤이 오면 우리는여자들의 왕 등등을 찾아읽었는데 아직도 읽을 책이 많아서 기쁘다. 정보라작가님 제가 진짜 너무 좋아해요 흑흑흑. 올해 저는 작가님 없으면 못살았어요 흑흑흑흑. 정보라작가님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따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행사가 있으면 가보려고 노력하는데, 많이는 못 갔다. 7월에 기억물품 공작소를 한다고 해서 한번 다녀왔는데 목걸이 매듭을 내가 너무 못 지어서ㅠㅠ 별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ㅠㅠㅠㅠㅠㅠㅠ 반성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처음에 갈 때는 한 20개 만들고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흑흑흑...

 

그리고 7월 24일에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1000일 추모의 밤 행사가 열려서 다녀왔다. 유가족분들이 희생자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읽어주셨는데 정말 눈물이 안 날래야 안 날 수 없는 밤이었다. 예람님의 공연과 이한철님의 공연을 볼 때도 감사한 마음과 슬픈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뒤섞여 가슴이 계속 먹먹했다. 작년에 도심 걷기 행사에 갔을 때 가족분들 중 누군가가 계속 배경음악처럼 백예린씨의 산책을 스트리밍해주셔서, 그 노래를 들으며, 울며, 또 걸으며, 들으며, 울며...했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한철씨가 산책을 불러주는 순간 계속 울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소히님은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드신 걸까.

 

이날 무지개떡을 나눠주셔서,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들고 왔다. 이태원참사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너무 먹먹하다. 그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너무 없고,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내가 더 마음을 다해 추모하고 애도하지 못했다는 게 죄송하다. 늘 죄책감이 든다. 이날 명동성당을 나오는 길에,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는 구절을 계속 바라보면서, 유가족분들이 꼭 '세상을 이겼다'고 느끼시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달, 한남동에 들를 일이 있어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콕콕 날아와 박히는 기분이었다.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라는 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하늘이 참 예쁜 날들이 있었다. 그날들의 사진까지는 덧붙여보고 싶다. 내일부터는 11월이라 곧 겨울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라고 생각하니까, 일년 중 가장 예쁜 가을하늘을 조금 더 보고 싶다. 가을이 좀더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욕심내보고 싶다.

 

퀴퍼 갔던 날. 쨍하고 맑고 너무너무 더웠다ㅋㅋㅋㅋㅋ
여름 하늘, 여름 호수.
여름 구름.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로 넘어가던 때.
9월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에서.

 

 

부디, 11월의 하늘도 어여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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