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31. 23:56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2월 31일이다. 남들은 늘 한해가 빨리 간다고 하지만 나는 항상 12월이 되면 와 올해도 참 길었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말과 휴가는 매우 짧다고 느낀다. 이것이 시간의 상대성ㅋㅋㅋㅋㅋ) 올해는 참…연초에는 내란수괴 때문에 참 마음이 복잡복잡했고 그 이후에도 내란수괴와 그 일당들이 계속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서 정신이 피폐했었다. 한동안 시사 콘텐츠를 많이 보거나 듣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최근 십여년 중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박ㄱㅎ 탄핵 때는, 이건 너무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보편적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올해만큼 시사 콘텐츠를 많이 볼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대체 전국민이 왜 특정한 판사 이름을 알아야 하며 대법원장 이름을 다 알아야 하는가-_-)
사실 작년 말부터 시사 콘텐츠를 많이 찾아보긴 했다. 예전같으면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일들이 '아, 이 정부에서는 못 일어날 일이란 없지'같은 느낌으로 펑펑펑 터져서 어느 순간부터 지쳐버렸었는데 채상병 순직 사건부터 다시 좀 정신이 들어서 천천히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트럼프 재선 때 너무 마음이 힘들었어서 좀 쉬었고(트럼프 첫 당선 때도 비슷했다) 그러다가 연말에 수많은 비선실세(-_-_-) 관련 사안들이 펑펑펑펑펑 터지면서 대체 어디까지 가는 것인가 하는 심정으로 조금씩 더 보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3일날 그 난리가 일어난 것.
1, 2월에는 한주도 빠짐없이 집회에 갔었는데 3월이 되면서 집회에 가질 못했다. 직장일이 너무 바빠져서 그랬다. 그런데 탄핵 선고가 계속 미뤄졌다. 와 진짜 지금은 지난 일이니까 이렇게 쓰지ㅋㅋㅋㅋㅋ 그때는 정말 울화가 치밀었다. 가슴 안에 화가 쌓여서 점점 농축되어가는 느낌이었다. 3월 말에 많은 작가님들이 파면을 촉구하는 성명을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셨는데 그거 출력해서 읽으면서 울고 그랬다. 너무 속이 답답해가지고. (지금은 무료 전자책으로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다. 예를 들면 "여기".) 수많은 글을 여러번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보라작가님의 글과 송승언시인님의 글이 가장 내 마음 같았다.


1, 2월까지는 봄이 되면 그래도 정리가 되겠지, 했었는데 한달을 기다려도 정리가 안 되니까 봄이 안 오는 기분이었다. 계속 겨울이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3월초에 눈이 엄청 오기도 했고...) 그래서 1월 초의 한남동 집회도 기억에 많이 남지만 그만큼 3월 마지막 집회나 4월 3일날 선고 직전날의 집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남태령엘 갔다면 또 다르겠지만) 그 3일 간이, 참 간절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을 옮겼다. 대학원 졸업 이후로는 다섯 번째 직장이고 대학 졸업부터 치자면 여덟 번째 직장이다. (대학원 졸업 이전까지의 직장은 인턴 혹은 시간제 느낌이 강했지만 뭐 그러든 말든 직장이었던 건 사실...) 지난번 직장을 옮길 때는 아는사람 혹은 아는사람의 아는사람이 너무 많은 곳으로 옮겨가는 거라 그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 (괜히)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든 적도 없는 인간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서, 그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같은 것도 좀 있었고, 대부분 '나는 그를 모르지만 그는 나를 앎'의 상황이었기에 사회성과 사교성이 없는 내게는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코로나19 때이기도 했고...
그에 비해 이번에는 아는사람이 별로 없고 아는사람의 아는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직장이 바뀐 거라, 별 부담이 없었다. 그냥 맨땅에 해당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지난번 직장에서의 마지막 해 때 조직이 굉장히 원활하게 잘 운영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유능한 관리자들이 많은 조직으로 옮겨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서 새 직장에 대한 기대가 엄청 크지도 않았다. 매년 새 직장에서의 첫해가 그 직장에서 가장 힘든 해이기도 했기 때문에, 올해 쉽지 않을테니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내 일이나 잘하자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진짜로 다른 데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매년 할 일이 많지만 올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새로운 걸 아주 많이 배워야 했다. 열심히 준비했던 일이 생각보다 잘 안된 적도 많았고 이렇게 하면 되겠지 했던 일이 별 실효 없이 끝나는 적도 많았다. 대신 팀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게 뭔지 계속 의논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게 뭘지 고민하고, 그들이 계획한 것을 좀더 발전시키거나 기존의 것과 융합해보는 일들을 많이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일들이 기존에 해왔던 일들보다 훨씬 더 어려웠지만 좋았다. 그들에게도 좋았고 나에게도 좋았다.
다행히 팀원들이 참 훌륭했다. 헤어짐이 잦은 직장의 특성상 매해 팀원들이 완전히 바뀌는데, 올해의 팀원들은 최근 몇년 간 만나본 팀원들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 그들 덕분에 내가 많이 배웠다.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그들처럼 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한 해 동안 비교적 꾸준히 지속해나갈 수 있었던 건, 다 그 팀원들 덕분이었다. 이런 팀원들을 또 만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마웠고,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싶어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다들 어디서든 더 훌륭해지기를 바란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 있나...아. 하나 있네.
xsfm을 끊었다. 더이상 듣지 않는다. 대신 음악 듣는 시간을 늘렸고, 수년만에 팟빵을 다운받았다. 좋아하는 이다혜작가님의 리딩케미스트리를 정주행했고 여둘톡과 영노자를 함께 듣고 있다. 리딩케미스트리를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최근 방송까지 다 따라잡았는데(미친나자신) 밀리의서재 순위를 알려주는 에피소드는 잘 안 듣게 됐고 황석희번역가님/김신지작가님/박혜진편집자님이 나오시는 회차를 좋아한다. 여러 작가님들이 나오시는 에피소드도 듣긴 하는데 작가님이 누구신지에 따라 재미가 더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서...그냥 꾸준히 재미있는 '고정 게스트 코너'가 더 재미있는 거 같다.
xsfm을 왜 끊었느냐, 를 하나하나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래 들었고,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방송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래도 유익한 점이 불편한 점보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들어왔다. 그런데 유튜브 라이브가 시작된 후 불편한 부분이 매우 커졌다. 좀 참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기에는 xsfm의 방송을 너무 오래 들었다. 더이상 못 듣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고, 그날 이후로 모든 방송을 끊었다. 그 시간에 리딩케미스트리와 여둘톡 등을 듣고 있다 보니 허전함 같은 걸 느끼지 않는다. 유익함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던 시간이 끝나서 시원한 기분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진경옥과 깨끗한생각을 좋아하기 때문에...xsfm은 안 듣더라도 xsmall은 간간이 쓰겠지. 그러고 보니 작년에 진경옥 살 때 쓴다고 했던 리뷰를 아직도 안 썼다 세상에ㅠㅠ 1월 안에는 꼭 써야겠네ㅠㅠㅠㅠ
그리고 1월이 되면 내란수괴에 대한 공판도 드디어ㅠㅠ 진짜로 드디어 시작되겠지. 새해에도 징글징글하게 시간을 끌겠지만, 결국은 사필귀정이기를. 세상 일 자업자득이며 인과응보고 권선징악이다(참 무서운 말이지만). 산뜻한 2026년이 시작될 수 있도록 부디 내란수괴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에 걸맞는 구형이 내려지기를.

'흐르는 강 > 이즈음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51031, 이즈음에. (0) | 2025.10.31 |
|---|---|
| 250405, 이즈음에. (0) | 2025.04.05 |
| 250225, 이즈음에. (0) | 2025.02.25 |
| 250126, 이즈음에. (0) | 2025.01.26 |
| 250106, 이즈음에. (0) | 2025.01.06 |
| 240702, 이즈음에. (0) | 2024.07.02 |
| 240624, 이즈음에. (0) | 2024.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