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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하다 - 김혜리가 만난 사람 : 김혜리, 씨네21
솔직히 씨네21의 인터뷰 기사 중에서는 백은하의 기사를 가장 좋아했다. 어쩌면 인터뷰를 그렇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쓰는지! 감성의 촉수가 무지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읽다가 눈물이 핑 돈 적도 여러 번. 그에 비해 김혜리의 인터뷰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라는 게 기본적인 감상이었지만, 꽤 흥미로운 인터뷰이가 많았고 차지하는 지면도 상당했기 때문에 관심갖고 읽지 않을래야 안 읽을 수 없는 섹션이었다고 기억한다. 어쨌든 이렇게 '인터뷰만' 묶여 나온 책을 읽으니 예전에 잡지에서 딴 기사 보다가 인터뷰 보다가...할 때보다 더 좋았다. 인터뷰이에 대한 지식+충실한 질문+인터뷰어의 달필과 따뜻하고 애정넘치는 시선이 어우러진, 꽤 괜찮은 인터뷰집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송강호 중 한 명을 선택하고 그 외의 직업을 가진 인터뷰이를 실었으면 어떨까 하는 정도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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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마음산책
매달 혼자 뽑는 '이번 달 가장 좋았던 책'이 거의 다 김연수씨의 책이라 좀 곤란하기도 하지만-_- 이 책 역시 좋았는걸 어떡해. 책 제목 그대로 김연수씨가 자신의 청춘 시절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그 청춘의 자락에 함께 있었던 문장들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적은 글이 실려있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날이 노 전 대통령 서거 날이었는데...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아, 이제 나의 청춘이 다 가버렸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최근에 박민규 글을 읽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다시 들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참 부끄럽고 유치하고 비루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사실은 내 청춘의 시절들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새삼 들어 마음이 아련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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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사랑 : 유성용, 지안
지리산에 들어가 1년여간 생활했던 저자가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엮어 냈던 책. 몇년 된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이후 저자는 <여행생활자>라는 책을 썼고, 그 후에는 또다시 <생활여행자>라는 책을 썼다. 두 책에도 역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다. 자세히 찾아 보면 저자의 사진도 찾을 수 있다. 이후 저자는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하기도 했고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하기도 했다. 세 책의 기본이 된 글은 저자의 홈페이지인 maengmul.com에 올라와 있었으나 지금은 홈페이지가 문을 닫았다. 내 감상? 감상이랄 게 있었던가? 도대체 못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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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 키토 아야, 이덴슬리벨
이 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너무 없었나보다. '불치병을 앓는 아이가 쓴 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만 알고 책을 펼쳤었는데, 사실 나는 소설 형식인 줄 알았다. 그래서 '정말 일기잖아?'라는 걸 알고는 좀 당황했다. 아이의 사연은 안타까웠고 투병의 기록은 애처로웠으나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도 없지 않았고 오타나 비문도 자꾸 눈에 걸렸다. 편집의 묘를 좀더 발휘했더라면 더 매력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아쉽다(이런 말을 쓰다니, 나 정말 어른 맞구나ㅠㅠ). 아야의 일기는 비교적 담담하게 읽었는데 뒷쪽에 실린 어머니의 글을 읽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가 생각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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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 인 뉴욕 : 권윤주, 열린책들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때 한장 한장 넘겨 보며 '아아, 뉴욕!!!!!!!'하고 부르짖게 만든 책. 예전엔 몰랐는데 풍경과 인물들을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니 장 자끄 상뻬 그림이 떠오르기도 했다(물론 권윤주님의 그림에는 '캣'들이 등장하지만ㅋ). 이 책을 들고 뉴욕의 카페들을 순례해 본다면 재미있겠지만...아름다운 상상일 뿐-_- 앞으로 10년 내에 뉴욕을 갈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구나. 만약 갈 수 있게 된다면 누군가와 함께 '말하는 기둥'에 꼭 가 보고 싶다. 물론 정말로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양키스 게임을 보러 가고 그 다음엔 메츠 게임을 보러가고...이러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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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에 :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 책 같지 않아...'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던 책. 오히려 요시모토 바나나같은 느낌이었다. 아, 약간 소녀틱하고 순정만화같기도 하다는 점에서 둘의 작품이 좀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더 비현실적이고 좀더 퇴폐적(!)이면서 섹시한 느낌이란 말이다!!!! 어쨌든간; 매우 짧은 단편(콩트 같은 느낌이랄까)들이 20편 정도 실려 있는데 음식에 관한 얘기들로 묶인 '따스한 접시' 부분보다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사건들에 대한 얘기들로 묶인 '차가운 밤에' 부분이 더 맘에 들었고 <듀크>와 <쿠사노조 이야기>와 <마귀할멈>이 좋았다. '따스한 접시'에서는 <아이들의 만찬>이 재미있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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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즈 : 이 홍, 민음사
'남자를 사랑하는 세 명의 여자가 질투와 우정을 동시에 품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고 그런 칙릿 소설'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음, 이렇게 말하면 작가에게 참 미안하지만-도발적인 이야기라는 생각 대신 도발적인 '체' 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작가의 진실이나 진심이 마음에 와닿지 않고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자꾸 들어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씩 불편했다. 가장된 '소쿨함'과 치기어림이 엿보이기도 했고 가끔씩 어색한 문장들이 나오는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충분히 진보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뻔하디 뻔한 아침드라마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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