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3월만큼 바빴던 것 같은데 그래도 책은 좀더 읽었네. 소설만 줄창 읽은 한 달.
★ 4월에 가장 좋았던 책 : 아르헨티나 할머니(요시모토 바나나 글, 요시토모 바나나 그림, 민음사)
책 |
짤막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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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백영옥, 예담)
뭐 워낙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보니 화제가 될 당시엔 별로 읽지 않고 싶었던 책이었다. 요즘 백영옥씨가 D일보에 칼럼 쓰고 있는 걸 보고 읽지말아버릴까 생각하다가 복잡한 머릿속엔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제격이란 생각으로 선택.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최근에 봐서 그런지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닥터 레스토랑이 박우진 말고 딴 사람이라 다행이었고 ㅋㅋㅋ (앗 이건 스포?;) 그러나 중반부까지 비교적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이 후반부에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해졌어요(김민준 빼고?)'라는 통속적이고 약간은 허탈한 결말, 그리고 너무 닭살스럽다-_-싶었던 박우진의 대사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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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연애시대 (벌리 도허티, 창비)
제스라는 아이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 그전까지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해 듣고 또 알게 되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엄마 조씨와 아버지 마이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외할머니와 외할머니의 결혼 전 연애담, 이모할머니 루이와 그녀의 남편 길버트의 이야기, 병으로 죽은 오빠 대니, 대니의 죽음 후 또다른 오빠 존과 지내면서 생긴 일들 등등 가족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비교적 소박한 '결혼 전 연애담'과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행복한 결혼 생활'로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란 점 때문인지 아주 재미있진 않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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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증후군 (윤고은, 한겨레출판)
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노시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어느 날 갑자기 '달'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무중력자들의 출현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보다는 노시보의 가족들을 관찰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1년동안 여덟 곳의 직장을 전전한(스스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없어져버렸으니까-_-) 끝에 결국 부동산 회사에 입사, 매일매일 전화번호부를 뒤지며 땅을 팔고 있는 25세의 노시보, 사실은 요리가 정말정말 하고 싶지만 부모의 기대로 인해 사법고시 준비를 하는 척 하고 있는 형, 직장을 그만두고 기원에 다니는 아버지, 달의 출현 후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무중력 미용실'을 차리는 어머니...이 얼마나 '평범한' 2000년대 한국의 4인가정이란 말인가. 우스우면서도 씁쓸하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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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이 책을 덮으면서 한 생각은, 정이현이 어떤 면에서 과대평가되는 부분이야 분명 없잖겠지만 그녀의 책이 '일정 수준 이상' 재미있다는 건 사실이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보다 덜 맘에 들었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보다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위험한 독신녀>, <삼풍백화점>. 어쨌든간 나는 꽤 많은 남자 독자들이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그녀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가볍고 달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쓰는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이야기가 가진 재미와 인기 때문에 가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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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황매)
대학 때 친구가 참 좋아했던 책인데. 참으로 늦게 읽었다(지난 달 읽은 <백수생활백서>에 이 책이 언급되었다는 게 이 책을 다시 찾아 본 직접적 이유가 된 듯). 작가인 와타야 리사가 만 스무 살 때 아쿠타가와상을 받게 한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을 늦게 읽은 이유가 됐다면 좀 아이러니한가ㅎ 대학교 1, 2학년 때 읽었다면 훨씬 더 많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보다 행복해보이고 즐거워보이는, 그래서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거리를 두려 짐짓 뒤로 물러서는 하츠의 모습이 마치 그 때의 나와 같았으므로. 하지만 더더욱 벽을 두껍게 치던 나와 달리 '그들'처럼,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어슴프레 비치던 하츠의 마음이 여러 번 느껴져 마음이 아릿했다. 나니가와는 참 사랑스러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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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 요시다 슈이치, 재인
요시다 슈이치의 책 중에서는 <일요일들>과 <거짓말의 거짓말>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먼저 읽었다. 각 장의 소제목이 글 내용과 크게 어울리지 않는 듯 하여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 사유리의 동생인) 코지의 애인 메구미가 작품 뒷부분에 열거한 '자신이 인기없는 열 가지 이유'를 각 장의 소제목으로 썼던 것. 사유리라는 여성이 사토시라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연애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요약한다면 너무 성의없으려나-_- 사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읽은 다음에 이 책을 읽었는데 위의 책에 비해 이 책이 주인공의 감정이나 기분의 묘사가 훨씬 섬세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그랬다. 이 책만 따로 읽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실수하더라도 일단 저질러보는거야'라는 마지막 장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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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 위화, 푸른숲
'피를 팖'으로써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탱해야만 했던 인물의 삶을 다룬 이야기. 참 슬픈 이야기인데 또 굉장히 웃긴다. 그리고 웃기는 가운데 종종 울컥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결국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가정을 잘 지켜낸 희생적 가부장'이라고 요약될 수 있겠다는 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며, 그가 (나의 기준에서 볼 때)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이상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분명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특히 중국 현대 소설을 읽을 때면) 내가 가진 '정치적으로 올바름'의 기준을 책 속의 사회나 인물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걸까 하는 고민이 요즘 참 자주 드는 터라......흠. 어쨌든간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연민어린 시선은 맘에 들었다. 김유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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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글, 요시토모 나라 그림, 민음사
죽음 또는 영성, 그리고 소통을 통한 치유. 이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테마가 아닐까. 달빛 그림자부터 키친, 만월, 하드보일드 하드럭,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다 그랬던 것 같다. 그 중에서 이제까지 가장 좋아했던 책은 하드보일드 하드럭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좋아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바뀌었다. (미친놈의 사촌녀석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만다라'로 나타나는 작품의 우주적 세계관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이 또다른 이와의 진심어린 만남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따뜻했다. 죽음을 비극이나 절망 대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참 와닿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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