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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런온 - 캐릭터 파헤치기 + 인물 감상 후기

넷플릭스에서 정주행을 끝냈으니 이제는 유튜브에서 클립들 모아놓은 걸 좀 보려고 검색을 했더니 본방 전에 JTBC에서 특별편처럼 방송했던 '캐릭터 파헤치기' 영상이 나왔다. 순서대로 링크하면

1) 육상 국가대표(하지만 나중에는 스포츠 에이전트) 기선겸



2) 영화 번역가(이면서 가끔 영어 과외도 하는) 오미주



3)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이며 나중에는 서명그룹 부회장이 되는) 서단아



4) 미술 전공 대학생(이며 화가가 되는) 이영화



드라마가 청량해가지고 자꾸 하늘색을 쓰게 되네. 여튼간 저 영상들을 순서대로 보면서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모아봄.

 

아니 어떻게 이런 얼굴인 거죠 대체 왜죠...????????
여기에 배우 어머님 추가하고요. 아버지는 4선 의원, 어머니는 칸의 여왕, 누나는 골프여제, 자신은 '비주얼로 더 유명한 은메달리스트'.
그러다보니 가족들이 함께 모인 자리(사실상 쇼윈도가족이지만)에서 이런 소리를 아버지에게 들어야 함. 하 기정도의원 너무 전형적인 한국옛날아버지😩
왼쪽 같은 설명은 너무 뻔해서 별로지만 오른쪽 선겸의 표정 같은 건 되게 유니크하다. 선겸의 깔끔하고 엄격한 느낌이 확 느껴진달까.

선겸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물이라고 소개되긴 했지만, 초반의 선겸은 그 '앞'이 진짜로 자기가 가고 싶어서 간 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에 달리기가 자신에게 준 위로와 기쁨이 분명 있었고, 그래서 그저 계속 달려간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달리면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제쳐나가다보니 어느새 앞자리까지 가게 된 거고. 남들처럼 1등도 하고 싶지만 항상 1등을 하는 친구가 눈 앞에 있었고. 그렇다고 그 친구를 미워하거나 질투하지는 않고.

그에 비해 미주는 '앞' 대신 '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 처음 만났을 때의 선겸과 미주는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맥락이 뚝뚝 끊기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서로의 세계가 워낙 다르니 그럴 수밖에. 그렇게 미주와 선겸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임을, '앞'과 '뒤'를 사용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회에서 미주가 선겸에게 이제 잘 통한다며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선겸과 미주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유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음을 보여준 거겠지. 

그 관계의 한 축을 이루는 미주의 직업이 '번역가'라는 게 참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미주는 영화를 번역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말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의미는 비슷하더라도 표현형은 다른 말들을 계속 바꿔보면서 적절한 언어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타인의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잘못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노력은 필연적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와 연결된다. 그래서 남들은 노잼이라고 하는 선겸을 미주는 '유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겠지. 선겸 안에서 그리고 선겸의 언어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영화 속에 펼쳐진 세계를 낯선 이들에게 소개하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떤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무슨 말인지 알려주고', 그렇게 세계와 세계를 잇고 하나의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사람이 미주이기에, 미주와 선겸의 세계가 이어지고 각각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었을 거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선겸이 차근차근 하나씩 배우고 알아갈 수 있었을 거고. 오미주 진짜ㅠㅠ 쓰면 쓸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을 계속 돌아보는 미주. 그래서 미주는 계속 반성한다. 내가 왜 그랬지 생각하고 사과한다.
'오미주'라는 이름은 이 드라마가 끊임없이 여러 콘텐츠를 '오마주'하는 데서 착안해 만든 이름일까.
1회에서 육지우 배우를 보고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미주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남자 배우' 좋아하는 '여자 영화팬'으로 그리지 않은 것부터 좋았고) 영상에서 행복해하는 미주를 보며 임시완배우가 '아이 예뻐'라고 반응하는 것도 되게 좋아보였음. 스윗하네요 배우님.
1회에 미주가 하드캐리하는 장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교수님 절레절레절레........ 보기 싫어서 여기 같이 안 올려 놓을 거임.

쓰다보니까 미주 얘기를 제일 길게 썼네. 4명의 주역들 중 제일 개성적인 인물이 미주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다음은 선겸이라고 생각하고(배경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데 양반/선비같은 성품이 아주 유니크함ㅋㅋㅋㅋㅋㅋㅋ) 단아는 비교적 전형적인 편, 영화는 비교적 평범한 편.

서단아는 이름처럼 '단단'해보이는 사람.

처음에는 '단아해서 단아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단단해서 단아인가보네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16부까지 다 보고 난 후에는 태어날 때부터 단단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려고 엄청 노력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의 드라마에는 그저 '안하무인하고 사치하는 재벌집 딸'로 그려지겠지만, 여기에서의 단아는 자신의 것을 너무 많이 빼앗겨 와서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고 또 싸우며 살아온 사람. 그런 점에서 미주와 통한다. 미주 역시 자신의 것을 계속 빼앗겨 온 사람이니까.

똑똑하고 유능한 걸크러시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다소 전형적이지만, 어떨 때 보면 되게 무례한가 싶지만 단아를 상대하는 세상이 단아에게 훨씬 무례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 가능한 인물. 굉장히 똑똑하고 유능하고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 자기 일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 그런 점에서도 미주와 통한다.

단아가 선겸과 미주에게 "그냥 셋이 결혼할까?" 하던 장면 재밌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인물이 단아.

이런 단아를 좋아하는 '평범한 서민 계층의 연하남'이 바로 영화. 선겸이 4선 국회의원의 아들, 단아가 재벌의 딸, 미주가 일찍 부모님과 사별해 보호종료아동으로 살다가 자립한 여성이라는 성장 배경을 지닌 것과는 비교되는 인물이다. 부모님 살아 계시고(드라마에 나오진 않음), 양봉하시고,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학교 다니고, 과외 아르바이트 하고, 엄마아빠가 택배로 보내준 꿀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친구 많고, 성격 좋고, 붙임성 있고, 넉살 좋은 그런 인물.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데 아주아주 솔직한 영화.

하지만 영화는 네 인물 중 자기 마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열심히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고 잘 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엉엉엉엉엉 우는 장면을 나는 거의 처음 본 것 같음. (이거슨 내가 드라마를 많이 안 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과의 사별이나 임금의 승하(갑자기 사극)나 회사가 망했을 때(갑자기 직장인 드라마) 소리내어 우는 남자들이야 자주 나왔겠지만, 사랑해서! 소리내어!! 우는!!! 20대 남자 대학생은!!!! 자주 못 보는 인물 아닌가? 망할놈의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 따위의 말이 현실 세계에서는 아직도 오가는데! '20대 남자 대학생'이 소리내어 우는 장면을 몇 번씩이나 보여주는 드라마라니!! 이래서 런온이 21세기 판타지 드라마라는 것이다👏🏻👏🏻👏🏻

왼쪽은 전형적이지만, 오른쪽은 매력적이다. 얼굴은 웃지만 말을 곱게 하지는 않음. 오는 말이 고울 때만 곱게 함ㅋㅋㅋㅋ

영화처럼 '그냥 생각하면 뻔해 보이는데 다시 생각하면 안 뻔한 인물'이 선겸의 아버지와 어머니. 선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가부장. 운동선수 출신의 4선 의원인데 당의 대선 대표로도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니 정치적 역량도 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운동선수 출신의 의원인데 저 정도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뻔하지 않은 점).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유명한 아내와 딸을 열심히도 써먹는다. 아들도 써먹고 싶은데 써먹지 못해서 선겸에게 자주 화를 낸다. 그러면서도 이게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열변을 토하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염병을 한다😤고 한심해하며 볼 수밖에 없는 인물.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업적이라 여기고 미친듯이 자식을 몰아부치는 게 일반적인 진상 부모들이라면, 기정도는 자식의 업적이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배경'이 되기 때문에 자식을 몰아부치는 빌런 부모랄까.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여길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려고 자꾸 헛짓거리를 한다는 점에서 나는 기정도를 가스라이터라고 생각했다. 기정도가 헛짓거리를 할 때마다 아놔 저 가스라이터새키가😠 라며 절레절레절레.

절레절레 기정도의원................

기정도의 아내인 육지우배우는 칸의 여왕. 영화배우로서 예쁜 필모를 쌓기 위해 '애들 교육에 매진'하는 엄마의 삶을 기꺼이 포기한 사람. 뭐랄까 20세기 신여성 느낌이랄까. '가정 대신 일을 택한, 성공한 여성'이라는 면에서는 역시 전형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육지우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맡는 캐릭터들을 보면ㅋㅋㅋㅋㅋㅋ 하나도 전형적이지 않다. '이 나이대의 여성 배우들'이 보통 맡을 법한 엄마 역할, 할머니 역할 같은 걸 하나도 하지 않는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칸의 여왕이라 불리며 영화제 레드카펫에 설 정도로 인기 있는 현역 배우임에도 계속 영화에 출연하고 헐리우드 진출을 하려고 오디션을 보는 등 쉼없이 활동한다.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고 큰소리내는 남편에게도 당당하게 맞받아친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는 화목하고 행복한 쇼윈도부부의 모습을 연기한다. 하지만 '기정도를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한다. 그 부분이 나에게는 굉장히 의외였음. 애초에 사랑 없이 결혼한 부부라서 가족도 저모양(?????)이 됐겠지 했었는뎈ㅋㅋㅋㅋ 그리고 육지우가 기정도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듯. 진짜로 사랑하지 않았으면 훨씬 더 일찍 이혼했을 것 같다. 저런 가스라이터랑 굳이 왜 삽니까 칸의 여왕이🤔🤔

선겸의 누나인 기은비, 미주의 동거인인 박매이, 단아의 동생인 서태웅, 영화의 친구인 고예준에 대해서도 쓸 말이 많지만 조선시대 가사처럼 글이 길어지고 있으닠ㅋㅋㅋㅋㅋㅋㅋ 우선 여기까지. 오늘은 이만 자고 천천히 대사 중심으로 2회차 하면서 또 포스팅해야지. 아마도 2회차는 바로 하고 포스팅은 아주아주아주 늦게 할 것 같지만.........................으휴 게으른 나새끼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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