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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요즘 보는 중: 믿을 수 없는 이야기 &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옷소매 붉은 끝동 끝나고, 프렌즈 정주행 끝내고, 런온 정주행까지 마친 후 요즘은 여러 시리즈를 조금씩 보고 있다. 프렌즈도 꽤 달렸지만 예상 외로 런온을 엄청 달려서;;;;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보려고 한다. 런온 정주행을 끝낸 후 유튜브에서 관련 클립들을 종종 봤더니 여전히 추천동영상에 런온 메이킹이 나온다. 기선겸씨와 오미주씨도 좋고 임시완배우와 신세경배우의 케미도 좋아서 즐겁게 보고 있다. 

 

찜해놓은 콘텐츠는 엄청 많다. 그리고 베를린에서조용한 희망 좋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꼭 봐야겠다고 찜해놓은 지 한참 됐고, 마인도 마찬가지다. 런온을 본 다음 기은비프로=류아벨배우가 마음에 들어 류아벨배우의 출연작인 도 찜해놓았고, 신세경배우의 다른 작품인 신입사관 구해령도 찜해놓았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건 아껴 보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좀더 봐야 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인 마리의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1회의 장면들.

넷플릭스 사이트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1회 요약 멘트는 이렇다: 자신의 집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소녀, 마리. 그녀는 계속되는 질문과 끔찍한 기억에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엇갈리는 진술에 형사들의 의심은 커지고, 상황은 악화된다. 저 구절만 보면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계속되는 질문'과 '혼란'과 '의심'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데, 그 일이 실재했다는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결국 나마저도 그 일을 부인하게 되는 과정이 1회에서 그려지니까.

 

사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1회를 한번에 다 못 봤다. 마리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반복되는 진술 요구와 주변의 의심에 지쳐 결국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데 이르는 과정을 보는 게 성폭력 장면이 나오는 앞부분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거의 장면별로 한 번씩 쉬어갔던 것 같다. 대부분의 장면이 다 보기 힘들었지만 주디스가 파커 형사를 찾아가 마리의 말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장면은 정말ㅠㅠ 고통스러웠다ㅠㅠㅠㅠ 마리를 사랑한다는 말 따위나 하지 말든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파커 형사가 모든 것이 마리가 꾸며낸 일이라고 할 때는 아오 더이상은 안되겠다 하는 심정으로 화면을 꺼 버렸다. 

 

넷플릭스 사이트의 시리즈 소개글.

2회부터는 듀발 형사와 라스무센 형사가 강간범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두 형사뿐만 아니라 웨스트민스터 경찰서와 골든 경찰서의 여러 경찰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 한국 드라마라면 스릴과 스피드와 사이다가 팡팡 터지거나 액션과 스릴러와 공포가 줄줄 흐르는 식으로 흘러갈 것 같은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위해 두 형사가 얼마나 고민하고 애쓰는지, 자신들끼리는 쨍쨍 소리내며 부딪칠지언정 피해자들에게는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그들을 더 상처입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계속 보여준다. 수사는 잘 풀리지 않고 이들은 힘들어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화를 내고 나서 사과하고, 자신의 속내를 풀어놓는다. 그런 모습들이 나는 되게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토니 콜레트와 메릿 웨버. 두 배우가 모두 화장기라곤 없는 얼굴로(오히려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나와서 더 좋았다.

2회 이후에도 마리의 삶은 계속 순탄치 않다. 허위 진술을 했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하고 재판을 받기까지 한다. 마리는 혼란스럽고, 이런 마리를 지지해주고 돌봐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진도가 팍팍 나갈 수 없다ㅠㅠ 이걸 술술 보는 건 왠지 미안하다는 기분까지 든다. 그래도 이제 드디어 용의자를 체포하는 6회까지 봤으니!!!! 남은 부분에서는 마리의 누명이 좀 벗겨지려나. 범인을 잡는 장면만큼이나 마리가 명예를 회복하는 모습이 더 보고 싶다.

 

 

간간이 보고 있는 또다른 시리즈로는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가 있다. 하루에 에피소드 한두개 정도 꾸준히 보고 있다.

 

아니 이 사진만 보면 다들 너무 멀쩡(????????????)해 보이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넷플릭스 웹사이트의 시리즈 소개글은 이렇다: 종말론 사이비 종교에서 구출되어 뉴욕으로 온 키미 슈미트. 종말했다고 믿었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초긍정녀 키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저것만 보면 무슨 구해줘인간극장이나 극한직업(영화 말고 다큐) 아니면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 않나????? 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해내는 주인공의 눈물겨운 드라마인가…하고 클릭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크리스마스 장면이 나와서 내가 뭘 잘못 눌렀나😨 했다. 심지어 그 크리스마스 장면은 얼마 나오지도 않음. 키미 슈미트가 바로 구출되기 때문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키미 슈미트는 2006년 6월 6일 세상이 종말한다는 사이비 교주에게 속아(????) 지하 벙커에 갇혀 15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극적으로 구조되는데, 고향에서 정착해 사는 대신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함께 벙커 생활을 했던 친구들(이라고 쓰긴 쓰는데 친구들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음)과 헤어진다. 집을 구하고 룸메이트를 구하고 직장을 구하면서 온갖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사실 키미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데다가 그냥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평범한 인물 자체가 없다. 하나같이 다 도라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처: 뉴욕타임즈. 키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머금은 옷차림. 캬 진짜 나는 태어나서 이런 컬러 한번도 안입어본듯함.
이런 표정이 일상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왼쪽은 시즌1 1회에서 '자기 방'이 생겼다고 기뻐하는 키미. 오른쪽은 시즌2 1회에서 햄버거를 먹으러 간 키미.

하지만 '이상하다'고 쓴 건 사실 '다양하다'고 쓴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이상하니까. 그 이상함의 기준과 정도가 다른 것뿐. 모든 인간에게는 도라이로서의 면모가 어느 정도씩 있다는 걸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는 조금 과장해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 진짜 노답이넼ㅋㅋㅋㅋ 하며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 노답인 부분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고, 어떤 점들은 일반적인 대중의 특성이기도 하다는 거다. 주목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굉장히 강한 키미의 룸메이트 타이투스를 시리즈 안에서만 보면 어쩌면 저렇게 관심받는 걸 좋아하지 싶지만, 사실 세상에는 타이투스보다 더한 사람이 끔찍히도 많지 않나. 유튜브만 열어봐도...(이하 생략) 외관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재클린이나 입만 열면 정치인들을 욕하는 릴리안도 마찬가지.

 

아메리카 원주민이지만 '성공하기 위해서' 백인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꾼 재클린과
키미가 사는 집의 주인인 릴리안. 젠트리피케이션의 반대자.

매회 어이없는 일이 펼쳐지며, 인물의 대사 하나하나가 다 어이없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정신나간소리 1 뒤에 정신나간소리 2 정신나간소리 3 정신나간소리 4가 쭉 이어지는데 사실 그 정신나간소리들의 대부분은 현실비판과 풍자다. 근데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을 여유가 없을 만큼 리듬이 빠르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네가 원하는 걸,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기 때문에(물론 그 '네가 원하는 것'이 '남들은 영 원하지 않는 것'일 때는 문제가 생긴다. 재클린이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것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극 속에서 자주 반복되는, "Females are strong as hell"이라는 말도 좋다!!!!! 키미처럼 맑고 밝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hell이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그레이스와 캐런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마리를 위해 애쓰듯이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는 키미가 자기 주변의 또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거다. 그런 '애쓰는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hell만큼 강해지는 거니까.

 

아직 시즌2 4회까지밖에 안봤는데 5회 제목이 '키미 포기하다!'라서 약간 긴장되지만, 낚시일 거라고 95% 정도 확신하면서ㅋㅋㅋㅋ 남은 시즌들과 에피소드들도 계속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거 두개 다 보고 나면 또 뭘 볼지도 골라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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