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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고독한 미식가

[s8 ep1] 요코하마 중화거리의 광둥요리: 오리튀김+솥밥+새우완탕면+통닭!

어제 채널J에서 우연히 시즌8 네 번째 에피소드 재방을 보다가 오랜만에 시즌8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나는 고독한미식가를 시즌5때 처음 보게 되어 5시즌 보고 6시즌 보고 7시즌 보고 그다음에 시즌1, 2, 3, 4를 보며시즌8 시작을 기다렸었다. 시즌8이 도라마코리아에 올라오던 날 직장에서 저녁 시간에 저녁은 대충 때우고 고기 만두먹는 고로상을 보며 그날의 유일한 행복을 느꼈었지ㅠㅠ 첫 번째 에피소드 보다가 고로상의 행복한 표정을 이렇게 보기만 하는 걸로 끝낼 수는 없다 싶어 블로그에 올려봄. (항상 감사합니다 도라마코리아ㅠㅠㅠㅠㅠ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ㅠㅠㅠㅠㅠ)

 

 

고로상을 만나기 전(!!!!!)의 나는 먹는다는 것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만-'즐겁게 먹는다'고 보인 적도, '먹는 것이 행복이다'라고 느낀 적도 별로 없다. 살아야 하니까 먹고 습관적으로 먹고 배를 채우려 먹는 뭐 그런 식이었는데 어쨌든 뱃속으로 들어가면 다 섞이고 분해되는 거니까 특별히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의지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또 있으면 먹는 거고 없으면 안 먹다는 식으로 입이 짧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는데 있으면 많이 먹는다는 식이라 참 미식의 관점에서는 미개한 인간. 당연히 온갖 먹방에도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고독한미식가를 보게 됐는데, 보기 전엔 '그냥 먹방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가 보고 나서 되게 놀랐다. 고로상의 인간적 면모나 직업적 측면이나 인간 관계 등등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 드라마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맛있는 것을 먹는 고로상'이었고, 그 '맛있는 것'을 먹기 전의 고로상은 그날 하루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하고 지친 사람이 다시 힘을 내기 위해서 무언가를 먹는데, 그 '무언가'가 이 사람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에, 이 사람은 그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찾고 신중히 고르고 성실히 즐기고 행복하게 향유한다. 그 모습이 그때의 나에게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먹는 것'이 너무 중요한 사람인데, 사실 이 사람에게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고 그 열심히 사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라는 것.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배가 고프고, 또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러니까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고독한미식가를 볼 때 음식보다 고로상에게 훨씬 눈길이 많이 간다(안 그랬던 게 바로 그 시즌8 네 번째 에피소드. 그 때는 그 카스텔라 팬케이크가 너무 강렬해서ㅠㅠㅠㅠㅠ 수많은 음식들이 나왔지만 나의 페이보릿은 그것이닼ㅋㅋㅋㅋ). 맛있어보이는 음식도 보기 좋지만 그 음식을 고르려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음식을 열심히 먹으며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고로상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 엄청 비싼 음식, 엄청 그럴 듯한 음식, 엄청 있어 보이는 음식을 파는 식당 대신 소박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드라마에서는 '서민적인 식당'이라고 말하기도 하는-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 '성실한 노동자'의 모습이 구현된 결과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내게 고독한미식가는 '먹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자기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고독한미식가를 볼 때의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건 음식을 대하는 고로상의 태도와 모습.

 

 

시즌8의 첫 회 역시 '너무 즐겁게 행복하게 기쁘게' 먹는 고로상 때문에 매우 재미있게 봤던 에피소드. 이야기는 요코하마 중화거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고로상은 고기만두를 먼저 먹는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화가 날 때쯤 고기만두를 먹으며 마음을 달랜다. 클라이언트나쁜노믜쟈식…하는 느낌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만두를 베어먹으며 다시 기운을 차리는 고로상 너무 좋아서 첫 회 시작부터 좋았음. '고기만두가 맛있는 계절이 됐다'니 참, 시간에 대한 표현 하나도 없이 저렇게 계절을 나타낸 게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더이상 낮에도 덥지 않고, 아침에는 좀 쌀쌀하고, 찬 것이 슬슬 부담스러워지는 때, 아마 지금 혹은 지금보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1회에서 고로상은 점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테리어 주문을 받는데, 이 클라이언트는 고로상의 점을 봐주고 (예상 가능하듯이) 대부분의 내용을 틀린다. 그리고는 길한 방향을 말해주는데, (역시 예상 가능하듯이22222) 이거슨 업무 이후 나올 식당에 대한 복선 아닌 복선.

 

 

배고픈 고로상은 중국 대만 홍콩 등등 '중화요리'가 즐비한 거리를 헤매는데, 식당이 나오기 전 헤매며 고뇌하는 고로상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독한미식가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낰ㅋㅋㅋㅋ 먹고 싶은 것을 확실히 정한 고로상이 '그것을 파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뭐든 먹어야겠다'고 결심한 고로상이 '뭐가 제일 맛있을까? 지금 나는 뭘 먹어야 할까?? 뭐가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할까???'를 되뇌이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에피소드들도 그만큼 재미있다. 고독한미식가를 처음 볼 때는 저게 뭐 저토록 진지하게 고민할 일인가 그냥 대충 아무거나 먹지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런 고로상의 태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하루를 대충 만들지 않겠다는 것 같아서. 자신이 먹는 것, 보는 것, 자는 것, 뭐 하나 대충 아무거나 되는 대로 하지 않겠다는 그 태도가 부럽다. 나는 진짜 대충 아무거나 되는 대로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보니까ㅠㅠ 그래서 내가 고로상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고민하던 고로상 앞에 나타난!!!!! 광둥요릿집!!!!! 

 

식당 앞 메뉴판의 새우완탕면과 솥밥에 깊은 인상을 받은 고로상은 가게 안쪽 풍경을 살펴보고,

 

 

마음을 결정ㅋ '혼밥에 좋아 보이는 카운터'라니, 선택의 기준도 멋지다고요 고로상ㅠㅠ 무언가를 먹는 '분위기'도 결국 그 '무언가를 먹음'과 하나임을 잘 보여준달까. 배고픈 고로상은 솥밥과 새우완탕면을 시키러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의 고로상답게 그거만 먹고 나올 리가 없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저것 더 먹어야 함.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이 통닭!

 

 

그리고 '오리 파삭파삭 구이'!!!!! 이름만 들어도 엄청 씹는 맛이 좋을 것 같은 요맄ㅋㅋㅋㅋ 안주처럼 오리고기를 시켜서 먹는 손님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면서 주문을 업데이트하는 고로상 너무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 숨어서 보지 않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을 마시지 않는 고로상은 항상 마시는 우롱차를 주문한다. 고로상때문에 나도 어디 가면 우롱차가 주문하고 싶어질 정도이지만 아직 해본 적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의 일반음식점에서 '음료는 우롱차로 주세요' 하면 주문받으시는 분이 대황당해하실듯…

 

 

다른 손님이 시킨 통닭소금찜을 또다시 눈여겨보며(왜냐하면 아직 통닭소금찜은 안시켰기 때문ㅋㅋㅋㅋㅋ 이때까지는 새우완탕면+솥밥+오리튀김을 주문했음) 앞으로 통닭소금찜을 시키겠다는 의지를 속으로 다지고

 



오리튀김과 새우완탕면과 솥밥을 차례로 받아 먹은 후 통닭까지 시켜먹는다. 도대체 저 설레는 표정 어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도 봐도 볼때마다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날 고로상이 먹는 것은 이렇게 네 가지 요리. 나의 픽은 통닭소금찜구이다. 이거 처음 화면에 잡힐 때 너무 맛있어보여서 '와 역시 첫 번째 에피소드라 엄청 강하네;;;;;'라고 생각함. 그리고 오리파삭파삭튀김은 이걸 씹어먹는 고로상의 소리가 너무 맛있게 들려서 감탄함.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때문에 더 맛있을 것처럼 느껴졌던 음식이다. 

 

 

하지만 솥밥과 새우완탕면도 당연히 맛있겠지. 특히나 새우완탕면을 먹을 때 고로상이 이런 얘기를 했던 걸로 보면, 새우완탕면도 엄청날듯. 면도 매우 맛있다고 했었으니까.

 

 

에피소드가 끝나갈 때쯤에는 고로상이 이날 자신의 선택을 평가하면서 뿌듯해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도 고독한미식가를 처음 볼 떄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부분. 나는 무언가를 먹고 나서 '오늘 내가 정말 좋은 선택을 했다. 잘했다.'라고 스스로 만족해본 적이 얼마나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꼭 먹는 것뿐만이 아니다. 하룻동안 이런저런 선택들을 하는데, 그 선택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나에게 과연 있었나. 하나의 선택 다음의 선택, 또 그 다음의 선택, 또 그 다음다음의 선택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와중에 파묻혀 내가 내린 선택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어떤 선택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휩쓸려가고 말아버리기 때문에 안그래도 정신 없는 내 삶은 더 정신없어지고 더더 정신없어지고 더더더 정신없어지고…그러는데,

 

'오늘 일하고 먹는 것' 하나도 자신의 행복감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신중하게 고르고, 그러면서도 늘 먹던 뻔한 것만 고르는 대신 나름의 도전을 하고, 그 도전에서 성취감을 얻고,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오늘도 좋은 선택을 했다는 만족감을 만들고, 그렇게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채워가는 고로상이 정말 대단해보이고 부러워보이고, 참 좋아 보였다. 이 이유 때문에 내가 고독한미식가를 지금처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싶음. 

 

이날 고로상이 자신의 선택에 뿌듯함을 느끼는 장면도 참 좋았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정말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거 정말 나에게는 너무 드문 일인데 휴. 하지만 나는 이미 늦었으므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고로상처럼 살았으면 좋겠음!!!!!

 

 

계산하는 고로상. 고독한미식가 이외의 일드를 즐겨보는 시청자가 아니다보니(사실 드라마 자체를 잘 안봄. 최근 몇년 동안 매회 다 본 것은 왓쳐와 낭닥2뿐이고 당연히 한석규아저씨 때문…) 맨 처음 계산하는 장면 보고 '아니 현금? 아니 동전? 저 동전지갑 무엇?????'하면서 매우 당황했었다. 지금도 저렇게 현금으로 계산하는 모습 볼 때마다 신기하다. 현금으로 뭐 결제해본 지 까마득한데 말이다.

 

여튼 고로상 5000엔 내고 290엔 거슬러받은 후 저 옆 직원분이 들고 있는 통닭 포장한 것도 소중히 받으시고!

 

 

행복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 이날의 만족스러운 식사를 되새김. 이 부분이 또 좋아서 에피소드 끝날 때까지 다 본다. '다 먹었으니까 됐어'하고 중간에 그만 보면 고독한미식가를 끝까지 즐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함. 계산하고 '감사합니다'라는 주인분의 인사를 들은 후, 기쁜 표정으로 또다시 갈 길을 떠나는 고로상의 뒷모습을 보며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라는 엔딩 타이틀 음악까지 들어야 배부른 기분으로 종료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뒤에 나오는 '불쑥 쿠스미'는 가끔 건너뛰기도 한다. 대부분은 보지만. 참고로 '불쑥 쿠스미'는 고독한미식가의 원작자-정확히는 원작의 스토리작가인 쿠스미씨가 에피소드에 나왔던 그 식당에 가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내용. 픽션의 VJ특공대화랄까…) 

 

이날도 대길을 맞췄다(하지만 맞춤법에 맞게 쓰려면 '맞혔다'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음)라고 즐거워하는 고로상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아 잘 봤다'는 기분이 들었다. 좋은 선택을 한 고로상, 좋은 선택을 한 나, 모두 다 좋은 선택 XD

 

 

다음에는 두 번째 에피소드를 포스팅하거나 시즌7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포스팅해보는 걸로…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늘 도라마코리아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도라마코리아 짱짱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라마코리아의 모든 직원분들 덜 일하시고 더 버시고 세상 축복 왕창 받으세요 흑흑흑흑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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