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20. 4. 15. 21:02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내일이 4월 16일이다. 2014년 이후로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4월 16일. 늘 이즈음이면 슬퍼지지만 오늘은 하필 선거일이라 더 심란하다. 그 배가 물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봤던 게 겨우 6년 전인데, 유가족분들께 막말을 하고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려 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던 이들은 여전히 잘들 살아있는 것 같고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고만고만한 수준의 정규교육을 받고 비슷한 문화를 접하며 살아갈텐데, 어쩌면 이렇게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많이 서글프다.

연초에 왼쪽 손목에 끼고 다니는 세월호 팔찌가 많이 낡았음을 깨달았다. 6년간 세 번 정도 팔찌를 바꿔 끼었는데, 마지막으로 끼고 다닌 팔찌는 2016년부터 끼던 것이다. 그때 50개 정도를 한꺼번에 샀다가 2016년과 2017년에 직장에서 나눔했었다. 그때 여분을 남겨두지 않아서 새 팔찌가 없던 터라 오랜만에 팔찌를 새로 샀고, 스티커와 뱃지도 함께 샀다. 

새 팔찌를 끼면서 여전히 이걸 판매해주셔서,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스티커를 잘 보이는 데 붙여야겠다 싶어 노트북에 키보드 아래 붙였는데 진짜로 올해 노트북을 보는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새 팔찌와 스티커와 뱃지. 팔찌에는 'REMEMBER 0416'이 새겨져 있다.

구입한 곳은 '잊지말라0416'.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을 판매해주시는 곳이다. 링크는 "여기". 들어갈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ㅠㅠ

오랜만에 노란리본도 만들었다. 이것도 2016년 이후 처음이다. 2016년에 많이 만들었던 걸 2016년, 2017년에 직장에서 나눔한 이후 새로 만들지 않았었다. 군번줄은 인터넷으로 사고, 노란EVA는 동네 문구점에서 샀다.

문구점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알파문구에서. 하나에 800원짜리 노란색 EVA.

사실 만드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EVA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가운데를 글루건으로 붙이면 됨. 처음에는 하나에 3미리 정도로 자르다가 아 이거 아니다 싶어 5미리 정도로 잘랐다.

바닥 안 다치게 이면지 깔아놓고 자른 다음 다이소 글루건으로 하나하나 붙임.

그냥 붙이기만 하면 이 아래 같은 모양이 된다.

끝부분을 리본의 다른 쪽 끝과 평행하게 잘라준 다음 군번줄에 끼우면 끝.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지 절대 어렵지 않다.

하나 만들고, 1차로 저만큼(가운데) 만들고, 2차로 저만큼(오른쪽) 만듦.

이 아래의 리본들이 한 100개 정도? 막상 담아놓으면 생각보다 부피가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한 300개 정도 만든 듯. 

올해도 직장에서 나눔하려 했는데, 코로나때문에 어렵게 되어서ㅠㅠ 다음 혹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아쉽지만 그래도 우선은 내 출근 가방과 에코백과 이런저런 것들에 걸어두었다.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니 기회가 있겠지.

그리고 아까는 유튜브에서 오늘 올라온 PD수첩 영상을 봤다. 클립이 세 개 올라왔는데, 첫 번째 클립 제목이 '세월호 골든타임 101분의 재구성'이다. 제목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101분이라니 세상에. 그렇게 시간이 있었는데. 중간에 단원고 학생들의 영상과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데, 처음 보는 게 아닌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화가 났다. 아, 진짜 도대체 뭘 한거야 이 인간들아, 그리고 나는 또 뭘 한 거야.

오전 8시 52분에 전화한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물어보고 있다……아 진짜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
아 진짜 이거 어떡할 거며…뭘 어떻게 한 거냐고…

두 번째 클립 뒷부분에 유가족분이 나오셔서 아들 이야기를 하시고, 아들이 그날 오전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자신(=아버지)이 다른 통화를 하느라 받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아 진짜…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그리고 그 뒷부분에는 4·16가족합창단 분들이 '네버엔딩 스토리'를 부르시는데, 아

그래서 지금 계속 승열오라버니의 A Letter From을 돌려 듣고 있다. 2015년 EBS SPACE 공감에서 불러주셨던 버전으로.


그날 이후 다른 우주가 시작됐다. 남겨진 모든 사람들에게.

틀어주실 리 없을 것 같고 생방을 듣기도 힘들겠지만 내일 세음행에 신청곡으로 써놓고 자야지. 오늘따라 이 가사가 마음을 파고든다. 세상은 내 마음만큼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든간 나는 그때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많은 것들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이해하기 싫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나라도 잊지 않고, 계속 잊지 말자고 해야지. 그래야지. 그날로부터 하루도 잊지 않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내일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때보다 덜 부끄럽게 살려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