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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 1 정주행 완료 (1)

시리즈 제목이자 주인공, 바로 이 사람.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홀러.

 

넷플릭스 드라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 1. 생각보다 정주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1, 2회 때 특히 진도가 잘 안 나갔다. 책도 시리즈도 여러 편을 동시에 보는 내 나쁜 습성 때문이기도 하고;; 정주행을 마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초반에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공인 미키 홀러는 정신없어 보였고 초반에는 막무가내처럼 보이기도 했다. 1회 앞부분에서 매기와 로나가 통화를 할 때는 '전 남편을 두고 전 부인 두 명이 싸우는 얘기인가...그러면 안 보고 싶은데😑'라는 기분이었고(다행히 전혀 그렇지 않았음) 매기가 이지를 견제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좀 으읭 했었다. 기본적으로 여자가 다른 여자를 싫어하는 서사를 좋아하지 않고 여자가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여자랑 싸우는 서사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기 때문.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를 이끄는 '트레버 엘리엇 사건'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미키 홀러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된 후부터는 진도가 그런대로 잘 나갔다. '여자가 다른 여자를 싫어하는 서사'도, '여자들이 한 남자를 두고 서로 싸우는 서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쭉 보다 보니까 괜찮은 캐릭터들도 여럿 있었고. 등장 인물에 대한 얘기부터 구체적으로 해보자면...

 

 

 

(지금부터는 스포 왕창)

 

사진을 좀 찾아보려고 검색하다가 굳이 내가 뭘 새로 쓰지 않아도 되겠잖아? 라는 생각이 들게 해 주는 자료들을 넷플릭스 TUDUM에서 찾게 되어서 이 자료들을 좀 참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출처는 넷플릭스 TUDUM, 그러니까 '여기'.

 

이미지 출처는 https://www.netflix.com/tudum/articles/lincoln-lawyer-relationships-map이며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넘어감.

 

이 위의 이미지는 시즌 1의 등장 인물들을 가장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 주인공인 미키 홀러를 중심으로 매기와 헤일리(가족), 로나와 시스코와 이지(직장 동료들 또는 사무실 직원들), 제리(이 모든 일의 원인), 트레버 엘리엇(미키의 짐)이 간결하게 설명되어 있다.

 

저 사진에는 미키 홀러가 꽤 여유로운 사람처럼 나와 있는데 사실 미키 홀러는 시리즈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곸ㅋ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 해결하랴 음모 파헤치랴 자기 죽이러 오는 사람에게서 도망치랴 엄청 바쁘다. 그 와중에 헤일리도 만나야 하고 매기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괜찮아졌다 어색해졌다 풀렸다 완전 엉켰다 해야 함. 뭐 주인공이니 어쩔 수 없지...어쨌든간 미키 홀러는 변호사다.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 이 시리즈의 타이틀인 '링컨 차를 타고 다니는 변호사' 본인이 미키 홀러.

 

미키 홀러는 LA의 유능한 변호사(라고 스스로 자부함)이며 자신이 맡은 의뢰인들이 무죄를 선고받게 해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그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변호사였고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꽤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승승장구하던 중 '이거슨 반드시 무죄!!!!!'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키는 큰 좌절감에 빠져 절제된 삶을 잃어버리고 정신 못차리며 지내다가 서핑 사고를 당한다😐 재활 과정에서 진통제에 의존하다가 약물(옥시코돈이라고 함) 중독에 빠지고😶😶 일을 그만둔 채 재활을 하며 지낸다. 그 과정에서 아내 매기와 이혼함. '너무 외로워서(가 이유였다고 시리즈 내에서 언급함)' 사무실 직원인 로나와 결혼했다가 또 이혼. 그래서 그의 핸드폰에는 매기가 첫 번째 아내로, 로나가 두 번째 아내로 저장되어 있다. 이혼한 후에도 미키는 여전히 매기를 사랑하고 로나를 아끼며, 미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 리스트에는 저 둘과 미키의 딸인 헤일리가 포함되어 있다.

 

왼쪽이 매기와 미키, 오른쪽은 로나와 미키.

그러던 중 동료 변호사인 제리 빈센트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제리의 사무실을 상속받게 되는 사람이 바로 미키 홀러. 따라서 미키는 제리가 맡고 있던 사건까지 다 이어받게 된다. 미키는 제리의 사무실과 사건을 모두 다 자신이 상속받겠다고 결정하고, 변호사로서 복귀한다. 그랬더니 법원에서 당장 재판에 나오라는 전화들이 쏟아지기 시작하곸ㅋㅋㅋ 그동안 제리가 맡았던 사건들을 제대로 검토해볼 시간도 없이 법원에 가야 하는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 (아니 저럴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음.)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내와 아내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게임회사 대표 트레버 엘리엇의 사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사건이므로 이걸 잘 처리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면 미키의 복귀가 성공적임을 확실히 보여주게 되는 것. 그러려면 트레버 엘리엇이 죽은 제리를 대신할 변호사로 미키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미키는 트레버에게 자신이 유능한 변호사임을 어필해야 하는 상황. 여기까지가 1화 초반까지 나오는 내용.

 

태어나서 처음 만난 사람의 재판을 내일까지 준비해야 하고, 기껏 찾아갔더니 자기 얼굴도 안쳐다보며 싸가지없게 말하는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극한직업인가요...

 

이지의 사건을 잘 해결한 미키는 이지에게 운전기사를 맡아달라고 하며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역시 사람이 운전면허는 있고 볼 일이야.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차 안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변호사라서, 기사가 필요했던 상황. 예전에도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피의자를 기사로 채용했었다고 하고. 다행히 이지는 운전도 잘하고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며 미키와의 케미도 잘 맞는 편이다. 초반에는 로나가 이지를 좀 마뜩찮아 하지만 이후에는 그런 장면도 보이지 않음.  그리고 트레버도 제리에게 사건을 맡기겠다고 하면서, 1회가 끝난다.

보답하겠다고 했다가 미키에게 엮인 이지. 하지만 뭐 무죄 판결도 받았고 일자리도 구했으니 잘 된 셈인 것 같기도......

 

이렇게 내용을 쭉 정리하니까 집중해서 잘 본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1회를 볼 때 가장 진도가 안 나갔다. 조금 보다가 멈추고 딴 거 봤다가 한참 시간 지난 후 다시 보다가 또 딴 거 보다가 한참 시간 후 다시 보다가...했었음. 초반에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유려하게 이어진다기보다는 좀 끊기는 느낌이 들었고, 별로 긴장감이 없어서 크게 몰입되지 않았다. 1회 시작이 해변에서 멍때리고 있는 미키의 모습인데, (그 전에 제리가 총을 맞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미키가 나오니까 읭 저 사람이 주인공 같은데 그러면 아까 죽은 사람은 뭐지... 주인공이 저 총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건가... 했다가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트레버 엘리엇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첫 장면에 대한 생각을 안 했었다. 근데 시리즈를 다 본 후 생각해보니 제리의 죽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던 게 맞았음ㄷㄷㄷ)

 

이렇게 좋은 바다와 그러든 말든 우울해보이는 미키 홀러...

미키는 해변에서 저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자신을 찾는 로나의 전화를 받는다. 핸드폰에 뜨는 이름은 Second Wife. 첫 번째도 있고 두 번째도 있고 세 번째도 있는 건가...싶어 뭐임-_- 하는 기분이 한 번 들었고. 전화를 건 로나가 잔소리 같은 말을 조금 하려고 하니까 바로 핸드폰에서 귀를 뗀다. 그리고 로나는 휴대폰 떼는 거 모를 거 같냐며 하지 말라고 혼내고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은 당신 사무소 관리하는 사람이지만 때때로 엄마 같다는 말을 한다. 시리즈가 시작된 지 3분도 안됐을 때 자기 스스로 캐릭터 소개를 하는 격.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로나가 미키에게 '판사가 지금 너를 찾고 있다'고 한다며 여성 판사가 자기 사무실로 사람을 부를 때는 1) 재판으로 엮였거나 2) 사적으로 엮였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면서 일 년 간 재판 하나 하지 않은 미키를 재판 관련된 일로 부를 리 없으니 사적인 일로 부르지 않겠냐며 그 판사와 자는 사이냐고 물어본단 말이다. 그때 아 뭐임22 좀 지나친데-_- 싶은 생각이 들어 잠깐 플레이를 멈췄다. (더 볼까 말까 잠시 생각) 근데 시리즈를 다 보고 난 후 생각해보니 저게 또 떡밥이었어... 바로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판사가 미키를 부른 건 제리의 사무실을 이어받으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너무 쉽게 알 수 있지만, 전체를 다 보고 나면, 결국 자신이 미키와 '사적으로' 엮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던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처음에 엄청 설렁설렁 봤었던 1회 초반이 시리즈 전체에서 중요한 복선이었던 것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건 다 나중에 든 생각이고. 1화 처음 볼 때는 미키도 트레버도 그냥 그렇고 매기와 로나의 캐릭터도 잘 모르겠고 로나와 결혼하겠다는 시스코는 또 무슨 캐릭터인지 모르겠고(유능한 조사원이었음) 해서 계속 건성건성 보다가...미키가 딸인 헤일리와 말하며 '세상이 엉망진창임'을 토로하는 장면과 트레버 엘리엇 사건을 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로나를 설득하러 온 매기와 로나의 대화 장면에서 미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처음으로 생겼다. 바로 이 장면들.

 

법으로 명쾌하게 잘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세상이 사실은 난장판이었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싸우는, 두 손으로 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한 손으로 계속 싸우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그 사람이 싸움보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한 손을 묶어둔 채 싸우는 거죠.'라는 로나의 말도 참 인상적이었다. 파이팅 넘치는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라고 생각해서.

 

2회부터는 미키가 트레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와 또다른 에피소드들이 진행된다. 트레버 사건을 조사해가는 과정에서 미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제리의 죽음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을 거라 생각해 함께 조사한다. 그리고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트레버 사건보다 제리의 죽음이 시즌1에서 더 중요한 사건인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마지막회를 볼 때에야 깨닫게 된다. 1회에서 미키가 말했던, '난장판인 현실'이, 바로 시즌1에서 진행된 이 이야기 그 자체임을 알게 되는 것.

 

재판을 통해 결정되는 무죄 혹은 유죄란 진실과 다를 수도 있고, 오히려 거짓에 가까울 수도 있고, 법과 원칙이 잘 굴러간다는 걸 조금도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말인 건가 싶어서...마음이 좀 복잡했다. 물론 트레버 입장에서나 수석판사 입장에서나 결국은 다 권선징악이긴 하겠지만. (대놓고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뭐가 뭔 소린지 모르겠는 문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드네...절레절레절레)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회부터는 비교적 집중해서 봤고 미키의 사무소 사람들은 모두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줄줄 쓸 수 있는 시리즈였으니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인물/캐릭터에 대한 얘기는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쓰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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