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말에 '그해 읽은 책 리스트' 같은 걸 정리하곤 했다. 언젠가부터 게으름을 피우며 안했었는데 오랜만에 한번 연말 결산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2022년에는 책도 책이지만 OTT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시리즈들을 정주행하고 복습도 했었어서(사실 책을 많이 안 읽기도 했다...............흑흑흑흑흑) 책보다 시리즈와 영화를 정리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옵시디언에 나의 2022년 시리즈 & 영화 들을 쭉 정리해보기도 했고...(여기서 중요한 것은 올해 방영한/개봉한 영화나 시리즈 들이 아니라, 올해 내가 본 영화나 시리즈 들이라는 것. 따라서 올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TV 앞에서 많이도 딩굴거렸더니 생각보다 되게 많은 시리즈를 봐섴ㅋㅋㅋㅋㅋㅋㅋㅋ 주저리주저리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고. 좋아했던 것들 주로 써봐야겠다. 물론 지금은 쓰기 전이니까 이렇게 '짧게 쓸 것처럼' 주절대고 있지, 아마 쓰다보면 또 한정없이 길어질 것 같음...그러지 말자 나자신아 부디ㅠㅠㅠㅠㅠ
1. 굿플레이스(넷플릭스)
굿플레이스는 내가 2022년에 본 시리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고, 내 인생의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본 시리즈다. 맨 처음 넷플릭스에서 추천해주는 콘텐츠로 굿플레이스가 뜰 때는 열심히 외면했었다. 줄거리가 너무 재미없어 보였고 등장하는 배우들 중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크리스틴 벨이 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갘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에 가야 하는데 천국으로 잘못 간 사람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어떻게든 천국(=굿플레이스)에 남아있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아 되게 재미없을 것 같은데 왜 자꾸 추천해주는 거야😒😒😒 하며 불쾌해하기를 여러 날. 어느 날 이렇게까지 매번 추천한다면 한번 못이기는 척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하며 1회를 플레이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그 내용은 시즌1의 1회에 불과했음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깨달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엘리너가 치디에게 이렇게 빨리 진실을 고백할 줄 상상도 못했으니까. 시즌1 내내 엘리너가 치디에게 사실을 숨길 줄 알았지. 그리고 이후부터의 이야기들도...내가 상상한 대로 진행된 게 하나도 없었다.
대체 이 얘기 어디까지 가는 거지...하는 마음으로 쭉 따라갔는데, 시즌4를 볼 때는 한 회 한 회가 지나갈 때마다 남은 회차가 점점 줄어들어 간다는 게 아쉬워서ㅠㅠㅠㅠㅠㅠㅠ 빨리 다음 회를 보고 싶은 마음과 천천히 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 교차해 한 회를 두세번씩 돌려 봤던 것 같다. 시즌4의 마지막회는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울면서 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도 당기는 게 없을 때마다 자주 돌려본다. 엘리너 치디 너무 사랑스럽고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없게끔 완벽하게 마무리됐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더 여운이 남는다. 2023년에도 많은 시리즈들을 보겠지만, 굿플레이스만큼 마음에 드는 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2. 하트 브레이크 하이(넷플릭스)
하트브레이크 하이 좋다는 얘기를 예전에 근황글 쓰면서 한번 썼던 것 같은데...하트브레이크 하이는 굿플레이스 다음으로 2022년에 좋아했던 시리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아주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 켜놓고 뭐 볼까 고르다가(분명히 찜해둔 게 수천만개인데도 늘 NEW 메뉴에 가서 새 시리즈를 고르고 있음ㅋㅋㅋㅋㅋㅋ) '다음주 공개 콘텐츠'에서 하트브레이크 하이를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신작알림을 해놨었다. 그리고 1회 공개되자마자 플레이했는데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조금 있었다. 에이머리와 하퍼가 커다란 지도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내 안의 피씨러(피씨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존재)가 튀어나와 쟤들 지금 잘못하고 있다고!! 저러면 안된다고!! 에이머리와 하퍼를 보는 나를 마구 꾸짖었던 것. 이렇게 부도덕한 인물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 시리즈를 보는 데 귀한 시간을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 그만 봐야 되나...했는데,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에이머리에게 퀴니와 대런이 다가갈 때부터 시리즈가 재밌어지기 시작하더니(그러니까 아직 1회가 끝나지 않았을 때 이미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후로부터는 모든 얘기가 다 재미있었다. 에이머리와 하퍼는 물론이고 말라카이와 사샤와 캐쉬, 더스티(절레절레)와 스파이더(으이그)와 앤트(에라이) 삼총사, 조조 선생님과 대런 아빠와 캐쉬 할머니 등등, 여기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을 나름대로 다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역시 제일 좋은 캐릭터는 대런과 퀴니이며 대런은 2022년에 본 모든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함. (두 번째로 사랑스러운 인물(들)은 런온의 선겸이와 미주, 세 번째로 사랑스러운 인물은 옷소매 붉은끝동의 덕임조상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포라서 쓰기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지막 회에 대런과 캐쉬가 교실 안에서 함께 나오는 장면을 봤을 때는 진짜 눈물이 펑펑 나서 나도 깜짝 놀랐음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대런과 캐쉬를 사랑했었단 말이야???????? 하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믿을 수 없는 이야기(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포스팅을 연초에 했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를 다 보고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다. 나는 책도 인상적이었고 시리즈도 인상적이었다. 실화를 완전히 그대로 재현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극화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가해 장면을 포르노처럼 다루며 '사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시켜가는 한국의 많은 영화들과 달리(라고 쓰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런 영화들을 최대한 미꾸라지처럼 피하며 살고 있는 중임) 피해자인 마리의 감정 중심으로 서사를 밀고 나간 점, 포기하지 않고 범인을 잡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그레이스와 캐런을 마냥 선하고 강한 인물로만 다루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서로를 도우며 믿어가게 되는 과정을 그야말로 믿음직스럽게 그려낸 점, '젊고 예쁜 여자만 성폭력을 당한다(고 쓰려니 정말 토할 것 같은 기분임-_-)'는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성폭력임을 화면에 담아낸 점 등등...이 시리즈의 미덕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리가 형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을 영웅처럼 바라보는 방식으로 시리즈를 끝내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존재를 확인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시리즈를 끝낸 것도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여성들이 '웃지 않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성 배우들이 '웃는 얼굴'로 극에서 등장하는 데 익숙한 관객들은 '다들 너무 어둡고 칙칙하다'고 불평하겠지. 하지만 여성으로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지 않나, 여성으로 산다는 건 웃으며 사는 삶이라기보다는 웃음을 요구받으며 사는 삶에 가깝다는 것을. 인상 쓰지 말고, 미간 찌푸리지 말고, 기분 좋게 웃기를, 상황이 어떻든간에 미소를 잃지 않기를,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를, 강요당하는 게 여성의 삶에 가깝다는 것을.
캐런과 그레이스 둘다 너무 멋지고ㅠㅠ 메릿 위버를 보기 위해 그 땅에는 신이 없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봤음ㅋㅋㅋㅋ 2023년에는 봐야지. 토니 콜렛의 메마른 표정도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바웃어보이의 토니 콜렛과 전혀 다른 사람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쿠팡플레이)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이 2023년에 방송된다!!!!!!!!!!!!!!!!! 시즌2는 방영 기간에 실시간 정주행했었는데 시즌1은 사실 제대로 보지 못했었던지라 시즌3 시작 전에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봐야겠다 생각하고 정주행했다. 재미있게 잘 봤다. 이성경배우도 매력적이지만 서현진배우가 워낙 매력적인 데다가 양세종배우가 너무 잘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엨ㅋㅋㅋㅋㅋ 도인범과 윤서정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을 좋아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동주가 주인공이든 말든...)
사실 뭐 김사부 시리즈를 챙겨보는 이유는 딱 하나, 한석규배우님.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늘 한석규배우님이었다. 그 이후로 수십년을 살았는데도 한석규배우님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가 안 생긴다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고 인생 시리즈가 왓쳐인 것도 다 같은 이유지 뭐. 그나저나 시즌3에도 윤서정과 강동주와 도인범은 안나온다는데...윤서정과 강동주는 어렵겠지만(ㅠㅠㅠㅠ) 도인범은 좀 나왔으면 좋겠다...뭐 차은재와 윤아름과 서우진도 좋지만......아 무엇보다 박민국 꼭 나와야 합니다. 시즌2 최고의 러브라인은 서우진-차은재나 윤아름-박은탁이 아니라 박민국💖김사부였으므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런온(넷플릭스), 구경이(넷플릭스), 옷소매 붉은 끝동(쿠팡플레이)
1-4까지는 순위를 매겼는데 5는 도저히 못매기겠네ㅠㅠ 그래서 결국 런온, 구경이, 옷소매 붉은 끝동을 모두다 BEST 5에 집어넣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중에서 제일 빠르게 달린 건 런온이었고, 제일 복습을 많이 했던 건 옷소매 붉은 끝동이었다(물론 앞부분만...뒷부분은 슬퍼서 복습을 할 수가 없었다. 16회와 17회는 생각만 해도 슬프네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런온과 옷소매에 대한 포스팅은 여러번 했으니 오늘은 구경이 얘기만 좀 쓰자면...
구경이는 본방을 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노력했었던' 시리즈다. 그러니까 JTBC 본방 1회 말이다. 이영애배우의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었으니까. 근데 1회가 정말 큰 장벽이었다. 이 고등학생들은 구경이 선배랑 무슨 상관이며 구경이 선배가 맡은 사건과는 또 무슨 상관이지...하면서 보는데 계속 주의가 흐트러졌다. 집중이 잘 안 되고. 그래서 결국 본방 1회를 보다가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후 넷플릭스에 구경이가 올라온 걸 보고 '다시 봐보자'고 여러 차례 시도했었는데, 잘 안 됐다. 그러다 구경이 선배 이야기=현재, 고등학생들 이야기=과거라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 겨우 집중이 되기 시작했는데 이미 12월이 되어 있었다. 절레절레.
구경이를 칭송하는 게시물을 SNS에서 워낙 많이 봤던지라, 나도 이걸 좋아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또 기대만큼 엄청 내 취향은 아니어서, 아 나는 왜 구경이가 많이 안 좋지...구경이선배는 좋은데 구경이라는 작품 자체가 엄청 좋진 않네...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사람 앞일도 모르는 주제에 건방지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9회부터 구경이를 엄청 좋아하게 됐기 때문. 이후부터는 구경이선배와 케이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평행우주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12회까지 달려갔고 지금은 시즌2가 꼭 나오기를 바라는 중이다. 시리즈 안되면 영화라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저 시리즈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도 시리즈 하나에 열개씩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와르르 몰아서 해버렸네...어쩔 수 없다. 오늘은 베스트 5를 리스트업만 하려고 했으니까(라고 써놓고 일곱 개를 꼽아놓았음ㅋㅋㅋㅋㅋㅋ 나새키 진짜 절레절레...). 위에서 언급한 시리즈들 이외에 올해 정주행을 끝낸 시리즈들을 제목만 쭉 나열해놓자면,
🌟🌟🌟🌟+1/2: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 퀸, 미란다, 프렌즈, 착한 신도, 지옥, 이글레시아스 선생의 즐거운 교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2/1: 범죄의 재구성, 스위트 매그놀리아, 링컨 차를 탄 변호사,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러시아 인형처럼, 네 이웃의 비밀
🌟🌟🌟: 소년심판, 그레이트 뉴스, 신이 선택한 바보, 모르몬교 살인사건, 알카세르 살인사건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것들 중에는...엄청 오래 보고 있는 빅뱅이론/플래쉬/오렌지이즈더뉴블랙/블랙리스트/길모어 걸스, 거의 끝나가는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4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매니페스트가 있다. 새해에는 블랙어스라이징/웬즈데이/그레이스/글로우/뒷자리의 문제아들/작은 아씨들/빨간머리 앤/블러드 앤 워터/그레이스 앤 프랭키/오 할리우드/몰디브/여총리 비르기트/뉴암스테르담/블러드 시스터즈/코민스키 메소드/더 체어/마인/더글로리...를 우선(????????????)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음. 이 중 어떤 것이 2023년의 굿플레이스가 될지, 아니면 좀더 시간이 지나야 2023년 최고의 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지는 2023년을 살아봐야 알 수 있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