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렐러 아카데미 마지막 시즌…아니 이렇게 끝내면 어떡해요ㅠㅠㅠㅠ

2024. 8. 11. 14:45흔드는 바람/보고

그렇다 요즘 나의 심정이다ㅠㅠㅠㅠㅠ

 

엄브렐러 아카데미 마지막 시즌을 다 봤다. 생각보다 너무 슬퍼서 시즌1 첫회부터 다시 보고 있다(물론 첫회부터 다시 보는 게 처음은 아니다). 특히나 마지막회는 너무너무 슬퍼서 맨 마지막 20분 정도는 멍한 기분이었다. 아 그렇지, 이럴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끝난다고…? 정말 이렇게 끝내버린다고……?

 
 
(지금부터는 그냥 마구마구 스포)
 
 
예상할 수 없는 결말이 아닌 건 맞다. 시즌1 마지막회를 봤을 때의 놀라움도 이런 거였으니까: 읭 결국 못 막는 거야? 얘들이 다시 모여도, 마음을 합쳐도, 온갖 힘을 다해도, 끝나기로 한 건 끝나는 거고 바꿀 수 없는 건 못 바꾸는 거야…? 근데 이거 수퍼히어로물이잖아. 이 사람들 모두 히어로잖아. 그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되는……거………아냐? 파이브의 힘을 빌려 모두에게 아무 일도 없던 때로 돌아가버린다면야, 다 해결되겠지만…………

이라는 생각을 2회 마지막회를 보면서도 했다. 다들 능력을 잃고 또다른 타임라인으로 옮겨온 3회 마지막회를 볼 때야 저 생각을 안했지만. 그래도 뭐 하그리브스 영감(!)이 같은 타임라인대에 멀쩡히 존재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능력을 다시 찾아서 또 다시 세상을 구하려고 애쓸 줄 알았지.

3회 마지막회에서 돌아간 곳에 앨리슨의 딸-클레어가 있긴 했지만 레이와 클레어가 같이 있었으니까, 그곳이 원래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존재하던 타임라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타임라인이 어떻게 겹쳤든지, 하그리브스 영감이 앨리슨과 손을 잡은 덕분(;;;)에 앨리슨이 원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타임라인으로 끌어온 거겠지 했다. 그래서 시즌4도 정신 없이 우당탕탕하면서 세상을 구하다가 각자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걸로 유쾌하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마지막 시즌이라고 이렇게 다게다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 이런그렇다면 매 시즌마다 세상을 구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다 더 큰 재앙으로 돌아왔던 것도(말잇못)

 

시즌1 마지막의, 온 세상을 불에 덮은 화염.

 
 
그렇다면 애초에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것 아닌가. 이들이 존재함으로써 하나여야 할 타임라인이 조각조각 붕괴됐고, 그럼으로써 시작된 혼란이 점차 커지고 커져 세계가 멸망에 이르게 되는 거라면, 루서와 디에고와 앨리슨과 클라우스와 파이브와 벤과 바냐/빅터의 탄생 자체가 세계의 붕괴라는 거잖아. 그래서 이들의 존재 자체를 아예 없애지 않으면, 세상은 필연적으로 끝나버린다는 것이고, 그런데
 
아니ㅠㅠ 세상에ㅠㅠㅠㅠ 이런 게 어딨어ㅠㅠㅠㅠㅠㅠㅠ 주인공들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것도 내가 네 시즌 동안 애정을 가지고 봤던 이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을(물론 다들 모자란 점은 있지만) 흔적 없이 지워버려야 세계가 원래의 궤도로 돌아간다니 그러면 이 이야기는 대체 왜 존재하는 거냐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부터 이들이 없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세계에 이들이 나타나서 ‘아무 일’이 마구마구 발생했다는 거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마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디에고가 한 이 말이ㅠㅠ 진짜였던 거입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지고, 

결국 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여운에 잠겨 있다. 상견니 정주행을 끝났을 때나 옷소매 붉은 끝동 마지막회를 봤던 때의 상태와 약간 비슷하긴 한데, 그 작품들은 결말이 엄청 슬플 거라는 걸 미리 다 알고 봤지만 이번엔 조금의 짐작도 못한 상태에서 당한(!!!!!!!!) 것이다보니 오히려 지금이 더 슬프다. 게다가 상견니는 영화라도 나왔고 옷소매는 역사적 사실이기라도 하지,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칠남매와 라일라와 제니퍼가 완전히 다 정화의 불길 속에 먹혀버렸기 때문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후의 이야기 같은 거 나올 수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24년 8월 8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잖아 나쁜사람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또 어떻게 보면, 이런 면에서(그러니까 '닫힌 결말'로 얘기를 완전히 끝내버렸다는 면에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꽤 정직한(!) 콘텐츠다 싶기도 하다. 콘텐츠 그 자체이기도 한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존재 자체가 세계 멸망의 원인이었음을 인정(!)하고, 그들의 존재를 무無로 돌림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결말이란...어쩌면 굉장히 용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편으론 들기 때문에. (나의 슬픔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시간 이동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구하려 노력하는 ‘수퍼히어로들’의 얘기를 계속 뽑을 수도 있을텐데, 그러지 않는 거니까...
 

애초에 파이브의 이 제안으로 이들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니...

 

라고 생각하며 결말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엔 아직 슬픈 마음이 크기 때문에ㅠㅠㅠㅠㅠㅠㅠ 이 '시간 이동'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써야지. 마지막 시즌 끝나면 시즌별 리뷰나 회차별 리뷰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시즌4 보기 전엔 잠깐 했었는데, 이건 뭐 이렇게 슬픈 결론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 시즌별 리뷰 어떻게 씁니까ㅠㅠㅠㅠ 우선은 클라우스(엉엉)빅터앨리슨루서벤디에고라일라파이브를 마음에서 잘 보내주기나 해야겠다...


 
 
 
 
+

 
1. 그나저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벤과 제니퍼가 융합된 괴생명체;;;;가 눈앞까지 쳐들어와 있는데 디에고와 파이브가 치고받으며 싸울 때는 진짜 둘다 너무 한심했음...절레절레절레...하지만 뭐 이렇게 한심한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게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매력이기도 하니까.....라면서 화를 참도록 하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니 저는 당연히 시즌1, 2, 3이 다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시즌4도 10개일 줄 알았다고요...그래서 별 생각 없이 오픈 첫날 ‘아 뭐야 너무재밌네 너무재밌네’ 하면서 네 편을 와르르 몰아 보고 5편을 볼까말까 하다가! 시즌4가 6편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아니 그러면 내가 볼 게 두 편밖에 안남았다고?? 두 편 다 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 굿바이라고???? 하고 너무 당황해버림...그래서 마지막 두 화는 아껴 본다고 봤는데도ㅠㅠ 이게 또 재밌으니까 어떻게 되는지 계속 보고 싶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정말 휘리릭 다 해치워버렸더니 더 속상하네 어휴...세상사람들 엄브렐러 아카데미 마지막 시즌은 부디 아껴 보십쇼 그래야 저처럼 후회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