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4. 22:50ㆍ흔드는 바람/보고
그렇죠 그렇습니다 저란 인간 덕질이 낙인 인간...한번 호텔을 보기 시작했더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드라마의 시작도 한석규배우님 끝도 한석규배우님이다 보니까 아니 이거 한석규배우님 덕질하기에 너무 좋은 드라마인데???? 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가지고 30년 전 드라마를 신작처럼 보는 중인데
다 보고 나서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대체 왜 이 드라마의 결말은 형빈이의 죽음인가? 형빈이의 죽음으로 이 드라마를 마무리짓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혹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형빈이를 죽인 건가??????? 이 질문이 풀리질 않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어릴 적에는 '아 슬프다ㅠㅠ'하며 받아들이고 말았는데 늙으니까 그게 안되네. 물론 형빈이가 드라마 내내 음주와 흡연을 숨쉬듯이 하고 있는 걸 보면 형빈이가 급사(ㅠㅠ)하는 결말이 논리에 맞긴 한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드라마의 3남매 중 능력을 맡고 있는 정빈이도 야심을 맡고 있는 경빈이도 모두 결말은 사랑인데, 드라마 내내 사랑을 맡고 있던(무능력하며 야심 따위 없음) 형빈이만 왜 죽게 되는 거냔 말이죠. 그것도 어린 딸 옆에서 운전하다 말고 핸들 위에 고개를 떨어뜨린 채 죽게 된다는 결말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ㅠㅠ 이거는 형빈이도 형빈이지만 형빈이 옆자리에 있었던 정아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결말 아닌가 싶어 계속 답답해하다가
힌트를 찾아보려고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옛날 뉴스 검색을 하다가 새로운 사실(이라기에는 30년 전 사실이지만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알았으면 나한테는 새로운 사실이지 뭐)을 알게 됐는데
1) 경빈이 역할은 원래 최수종 배우가 맡기로 했었다. (이건 옛날에 어디서 들었던 듯)
2) 그때는 형의 약혼녀를 동생이 좋아하는 내용이었다: 95년 2월 한겨레에 최수종씨가 인터뷰를 했는데 '이복형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인물을 과연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동정해줄지 염려된다'는 말을 함.
3) 그렇다고 경빈이랑 형빈이의 캐릭터가 아예 달랐던 건 아닌지 형빈이는 망나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빈이는 후계자였는데 후계자인 경빈이가 유학을 간 사이에 형빈이가 수민이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형빈이와 수민이가 결혼하게 되고, 그 이후 경빈이가 귀국하게 되는 얘기였다고 함. 이것은 95년 2월 조선일보에 실려 있음.
4) 이때까지 경빈이는 다정다감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었다는데, 실제 대본이 나오고 나니 경빈이가 드라마와 같이 수민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인물이었다고 함. 그리고 악역처럼 되어 있었다고 함. 그걸 본 최수종씨는 호텔을 안찍기로 함. 이것은 95년 2월 동아일보에 실려 있음. 와 진짜 한달 안에 다이내믹하게 전개됐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그리하여 이진우배우가 경빈이 역할로 캐스팅됨.
6) 그렇지만 형빈이가 경영에는 자질도 관심도 없고 술만 먹는 망나니라는 점과 형빈이가 죽으면서 드라마가 끝난다는 결말은 바뀌지 않음.
이걸 가지고 혼자 끼워맞춰보자면......(즉 아래 쓰는 내용은 사실 아니고 다 예측임)
(1) 원래는 형빈이가 수민이와 약혼을 하거나 결혼을 한 상태에서 수민이를 좋아하던 경빈이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수민이가 경빈이와 형빈이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수민이가 경빈이를 선택하고 형빈이는 죽음을 맞는...뭐 그런 얘기였을 것 같음. 아마 형빈이는 유약한 술주정뱅이고 경빈이는 똑똑하지만 착한 인물이었겠지. 근데 이거슨 94년 여름에 나를 제외한 한국사람들이 모두 봤던 것 같은 사랑을 그대품안에(호텔 PD님의 전작)의 인물 구도와 너무 비슷함. 거기서는 주인공인 강풍호가 미국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강풍호를 좋아했던 고은채가 마음에도 없는 정도일과 억지로 결혼하게 됨. (나중나중나아아아중에 사랑을 그대품안에를 봤는데 강풍호가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 은채가 너무 안타까워서ㅠㅠ 은채 너무 안됐다 모드였던 것...) 심지어 은채 역할을 맡은 배우와 수민이 역할을 맡은 배우는 동일 인물.
(2) 그러다가 형빈이와 수민이가 약혼/결혼하는 대신 경빈이와 수민이가 약혼하는 얘기로 바뀜. 그러면 형빈이는 수민이를 좋아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좋아하는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음. 그리고 형빈이와 수민이의 관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경빈이의 캐릭터도 바뀌었을 듯. 형빈이에게도 나름의 서사가 있어야 하는데 얘는 능력도 야심도 없으니까 연민을 자아내는 부분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고 게다가 타이틀롤이니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일 수는 없었을 것. 그러다보니 경빈이가 사랑을 그대품안에의 강풍호와 정도일을 섞어놓은 것 같은 인물이 되어버린 듯. 그래서 이러든 저러든 호텔과 사랑을 그대품안에 간에 유사성이 높은 건 바뀌지 않음ㅋㅋㅋㅋㅋㅋ
(3) 이렇게 인물 간 관계와 캐릭터가 바뀌는 와중에도 형빈이가 죽는 결말은 바뀌지 않음. 그래서 결국 형빈이는 예정된 죽음을 맞음. 그래서 저는 이렇게 드라마가 방영되고 30년이 지난 지금 왜 형빈이가 죽어야 했는가ㅠㅠ라며 슬퍼하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물론 형빈이를 한석규배우님 말고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나도 별 감흥이 없었을 것 같다...만, 내가 사는 우주에서는 한석규배우님이 형빈이기 때문에 나는 계속 형빈이를 안타까워하며 이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이게 95년도 드라마이니...형빈이랑 수민이가 행복하게 사는 결말을 그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함. (사실 지금이어도 쉽지 않을 것 같음) 형빈이가 수민이를 언제부터 어떻게 좋아했건 말건 수민이가 자기 동생과 약혼을 했었다는 건 사실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만드는 게 맞냐'하는 식으로 욕을 엄청 먹었을 듯.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인간' 말고 '캐릭터'로서 형빈이와 수민이는 둘다 안쓰럽다. 인간의 삶이야 뭘 잃는다고 해서 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만(물론 '잃음'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긴 한다만...) 캐릭터의 삶이란 무언가를 잃음으로써 무언가를 얻는 것 아닌가. 그런데 수민이와 형빈이는 얻은 게 뭔지 모르겠고 고통을 겪지 않는 때가 거의 없음ㅠㅠ 9화까지 고생고생하다가 10화부터는 좀 나아지는 건가 싶었더니 더 큰 고생문'들'이 기다렸다는 듯 와장창 열리고(-_-) 뭐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교훈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라면 인정함. (-_-_-)
하지만 진짜 한석규배우님 덕질하기에 너무 좋은 드라마22라서 나는 배우님의 모든 장면을 다 캡처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적절히 조절하느라 매우 애쓰고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접속의 동현을 보고 있는 기분도 든다.



심지어 이런 장면도 볼 수 있음. 사장실 뒤로 보이는 옛날 서울 풍경이라든지 책상 위의 완전 옛날 데스크톱이라든지...그리고 아주 화려한 속옷이라든지ㅋㅋㅋㅋㅋㅋ 김사부님은 절대 안입으실 것 같고 신사장님은 입으실 것 같은 색깔인 것이다(눈물)


그나저나 옛날 신문 검색하다 보니 접속을 소개하면서 '넘버3에서의 깡패가 호텔에서의 그 남자로 다시 돌아왔다'고 쓴 기사가 있다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 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나는 접속이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지고...(절레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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