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 21:00ㆍ흐르는 강/흘러가는
2026년의 첫날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일어나기 싫기 때문에ㅋㅋㅋㅋ) 하이센스 터치라이트를 켜서 책을 몇페이지 읽는데,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 실린 시를 몇편 읽었다. 진짜 너무 좋은 책ㅠㅠ 이십대 시절 부들부들 떨며 좋아했던 서른 살을 다시 읽기에 지금은 너무 나이가 많아지지 않았나...싶었는데도 막상 다시 읽으니 찌릿찌릿하게 좋았다ㅠㅠ 그리고 오늘 읽은 시 중에는 이전 詩들과 이번 詩 사이의 고요한 거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전 詩들과 이번 詩 사이의 고요한 거리
이 시에는 아무것도 없다
네가 좋아하는
예쁜 여자, 통일성, 넓은 길이나 거짓말과 같은 것들이
다만
문을 열자 쏟아지는 창고의 먼지, 심한 기침 소리
네게 주려 했는데
실수로 꽝꽝 얼린 한 컵의 물
물밑의 징검다리, 쓰임을 알 수 없는
약들이 있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미래와 詩
뭐라 규정할 수 없는 "지금 여기"
더듬거리는 혀들이 있고
동물원에 가서 검은 정글 원숭이들과 싸우고 싶었는데
팬지 화분을 선물받은
어린 시절에 대해서라든가,
영원한 태양보다는
그늘에 자라는 붉은 잎의 사실성을 믿는 그런 사람에 대한 부러움
혹은 몇몇 시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다
그것이 만들어낸
이전 詩들과
이번 詩 사이의 고요한 거리
그 위로
시간이 눈처럼 자꾸 내렸다
아무것도 하얗게 덮지 않고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마음 좋을 때 집중해서 읽으려고 아껴두었던(진짜임) 김초엽작가님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드디어 읽었는데 와 정말…김초엽작가님 정말 와……이 세계에 생명으로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 그 자체를 전복해버리는 이야기들………맨 앞의 소설 두 편만 읽었는데 그냥 경탄 그 자체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들이고 상상력이야 와…………





아끼고 아껴두었던 것이 또 있다. 스띵 시즌5. 파이널까지 다 나온 다음에 기다림 없이 보고 싶어가지고 진짜 오래 기다렸는데 새해 첫날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가 드디어 올라왔고ㅠㅠ 나도 드디어 시작ㅠㅠㅠㅠ 지금 4화 중간까지 봤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싸우고 있어서 얘들아 조심해ㅠㅠ 얘들아 아악 제발ㅠㅠㅠㅠ 얘들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ㅠㅠㅠㅠㅠㅠ 아아악 얘들아 제발 조심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은 심정이다가...3회 마지막에 맥스 나왔을 때 정말 눈물났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회 중간에 데릭이 '똘망 데릭이죠' 할 때 큰소리로 터짐. 계속 긴장하며 보느라고 웃지도 못했는데 데릭 고맙다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첫날 그냥 보내기 아쉬워 동네 앞산 둘레길도 한바퀴 돌고 옴.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해가 너무 조그맣게 보였다ㅋㅋㅋㅋㅋ 하지만 만족함. 하늘 색깔이 분홍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하며 물들어가는 것이 예뻤다. 작년 늦가을부터 동네 앞산 둘레길을 가끔 가는데 갈때마다 좋다. 올해는 더 자주 가야지.



이와중에 문학동네 인스타를 보니 '올해의 문장들을 골라보세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어서 처음엔 맨 처음에 고른 하나만 기억하려고 했지만...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고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보니ㅋㅋㅋㅋㅋㅋㅋ 결국은 거의 대부분의 문장을 다 캡쳐해버렸다. 나자신 욕심쟁이 우후훗.

아직 세 시간 정도 남은 새해 첫날, 보다만 스띵 재미있게 보고 아껴둔 책들도 즐겁게 읽어야지. 올해는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한 해, 좋은 기분을 많이 느끼려고 더 노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생각으로 나쁜 생각들을 덮고, 삶에 미소 짓고, 용감하게 무언가를 해나가야지. 새해 복 많이 받자, 2026년도 잘 살아보자, 나자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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