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오빠, 올해도 기억해요.

2026. 3. 26. 20:37🌜/푸른 달, 멍든 마음

남들은 벚꽃이 피면 아 봄이구나 하고 설레겠지만, 그리고 2022년 전의 나 역시 그러했겠지만…

 

2022년부터는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없어졌다. 2022년 3월 27일 삼성서울병원을 나오며 아침의 빛 아래 환하게 빛나던 벚꽃들을 본 뒤로, 나에게 벚꽃의 개화는 준석오빠가 돌아가신 '그 때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표지가 되어버렸으니까.


 

 

올해도 벚꽃이 피는 걸 보며 준석오빠를 생각했고…그래서일까…가까이에 피어 있는 꽃들이 멀게만 보였다. 가깝게 느껴지질 않았다.

 

 

 

벚꽃을 보면 슬픈 기분이 먼저 든다는 게 어떻게 보면 비극이겠지만...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웠던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그다지 비극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꽃을 보며 준석님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준석님이 돌아가셨다는 건 아직도 여전히 슬프지만, 안타깝지만, 속상하지만...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석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준석오빠 돌아가신 날마다 백현진씨가 인스타에 올려주는 추모의 글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이런 글이 올라와서 마음이 좀 아팠다.

 

 

 

겨우 준석오빠의 팬일 뿐이었던 나도 이렇게 매년 슬픈데 백현진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픈 것일까, 얼마나 비통할까...라며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었지만, 준석님을 보고 싶어하는 백현진씨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하나도 부질없지 않다고 우기고 싶어서 굳이 댓글을 달았다. 매년 오빠가 세상을 떠나신 날과 세상에 태어나신 날, 그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오빠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오빠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댓글을 굳이 다는 거 역시, 정말 부질없고 쓸 데 없는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안다...근데 그러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건, 준석오빠를 그리워하는 세상의 누군가가 문득 준석오빠의 계정을 찾아봤을 때 자신처럼 준석오빠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으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 같은 것 때문이나, 하늘나라에서 준석오빠가 자신을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보시며 외롭지 않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그냥, 나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슬프고 너무 괴롭고 너무 허무하니까, 그렇게 오빠가 남겨놓으신 사진을 보고 댓글을 달아보며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오빠로 인해 슬픈 마음을, 오빠를 생각하면 아파지는 마음을, 달래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생각한다. 하나도 부질없지 않다고. 일년에 이틀밖에 오빠를 '공식적으로' 떠올리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부질 없는 일...하지만 사실 나는 달이 가늘게 뜬 날이면, 그 가는 달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밤이면, 준석오빠를 자동으로 떠올리고 만다. 2022년 3월 27일 새벽에 보았던 그 달, 그 주 내내 슬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 또 보았던, 그 가늘고 선명한 달. 눈썹 같던 그 그믐달을, 잊을 수가 없어서.

 


 

 

올해의 3월 26일도 준석오빠를 생각한다. 준석오빠의 삶이 행복한 것이었기를 지금도 바란다. 준석오빠가 세상에 남기고 가신 생명들과 작품들이 올해도, 올해 이후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기억되고 사랑받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보고 싶어요 준석오빠. 올해도 오빠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