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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 멍든 마음

방준석, 2022년 3월 26일,

계속 손이 떨려서 타이핑이 잘 안되긴 하는데 오늘 날짜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계속 후회할 것 같아 우선 기록해둔다. 준석님이, 준석오빠가, 돌아가셨다. 오늘.

 

하루 종일 이 화면을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가 않는다. 오빠 이름이 왜 저기 있지.

 

인스타에서 준석님 해시태그를 클릭하며 오빠의 흔적을 줍다가, 울다가, 옛날 기사들을 보다가, 아주 오래전에 오빠에게 받았던 사인을 쳐다보다가, 외장하드를 열었다. 왜이렇게 제대로 찍은 준석오빠 사진이 하나도 없지, 머리로 얼굴을 가린 사진들만 왜이렇게 많이 찍었지, 오빠 얼굴이 왜이렇게 하나도 안보이는 거지, 하다가 이 사진 앞에서 멈춰버렸다.

 

 

저때로부터 4년도 아직 안 지났는데... 오빠...

저는 지금도 아람누리에 갈 때마다, 노루목야외극장을 지날 때마다, 여기서 기타치시던 오빠를 생각하는데요...

백현진과 방준석의 방백, 이 페스티벌 마지막 순서로 올라오던 그 순간을, 항상 떠올리는데요......

 

 

준석오빠.

유앤미블루로 오빠를 알았고. 지울수없는너와 어떻게를 들으며 오빠가 다시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꽃을든남자와 텔미썸딩의 음악을 들으면서 영화음악을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후아유와 너는내운명과 두얼굴의여친 ost를 들으며 오빠가 노래도 불러주셔서 기쁘다고 생각했어요. 햇살을 들으며 언젠가는 두분이 언제나 내곁에를 부르시던 그날처럼 같이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생각했었어요. 제천에서 LIG아트홀에서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섬유센터에서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두산아트센터에서 오빠와 승열오빠가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을 봤으니 제 생에 오빠가 저에게 주실 기쁨은 다 주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승열오빠 공연 때 오빠가 오시면 그렇게 반갑고 좋았었어요. 백현진씨 공연 보러 가면 오빠가 기타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렇게 또 행복했어요. 방백 앨범이 너무 좋아서 행복했고, 방백 공연 보면 백현진씨 목소리보다 오빠의 기타 소리가 귀에 훨씬 더 크게 들렸어요. 오빠는 늘 빛도 잘 안 비치는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기타만 치고 계셔서 오빠의 웃는 모습 한번 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빠가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았어요. 제 외장하드 속 방백 공연 영상의 주인공은 늘 기타를 치는 오빠고 백현진씨는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그래서 어디에도 올리지 않았던 영상들이 많아요. 근데 이제는 그것들을 다 올리고 싶어졌어요. 오빠라는 사람이 세상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했었다는 걸 세상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빠가 얼마나 훌륭한 기타리스트고 작곡가고 가수인지, 노래는 얼마나 잘했고 목소리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사라져도 오빠 이름은 남았으면 좋겠어요. 

 

2007년 제천에서 또 클럽타에서 너무 많이 우느라 거의 넋을 잃어버렸던 저를 걱정해주셨던 오빠를 기억해요. 그때 이후로 승열오빠 공연 때 오빠가 오실 때면 늘 아는 척하며 인사 드릴 수 있어서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3일 공연을 세 번 다 가고 4일 공연을 네 번 다 가면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의아해하시던 오빠 얼굴이 생각나요. 서전음 MEETS 이승열 공연 때 손에 붕대 감고 오셔서 오빠 왜 다치셨냐고 물어보니까 싸웠다며 장난치시던 오빠도 생각나요. 오빠 보려고 여기보다 어딘가에 다섯 번 넘게 봤다고 하니까 왜그러냐며 웃으시던 것도 생각나요. 그때 씨네큐브에서 오빠 동생분이랑 같이 돌아가시던 뒷모습 한동안 바라보면서, 다음 달에 시험이든 말든 지금 행복하니까 됐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저한테 생생히 남아 있어요. LIG 공연에 복숭아 보러 갔을 때 오빠가 불러주시는 OTRA VEZ 듣고 너무 행복했었어요. 매일 똑같은 걸 왜 매일 보러 오냐며, 오빠 공연인데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유앤미블루 공연 때 오빠가 부르셨던 노래들 다 녹음해 뒀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오빠 목소리 절대 안 잊을 거지만, 잊을 리도 없을 거예요.

 

방백 앨범 나왔을 때 앨범이 너무 좋고 오빠 기타가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벅찼었어요. 방백 공연 많이 못 보러 갔지만, 그리고 어딜 가도 오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시는 오빠가 예전 팬 한 명일 뿐인 저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방백 공연 보고 나면 늘 바로 돌아왔지만, 언젠가는 오빠 공연 보고 나서 잘 봤다고 인사도 해야지 생각했었어요. 그 인사가 미뤄지고 미뤄져서, 오빠의 빈소에서 해야 할 인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랬어요 오빠.

 

세상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제까지 좀 짜증이 났었거든요. 뭐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오늘 세상이 바뀌어버렸어요. 어제랑은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버렸어요. 오빠. 어제까지는 오빠가 있던 세상이었는데, 오늘부터는 오빠가 있지 않은 세상이에요. 오빠를 검색하면 생일과 오늘이 함께 뜨는 세상이 되었어요. 어떡하죠 오빠.

 

 

 

와 나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지껄여놓은 말들을 얼마 후면 다 지우고 싶겠지. 다 삭제해버리고 싶겠지. 그런데 지금은 이대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죽고 싶었는데. 자꾸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왜지. 나보다 세상에 훨씬 더 필요한 사람들인데. 나보다 세상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왜 나는 살아 있는데 그 사람들이 먼저 죽는 거지. 

 

방준석. 준석오빠. 오빠.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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