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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1 VS 시즌2] 김강우 對 선우현

김강우와 선우현. 둘다 남자 셋,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별순검 시즌1과 시즌2의 멤버들 중 '나이어린 남자' 포지션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잽싸게 날고 뛰며 정보를 낚아 오고 넘치는 패기로 사건을 헤쳐나가는, 별순검의 젊은 피 역할이랄까?

이렇듯 두 인물의 포지션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캐릭터를 살펴보면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시즌1의 스페셜영상에서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김강우는 시즌1의 멤버들 중 '뜨거움'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청나라 유학을 다녀와서 곧바로 순검청에 들어온 강우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고 상대가 누구든간에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등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라나서 그런지 장난기도 많았고 때로는 철없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1의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쌓여갈수록, 강우가 해결에 참여한 사건들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강우는 조금씩 신중해졌고 진지해졌다.

강승조, 여진, 김강우의 삼각관계 역시 김강우를 자극했던 중요한 요소. 시즌1 초반부에는 정말 3초만 봐도 '강경무관님 WIN!' 분위기였다.  강우가 실실 웃으며 장난을 걸어 여진이를 귀찮게 할 때(정작 여진이는 대놓고 강우를 껄끄러워하는데 강우는 너무도 꿋꿋했던 거다;)나 강경무관님 보겠다고 달려나가는 여진이를 굳이 붙잡을 때는 '아이고 저 불쌍한 놈은 저리 눈치도 없어서야-_-'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시즌1 내내 계속 강경무관님 편이었던 나도 그러고 있는 강우를 보면 한편으로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 정도.

마음에 상처가 많은 여진이에게 필요한 건 그녀의 아픔에 공감해 주고 자신의 아픔도 함께 나누며 서로를 토닥일 수 있는 존재였을 텐데, 그러기에 강우는 너무 밝고 해맑아 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신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강우 대신 강승조라는 매력적인 대상이 있는데, 어떻게 여진이가 (초반의) 강우에게 눈길을 줄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강우와 여진이에겐 2년간의 시간적 공백까지 있었으니, 강우가 다시 여진이의 마음을 얻기란 요원한 일 같아 보였다.

만약 강우가 강승조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데에서 그쳤다면 정말 매력없는 인물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강우는 우선 자신의 감정을 접어두었다. 대신 사건을 대하는 강승조의 태도와 자세를 본받으려 노력했고, 열심히 배웠다.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강우가 어떤 측면에서는 강승조를 이해하게 된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전기수 살인사건에서, 자살하려는 화경이를 말리려 올라가려다가 자신을 붙잡는 강경무관님의 눈빛을 보고 발길을 멈춘 것도 강우가 '그의 방식'과 '그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 이해가 없었다면, 아마 강경무관님을 힘으로 떠밀어 버리고 산을 뛰어 올랐을 게다.

특히 김강우를 많이 성장시켰던 건 강승조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남은 셋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했던 자귀나무 편, 사건 처음부터 끝까지 강우에게 유독 깊은 인상을 주는 듯했던 백여령 살인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여령을 죽인 진범이 밝혀진 후, 여령의 사체가 놓여 있던 검안실에서 강우가 여령에게 혼잣말을 건네는 부분을 보면서는 강우가 저렇게 눈빛이 깊었나 싶어 놀라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강우는 성장해갔다. 별순검 김강우는 물론이고, 인간 김강우도 점점더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이름처럼 겉과 속이 모두 강(强)한 인물로 자라났다. 어떤 의미에서 시즌1은, 김강우라는 인물이 강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선우현의 '현'은 賢. 어질고 슬기로운 사람임을 드러내 주는 이름이 아닐까. 10회까지 선우현이 보여준 모습 역시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현은 강우에 비해 덜 강해 보인다. 강우는 잘 웃는 만큼 인상도 잘 썼다. 하지만 현은 인상을 쓰는 적이 거의 없다. 말도, 표정도, 부드러운 편이다. 예전의 강우 같으면 발끈하고 개겼을 상황에서도 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응한다. 상대와 직접적으로 부딪쳐 그의 주장을 꺾으려 하기보다는,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상대에게 부탁하거나 제안한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현은 강우에 비해 훨씬 현명한 인물이라고 느껴진다.

이는 둘의 배경과 경험이 다른 데서 나온 결과이리라. 극중 현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니(그러니 박광현은 거의 7~8살 어린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초반이었던 강우와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조선에서 고등교육까지 쭉 받고, 청나라 유학을 받은 후 곧바로 순검청에 들어왔던 강우보다 양반과 기녀 사이에서 태어나 10년간 조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서른 여섯 가지의 직업을 전전했던 현이 훨씬 더 지식도 많고 시야도 넓을 것임은 너무나 뻔한 사실 아니겠는가. 낙하산으로 관복을 입게 된 현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들을 탁탁 발견해 내었다는 것을 우연이나 운의 탓으로 돌리기 힘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어쩌면 현은 강우보다 더 강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겉은 강했지만 속은 성숙하지 못했기에 많이 성장해야 했던 강우와 달리 현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별순검에 들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더 큰 존재에 부딪치고 꺾이는 경험을 강우만큼이나 많이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어머니 줄을 타고 들어온 자리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내는 사람,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길은 정확히 걸어갈 줄 아는 사람이 시즌 2의 선우현이 가진 상(象) 아닐까.

시즌1이 김강우의 성장기였다면 시즌2는 한다경의 성장기(선우현 말고!!!!!)같다는 느낌을 요즘 좀 받는데, 다경이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배우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현이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강우의 역할 모델이 강승조였던 것처럼 한다경의 가장 주요한 역할 모델은 진무영이겠지만, 다경이가 진무영의 차가움까지 배울 필요는 없을 테니까. 겉은 부드러워도 속은 단단한 현이 다경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현 자신도 아픔이 많은 인물이기에 이런 바람을 갖는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본 현의 모습에서 남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포용할 수 있는 인물로서의 가능성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 바람이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니리라고 믿는다. 진무영도 그런 현의 외유내강한 현명함에 좀 감화되었으면 좋겠고. 뭐 요즘은 다행히 진무영도 감춰져있던 자신의 인간미를 슬슬 드러내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는 듯해 매우 반갑게 생각하고 있는 중 :)

남은 시즌2에서 현-다경-무영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긴 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 삼각관계엔 크게 관심이 없다(의외로 6회밖에 남지 않은 아직까지도 인물들 사이에 사랑의 작대기들이 노골적으로 왔다갔다하지는 않는 듯하다). 대신 현이 다경이에게 좋은 친구같은 역할을 해 주었으면 싶다. 신뢰할 수 있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안그래도 다경이에게는 유이라는 큰 라이벌이 있는데 현까지 엮이고 설키면 너무 복잡해지잖아-_- 굳이 러브라인을 만드셔야겠다면 차라리 유이와 현이를 묶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작가님? 아니면 나검률언니와 현이를 엮어주시는 건? 음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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