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1] 타이틀롤 - 강승조, 김강우, 여진, 배복근

나의 장기프로젝트ㅋㅋ 중 하나였으나 지나치게 방대하여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별순검 리뷰쓰기. 이번 why we fail 앵콜 공연 첫날 승열오라버니의 멘트(좋아할 때 맘껏 좋아해라,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뭐 이런 뉘앙스의 말씀이었음)를 듣고 역시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 미뤄봤자 되는 일 하나도 없어 생각하고 천천히 시작해볼까 한다. 우선 시즌 1 타이틀롤 얘기부터. 이걸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등장인물 얘기가 나오니까ㅋ


별순검 시즌1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저 장면이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불. 저 불은 별순검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둠에 가려진 것들을 밝게 비추는 빛처럼, 별순검들 역시 은폐되어 있던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사람들이니. 떄로는 비추어진 진실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법한' 것이더라도, 그 진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2차적인 일인 게다.


별순검 시즌1 타이틀.

그 불이 네 명의 별순검들과 세 명의 검시관들을 차례로 휘감으면서 등장 인물이 소개된다. 강경무관님, 김강우, 여진, 배순검님, 그리고 세 명의 검시관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경무관 강승조, 별순검 김강우.

제일 처음으로 등장하는 건 당연히 경무관님, 당연히 강승조. 정의롭고 리더십 있고 카리스마 있고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권위적이지 않고 지혜로우며 박식하기까지 한 사람이다. 업무적인 면(!)으로 당최 흠 잡을 데가 없다. 거기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추어 남을 배려하고 다독일 줄 안다. 시즌2, 시즌3의 경무관들과 비교해 보아도 가장 완벽한 경무관이라 할 만 하다. 시즌2의 진무영은 (비록 내가 사랑하지만ㅋㅋ) 지나치게 차가웠던 인물이었고-물론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변화를 개인적으로는 '진무영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시즌3의 신경무관님은......하아. 존재감이 시즌1, 시즌2와 비교해 볼 때 적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ㅠ

눈에 띄는 건 강경무관님 다음으로 소개되는 사람이 김강우라는 점. 처음 별순검 시즌1을 봤을 땐 강우와 강경무관님의 차이점이 두드러져 보였는데, 요즘에 다시 보면 둘의 비슷한 점이 더 잘 보인다. 정의로움, 꼼수를 부리지 않음, 돌아가지 않음, 그러나 융통성 없지 않음, 그리고 순정적임-이런 부분들이 강경무관님과 강우의 공통점이라 할 만 하다. 
'ㄱ'과 'ㅇ'이 함께 쓰이는 이름 자체의 느낌도 굉장히 강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시즌2와 시즌3에서의 경무관-젊은 남자 별순검의 관계(선우현과 진경무관님, 건우와 신경무관님)를 시즌1의 강우-강경무관님과 비교해 본다면 두 캐릭터의 유사성이 시즌1때 가장 강했음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유학을 다녀온 후 순검청에 막 들어와 자기의 능력을 맘껏 펼치고 싶어했을 강우가 가장 먼저 부딪친 벽은 사건도 범인도 아닌 강경무관님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훨씬 유능하고 강하며 정의로운 인물. 게다가 자신이 연모하는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인물.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모든 면에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물론 '얼굴은 강우가 낫지'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그건 개인의 취향 차이라고 주장해 본다ㅋㅋㅋㅋㅋㅋ).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았을 강우에게 강경무관님은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게 해 주는 존재이자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상대였을 것이다. 불편하고 껄끄럽지만 압도적인 라이벌?

그러나 다행히 강우는 자신의 라이벌에게 뻗대고 맞서기만 할 만큼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사적으로야 라이벌이었달지라도 공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보스'이며 팀의 '리더'인 경무관님을 따르고 존중하며 함께 일했다. 그렇게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참 많이 성숙해졌고, 유능해졌고, 성장했다. 시즌1 초반에는 풋내 나고 약간은 의뭉스러우면서 때때로 서툴렀던 강우가 시즌1 후반에는 얼마나 깊어지던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강경무관님은 강우의 가장 좋은 롤 모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20대 초반의 강우를 보며 30대의 강경무관님은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겠다 싶다. 그러면서 서서히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려갔겠지...흐음.

별순검 여진 & 배복근 :)


다음으로 등장하는 두 인물이 여진이와 배순검님. 이 둘의 관계는 앞의 둘처럼 대놓고 라이벌 같진 않다. 그럴 수가 없지ㅋ 진이는 강우와 강경무관님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원인이고, 배순검님은 그 '라이벌 구도'가 너무 빡빡해지지 않게 기름칠을 해 주는 인물이면서 시즌1 전체에 인간미를 더해주는, 시즌1의 쉼표이자 엄마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지 않을까ㅎ

시즌1 스토리 전반을 관통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은 역시 강경무관님, 강우와 얽힌 여진이의 신산한-_- 인생사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셋 간의 관계가 시즌1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쉽게 말하면 삼각관계이지만 그 말로 딱 잘라 표현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묘한 긴장 관계. 그 긴장감이 너무 팽팽해졌을 때 적당히 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배순검님이고, 그 덕분에 네 명의 별순검이 조화로운 팀웍을 이뤄가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가끔 저 두 인물이 앞의 두 인물에 비해 부차적이거나 보조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의 글을 볼 때도 있지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시즌1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강경무관님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적이면서도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공의를 위해 싸우는 인물, 바로 그것이 별순검 시즌1의 인물들이 지향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보니, 시즌1을 상징하는 인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진이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며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주는 것은 사실 이 세상 모든 드라마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인물의 모습이라고 봐야겠고, 별순검 시즌1만의 독특함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나는 시즌1을 떠올릴 때 '인간다운 삶'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뇌리에 박힌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하나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당대 현실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인물들, 그들이 본의 아니게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가해자=나쁜 놈, 피해자=착하고 불쌍한 놈이라는 이분법에 균열을 내면서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시즌1의 에피소드들이 갖는 특징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시즌1에서는 백정이나 기녀, 노비가 된 양반 등 신분제도의 하층에 있었던 인물들이 종종 가해자/피해자로 등장하며, 신분은 양반이라 하더라도(물론 실제로 신분제도 자체는 폐지된 시대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신분에 따른 차별이 잔존하고 있을 때니까) 봉건적 제도/의식 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의 모습이 매 회 나타난다.

별순검 내에서 이러한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다모인 진이-양반이었으나 집안이 몰락해 관비가 되었다가 관기가 될 뻔 하기도 했던-일테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연민을 느껴줄 수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배순검님을 꼽을 수 있을 게다. 강경무관님과 강우가 별순검 시즌1에서 강하고 굳고 정의롭게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더 많이 갖고 있다면 진이와 배순검님은 그보다 다독이고 공감하며 들어주는 사람의 모습을 더 많이 갖고 있달까. 물론 강경무관님이나 강우는 남의 말을 안들어!! 진이와 배순검님은 자기 의견이 없어!! 뭐 이런 건 절대 아니고ㅋㅋ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므로
 딱 잘라 말할 순 없겠지만.


여하튼 시즌1의 인물들은 지금 다시 보아도 참 조화롭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고 강약이 잘 들어맞는달까. 무엇보다 풍류를 즐기시는 배순검님이 팽팽한 긴장을 적절한 타이밍에 잘 이완해 주셨었고, 톰과 제리같은 능금이와 오덕이의 역할도 분위기 전환에 기여한 바가 컸다ㅋ 첫 회부터 한 팀이라는 느낌이 워낙 강했던 터라(강우가 셋보다 더 늦게 합류했다는 암시야 많이 줬지만) 다른 시즌보다 팀웍이 탄탄한 느낌이었고. 이 때의 라인업으론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1의 강경무관님, 강우, 진이, 배순검님, 넷 다 참 아끼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

 

시즌1 첫회 때. 네 사람의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이 시즌1에는 종종 나와서 좋았다. (시즌2는 진무영이 워낙 무표정한 사람이랔ㅋㅋㅋㅋㅋㅋ 그런 장면이 나오기 힘들었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