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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1] 오랜만에 전회 복습 :D

최근에 asiaN 채널에서 별순검 시즌2가 방송되는 걸 보고 오랜만에 별순검 시리즈가 보고 싶어서 시즌1 전회를 복습했다. 검색해보니 asiaN에서 별순검을 샀는지(라고 쓰니 좀 이상하네) 예전에도 방송을 쭉 해준 적이 있었음. 또 해주면 좋겠다. 되게 좋아하는 드라마인데 보기가 쉽지 않으니. 별순검 시즌1과 시즌2를 주먹 꽉 쥐고 보던 게 엄청 예전 얘기인 것이닼ㅋㅋㅋㅋㅋㅋㅋ 새삼 시즌1을 다시 보니 류승룡배우, 박효주배우, 온주완배우, 안내상배우, 하재숙배우, 김무열배우…모두 다 청년이시고 엄청 풋풋하신 것. (문득 이일웅배우님 설마 돌아가시진 않았겠지 싶어 검색함. 잘 살아(?????) 계신 듯하다. 요즘엔 뭐가 궁금해지면 검색한 다음 바로 창 닫아버리려고 노력함. 이놈의 알고리즘에 조금이라도 덜 빠지려고;;;;;)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시즌1, 김강우-강승조-여진-배복근. 너무 좋아했던 멤버들 :)
강경무관님과 김강우. 물 같은 사람과 불 같은 사람.
너무 좋아하는 진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별순검의 모든 시즌을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였던 배복근순검님 +_+)//
오덕이, 능금이, 류치경검률님. 김무열배우는 이후 주연급 배우가 되었다………지금이라면 강우 역할 같은 걸 하려나. 근데 강우 역할보다는 차라리 시즌2의 진경무관님이 더 잘 어울리는 듯. 그러나 진경무관님은 너무 이종혁배우여서 다른 배우 생각이 안남ㅠㅠㅠㅠㅠ

예전에는 별순검 시즌1이 '개성적인 각각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되는 시즌이라고 생각했다. 1회의 칠갑이 살인사건부터 2회의 습첩 에피소드, 3회의 박객주 살인사건, 4회의 과부강간범 보부상 에피소드(개새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회의 홍염 살인사건……………아니 이거 쓰다보니 제목만 간단히 요약해 써놔도 포스팅 하나를 따로 해야 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간 하나하나 흥미로운 이 에피소드들을 거쳐 맨 마지막 에피소드인 19회와 20회의 사미완 이야기의 결말 아닌 결말을 통해 '곧 조선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게 됨'을 암시하는 것이 한 축을, 점점 더 깊어지고 복잡해지는 진이와 강우, 강경무관님의 애정 및 갈등 관계가 또다른 한 축을 이룬다고 판단했다. 그에 비해 시즌2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보다는 '12년 전 그 사건'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1이 시즌2보다 각 회 간의 독립성이 더욱 강하고, 시즌2는 시즌1보다 연작소설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번에 다시 쭉 복습하다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게 새삼 많이 보이는 거다????? '아니 이거 원래 이렇게 스토리가 촘촘히 짜여져 있었나????' 싶어서 뭐지 나 예전에 뭘 본 거지 아니다 내가 늙어서 예전에 보던 걸 못 보고 새로운 걸 보는 건가 하긴 시간이 엄청 많이 흘렀긴 하지 근데 예전에 보는 거나 지금 보는 거나 다 재미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는 결론에 이름. 물론 지금의 인권 감수성이나 젠더 감수성에는 좀 부족해보이는 내용도 아예 없지는 않으나 15년 전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때의 다른 드라마들보다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함. 기본적으로 별순검 시즌1의 장점이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 혹은 '이분법의 논리로 인간을 판단하고 쉽게 재단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그 장점을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1회인 칠갑이 살인사건이다. 시즌1 첫회에서는 극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난 후에야 순검들이 등장한다. 별순검의 네 주인공이 모두 화면에 잡히는 것이 5분 30초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네 순검님들이 함께 화면에 잡힌다. 그러면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장면은 무엇이냐, 씨름 장면이다.

화질구지…어쩔 수 없음ㅠㅠㅠㅠㅠ 15년 전에는 이게 고화질이었던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씨름이 어떤 운동인가. 오랜 동안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하는 것과 보는 것 모두를 즐기던 민속 운동 아닌가. 내 맘대로 이렇게 쓰는 건 불안하니까 굳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씨름에 대한 내용을 찾아와보자면,

* 우리 나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순수 우리 경기인 씨름은 온몸을 움직여 힘과 기술을 겨루는 운동이므로 체력·기술·투지의 세 가지 조건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씨름은 신체를 조화롭게 발달시키고 힘을 기르며, 정확한 판단력과 인내심, 균형감각, 안전능력 및 건전한 사회성을 길러주는 체육적인 효과가 큰 운동이다. 또한, 순박하면서도 흥겹고,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장소나 시설, 경비의 큰 제한을 받지 않을 뿐더러 경기자나 관람자들 모두가 흥미를 가질 수 있어 여가선용으로도 매우 적합한 사회체육의 하나다.

* 씨름판이 벌어졌을 때 구경꾼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씨름은 그네와 함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전승되어온 대표적인 민속놀이이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대단하였다. 위로는 임금을 비롯하여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씨름의 구경꾼은 국민 모두라고 할 수 있다.

* 예로부터 씨름판은 대개 장날을 중심으로 벌어졌는데, 원근 각지에서 생활필수품을 내다 팔고 판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유일한 상거래를 위하여 남녀노소가 모여드는 날이 장날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장날을 택한다는 것은 그 장에 모여든 모든 장꾼이 다 씨름의 구경꾼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씨름): 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34198
 

씨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분류한다. 단체전에는 시·도 대항전, 직장대항전, 도시대항전, 각급학교대항전, 군경 및 예비군대항전으로 구분한다. 개인전은 전국장사씨름대회만 체급에 제한이 없으나

encykorea.aks.ac.kr

장터에서,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구경하던 것, 그것이 씨름이었기에, 저 씨름판 주변에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모여 있다. 결혼한 여자든 결혼 안 한 여자든, 신명 나게 구경할 수 있는 놀이였던 것이다. 장터였기에 술 취해 구경하는 이들도 있었을 테고, 그들 중에서는 주사를 지독하게 부리는 이들도 있었을 게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술을 핑계로 스스로의 더러움을 드러내니까. 자신의 더러움을 술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한달까. 1회에서도 그런 도른자가 나온다.

신나게 구경하는 부녀자들 사이로 잔뜩 술취한 양반놈이 끼어들더니 시비 걸 데가 없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소녀를 발견하고 소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쥔다. 하 진짜 (이 말 안 쓰고 싶은데) 너무 혐오스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 장터에서는 백정들이 담배를 피우며 길을 걸어간다. 지금이라면 도보 중 흡연으로 타인에게 간접 흡연의 피해를 끼치는 행위이므로-_- 주변 사람들이 매우 빡쳐하는 게 당연하겠지만(그 다른 사람=나) 이 백정들 주변의 사람들이 빡치는 이유는 간접흡연 때문이 아니다. '백정 주제에' 양반들도 잘 쓰지 않는 장죽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꼴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터 사람들 시선집중: 아니 저 백정놈들이 감히 길에서 담배를 피워? 저렇게 긴 담뱃대로???? 
그래도 계속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니 '세상에 내가 이런 꼴을 다 보다니 죽을 때가 됐다 세상 말세임' 같은 양반 영감들의 레퍼토리가 쏟아진다-_-

별순검 시즌1의 배경은 구한말. 신분제도 자체는 철폐되었으나 백성들 사이에는 아직 신분에 대한 의식이 뚜렷이 남아 있었던 때다. 조선의 신분제 가장 말단에 있었던 이들, 즉 천민의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백정. 시즌1 첫회는 시작하자마자 제도의 유무와 상관 없이 잔존했던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시즌1 전체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외되고 차별받던 이들의 가려진 목소리에 집중하겠다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꿈을 꽃피우지 못했던 이들이 다치고 신음하고 고통받던 야만의 세월이 다시 와선 안 된다고.

양반이 자신을 엎어놓고 소처럼 올라타도,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돌에 맞아 피를 흘려도, 제대로 저항하거나 반항할 수 없었던 이들. 신분제가 없어진 세상도 이러할진대, 신분제가 공고했던 세상에서는 어떠했을까. 그들이 다루는 고기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졌겠지. 얼마나 많이 죽어나가고, 얼마나 많이 짓밟혔을지, 지금의 나는 상상조차 못하겠다.

장죽을 쓴다는 이유로, 양반들도 지나가는 길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조롱당하고 돌에 맞아 피를 흘리던 백정 영감.
다들 하나가 된 양 어깨춤을 추며 씨름판 곁을 빙빙 돌고 있을 때
그 씨름판 안에서는 술취한 양반새키가 백정 소녀를 소처럼 타고 있었다.
맛이 좋다-_-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분노가 치솟는 장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 씨름판 장면이 나는 너무 소름끼쳤다. 조롱하며 돌을 던지는 인간들, 소녀 위에 올라타 소녀를 희롱하는 존재(말이 희롱이지 성폭력이다. 섹슈얼 바이올런스고 유사강간이라고 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진짜 봐도봐도 너무 화나는 장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만큼이나, 저런 일을 '그냥 장터 날마다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 중 하나'로 여기며 흥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끔찍했다.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 야만의 세상에서, 감히 양반에게 맞서 '백정 친구'를 구한 백정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겠지.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나 양반새키를 집어던져버리는 칠갑이/////
칼을 가지고 죽이겠다 덤비는 양반새키를 가볍게 제압(?)하는 칠갑이////////
술먹고 진상부리다가(라고 쓰긴 쓰지만 이런 걸 '진상'이라는 말로 가볍게 퉁치는 것 매우 반대함) 또다시 내동댕이쳐진 양반새키.
하 저 눈깔하고는 진짜…저런 것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음…그냥 존재자라고 합시다(-_-) '현실에 존재하는 것'의 의미로(-_-_-)

이후 별순검 시즌1은 기녀, 과부, 매분구, 왕만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궁녀, 아들을 낳지 못하는 양반집 부인, 첩으로서 살아야 했던 여인들, 연좌제의 피해를 받아야 했던 아이들 등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다루면서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을 찾을 수 없었고 '인간으로서의 삶'도 제대로 살 수 없었던 이들의 아픔을 보여준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진이가 역적으로 몰려 죽은 아버지를 두고 있으면서 천민인 다모 출신이기도 하고. 전기수 살인사건에서는 인터섹스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 복습하면서 '이 얘기는 요즘 같은 때에도 쉽게 못할 것 같은데…아니다 어쩌면 요즘같은 때이기에 그때보다 더 하기 힘들 수도……'라고 생각했다. 백래시가 몰아치는 시기니까.

15년 후에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시리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는 세 작가님들의 공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작가님들 요즘 뭐하시나 하고 검색했다가 2008년 한겨레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는데(링크: 이것) 기사 중 '사지가 잘리고 피가 튀는 살인 현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 가족을 지키려는 숭고한 여인상, 악녀에 대한 과도한 응징 등 마초적 감수성마저 느껴지는 <별순검> 시즌1'이라는 구절이 있어서 와 진짜 같은 작품을 봐도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함.

우선 '가족을 지키려는 숭고한 여인상'을 시즌1이 보여준다고 느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연못에서 가위에 찔려 죽은 순이 에피소드의 양반집 부인을 말하는 건가? 그녀도 순이도 수두에 걸렸던 첩도 모두 시대의 피해자, 누구 하나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 사람, 으로 묘사되었다고 나는 느꼈는데………???? 아니 맨날 남편 몰래 축첩 반대 시위 매일 갔다왔는데 무슨 숭고한 여인상???? 아니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음……

'악녀에 대한 과도한 응징'이라는 말도 어리둥절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이거 역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 매분구를 말하는 거라면 우선 매분구가 왜 악녀인지 어리둥절하고요. 매분구를 죽인 기녀를 말하는 거라면 역시 왜 또 그녀가 악녀인지 어리둥절22하고요. 자귀나무 에피소드(ㅠㅠㅠㅠ)나 전기수 살인사건(ㅠㅠㅠㅠㅠ)이나 백여령 살인사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에는 악녀가 안나오고요. 학당 에피소드의 소녀들도 악녀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아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렇다고 뭐 궁녀 에피소드에도 악녀 없고요. 도대체 누가 악녀라는 거지 으으음…무엇보다도 어떠한 캐릭터를 '악녀'라는 (지독하게 관습화된) 정형으로 딱 잘라 설명하는 그 확신이 너무 어이없어서 웃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이렇게 맥락 없이 사람을 읽지? 그당시에 저 기사를 읽었다면 지금이랑은 다르게 화가 났을 것 같은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지난 후에 읽어서 그런지 진짜로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런지 어이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다시 후기 쓰며 찾아보고 '악녀'나 '숭고한 여인상'을 발견하면 사죄 및 자아성찰하는 것으로. 우선 오늘은 요기까지! (칠갑이는 아직 죽지도 않았음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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