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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1 VS 시즌2] 배복근 對 지대한

별순검 시즌2의 멤버가 바뀐다는 소식을 맨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의외다 싶으면서도 아쉬웠던 것이 배순검님의 공백이었다. 배순검님이 어떤 분이셨던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파란만장하지 않은 것이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주시던 분. 멤버들의 아픔을 넓은 아량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분위기가 긴장될 때에는 적절하게 이완시켜 주시던 분. 필요할 땐 변장까지 서슴지 않으시던, 자타공인 별순검 시즌1 분위기메이커!

소탈하고 솔직하고 능청스럽던 완소배순검님!!!

시즌1에서의 배복근은 참 유쾌하고 부담없는 캐릭터였다. 강경무관님, 여진이, 강우 모두 마음속에 상처를 품은 인물들이었기에 약간은 어두운 구석을 지니고 있었는데, 배순검님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물론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하는 장면은 있었지만(자신보다 어린 상사;에게 치이고, 훨씬 어린 강우는 치고올라오고...뭐 그런?) 배복근이라는 한 인간이 별순검에 들어오기 이전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표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참 얄팍하게(!) 포장된 인물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복근이라는 인물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갖게 된 데에는 안내상이라는 좋은 배우의 역할이 지대했다. 배순검님은 사건 현장이나 다른 순검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억누르기보다는 표출하는 인물이었는데, 안내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다양한 표정과 모습들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었을 배복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건 현장에서는 진지하게 수사에 임하면서도 종종 용팔이와, 능금이와, 때로는 강우와 짝을 이뤄 큰 웃음을 주던 배복근을 안내상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확신하건대, 그 어떤 누구였더라도 안내상의 배순검보다 덜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진지할 땐 누구보다 진지하고.
이런 표정을 지을 때는 귀여우시기도 했다 ㅎ

사실 시즌1을 보던 때에는 '배순검님은 보는 사람들을 웃겨주기 위해서 별순검에 있는 게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즌2를 보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니, 배순검님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웃음이 아니라 '공감'이었던 듯 싶다. 별순검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약자 내지는 소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에피소드를 풀어가면서도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나 대상이 누구이든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배순검님 덕분에 시즌 1의 여러 순간들이 더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범죄 현장에서 그 참혹함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의 사연에 깊이 마음아파하고, 간발의 차이로 범인을 놓치고서는 누구보다 많이 아쉬워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의 죄가 드러났을 때 강하게 분노하던 배순검님. 여진이 오빠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강경무관님에게 들은 배순검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워할 때 나까지 울컥했던 건 단지 '여진이가 불쌍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끼는 동료에게 나쁜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듣고 진심으로 마음아파해주는 배순검님의 따뜻한 속내가 가슴을 울렸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비록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남들의 이야기에 정성스럽게 귀기울여주고 맞장구쳐주는 배복근순검님 덕분에 시즌1의 많은 장면들이 참 많이 즐거웠었다. 시즌2에서 용팔이가 배순검님을 찾기도 했는데, 마지막회쯤 특별출연해 주시면 안되나ㅠㅠ 배순검님 정말 보고싶다ㅠㅠ

이렇게 배순검님이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타나면
웬만해서는 활짝 웃지 않는 여진이도 아주아주 밝게 웃었었다. (아, 쓰다보니 그리워진다ㅠㅠ)

그렇다면 지대한은? 겉으로 볼 때는 배복근과 많이 비슷하다. 우선 별순검 멤버들 중 최연장자이고,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을 감싸는 편이다. 진경무관이 '왜 마음의 문을 닫은 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진경무관의 까칠함에 대해서도 큰 불평을 하지 않는다. 가끔 현이 진경무관의 심기를 건드릴 때에면 그 모습을 보면서 가장 놀라고 긴장하는 사람도 지대한이다. 별순검 멤버들 사이에서 바짝 긴장이 조여지는 순간에 분위기를 이완시키려 하는 것도 지대한의 역할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스페셜영상의 표현대로라면 '탐문수사를 하면서' ㅋ) 정보를 캐온다는 것, 나이어린 상사와 철부지 후배(?) 사이에서 치인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려나? ㅎ

그렇지만 지대한은 '아버지'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배복근과 차별된다. 특히 시즌2 초반에 나왔던, 출근하는 지대한과 그를 배웅하는 다섯 딸+아내의 모습은 배복근과 달리 지대한에게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을 의도적으로 나타내는 장면 아니었을까. 남의 이야기를 품어주고 공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별순검 멤버들과 같이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극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풀어나가겠다는 것. 이것이 배복근과 지대한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특이한 것은 지대한이 아내에게도 '남편'의 모습보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 뭐랄까, 지대한의 어린 딸들이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지대한의 아내 역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보인다. 오죽하면 엄마보다 서른살-_-은 어릴 것 같은 딸에게 "엄마 아픈지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경무청으로 바로 달려와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겠는가. 지순검님의 아내분이 잠깐동안 실종되었던 에피소드가 삽입된 10회, 11회를 통해 아내분이 종종 잠깐잠깐 기억을 잃고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준 것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대석이네 가족 살인사건 때 지순검님이 피막에 들어가면서 '오랜만에 온다'고 했던 것이나, 아내를 너무 챙긴다고 놀리듯이 말하는 현에게 자신의 아내는 자신이 살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뉘앙스로 대답하던 것을 떠올리면 그 부부도 평범하게 만나 결혼한 건 절대 아닌 듯.

지순검님이 배순검님에 비해 다소 성격이 급한 것도 그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은 아닐까. 지순검님에 비해 여유롭고 느긋하던 배순검님과 달리, 지순검님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던 적이 있었고 지금 역시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여유가 덜하다는 느낌. 그래서 용팔이 말처럼 '풍류를 모를' 수밖에 없는 건 아닌가 싶다. 나검률님이 엄마 없이 텅 빈 집에서 울고있는 애들을 달래주는 걸 보면 나검률님은 지순검님의 가정사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눈치고.

그러고 보면,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 상황에 공감해주는 나검률이 있기 때문에 지대한이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검률님의 개인사가 베일에 쌓여 있는 것도 아니다. 나검률님 역시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가진 인물!) 이렇게 각 인물의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는 건 분명 시즌1보다 보강된 점. 관건은 그 개인사를 각각의 에피소드와 얼마나 긴밀하게 잘 엮어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겠지.


어쨌든 아직까지는 지순검님이 권위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다섯 명의 딸과 아내를 끔찍하게도 아끼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ㅎ 그 집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고. 현이나 진경무관의 개인적인 사정에 비해 지순검님과 다경이의 개인적인 사정은 아직 많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남은 동안 지순검님이나 다경이를 중심으로 한 일들도 분명히 벌어지겠지. 부디 부모 잃고 오빠 잃고 혼자 울고불던 여진이처럼(ㅠㅠ) 비극적인 상황으로 그들을 몰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회쯤 배순검님이 카메오로 출연해서 배순검님-지순검님-용팔이가 만나는 장면이 짧게라도 있었으면!!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아껴보고 있는 팬들을 위해 그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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