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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2] 밝혀진 진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던 10주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어제 일요일 재방송이 끝나고 나니, 아, 정말 끝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어찌나 허탈하던지. 우선은 대본을 책으로 만들어서 마르고 닳도록 읽어야겠다 작정했고, 시즌3이 시작될 때까지 강경무관님네 별순검과 진경무관님네 별순검을 복습하고 또 복습해서 시즌1 1회부터 리뷰나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왠지 정말 할 것 같다-_-). 별순검 홈페이지 갔다가 팝업창에 뜬 메시지를 보고서는 혼자 막 감동받아버리고. 못살아 정말 ㅎㅎ

별순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즌2 작별인사. 아, 짠해라.


시즌 1에 비해 시즌 2에서는 확실히 등장인물 개인의 사연이 보다 풍성해졌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사연들이 따로 놀지 않고 바로 그 '12년 전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자리에 집중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즌 2가 가졌던 강점이라 생각된다. 어떤 의미에서 시즌 2는 12년 전 사건의 피해자들이 순검청이라는 공간에 별순검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자신들이 잊고 있었거나 잊으려 했었던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 2의 첫 장면이 말을 타고 질주하는 어린 진무영의 모습이었다는 것은, 시즌 2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12년 전 사건'이라는 점을 집약적으로 암시했던 것이리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상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어떤 비밀에 얽혀 있는 존재인지도 몰랐던 다경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돌이키고 싶지 않던 비극을 재생하게 되었다. 어쩌면 모르는 채로 사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기억.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그 피바다 속에서 혼자 넋을 잃은 채 걸어나오던 그 기억이 다시금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기억을 찾은 다경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 회에 보이던 것처럼, 그저 울고만 있었을까. 그저 울고, 엄마를 부르고, 아빠를 부르고, 오빠와 언니를 부르고, 또다시 울고, 또 울고 하다가 결국에는 무너져버렸을까. 그녀의 (양)언니가 걱정했듯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되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많이 비틀대고 휘청였더라도, 그 비극을 함께 견뎠던 사람이 있고, 그 운명에 함께 묶여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종내 일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시즌 2의 멤버들이 서로에게 단순한 '직장 동료'나 '같은 팀 팀원들'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온 그들의 인연이 공적인 만남보다 앞서기 때문 아닐까 싶고, 그 인연은 다경이가, 지순검님이, 진경무관님이, 각자의 남은 몫을 잘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 암시를 가장 강하게 주는 장면이 진경무관님과 다경이가 서로를 토닥이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진무영의 입장에서 시즌 2는 자신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고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강해지려던 '까칠무영'이, 자신보다 더 아픈 누군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읽어내려 했던 진무영은 12년 전의 비밀에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갈수록 타인의 상처를 돌아보고 그가 가진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이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마지막회에서 다경에게 먼저 손을 내밀던 무영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거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어쨌든, 밝혀져야 할 것들은 상당 부분 밝혀진 셈이다. 어린 다경이는 '진종사관님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 아니라 해동교 살수단에 의해 가족을 잃었고 기억을 잃었다. 진경무관님의 아버지는 옳은 판단을 했음에도 자신의 목을 매야 했고, 어린 유이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아간 어린 무영은 눈앞에서 숨이 끊어지는 아버지를 지켜봐야 했으며, 그 후로 자신의 마음을 닫아 버렸을 테다. 해동교 살수단의 일원으로 다경이 가족의 죽음에 관여했고 진종사관님 자살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김진규는 12년이 흐른 뒤 진경무관님 앞에 다시 나타나 진종사관님이 틀리지 않았다는 힌트를 주려 했으나, 그 때 자신이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던 그 소녀가 다경이었음을 눈치채고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그렇지만 남은 이야기들이 아예 없지는 않다. 제일 먼저 손꼽을 만한 것이 선우현이라는 인물의 이야기!!!!!!!!!!!!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는 얘기를 한다든지, "참 잘 컸다"는 경무사님의 칭찬이라든지,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할듯 말듯 하다가 결국 말아버린다든지-_-하면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현이라는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상처를 품고 있는지 등등. 아무래도 시즌 2에서는 현이에 대해 살짝 '맛만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시즌 3을 염두에 둔 작가님과 피디님의 계획이었으리라 굳게 믿어본다 ㅎㅎ

그리고 완소나검률언니!!!!!!! 초설이라는 기명까지 가졌던 나검률님이 별순검의 검률이 된 사연. 왜 하필 검률이 되었는지, 누가 나검률언니의 재주를 발견하고 이리도 잘 맞는 자리에 넣어주었는지, 나검률언니와 지순검님은 도대체 뭔 관계인지도 궁금하고. 그것뿐인가. 지순검님과 박옥선여사님+_+의 만남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고, 19회에 특별출연하신(아 진짜 나 반가워서 눈물날뻔했어ㅠㅠ) 배순검님이 살짝 흘리신 "1년 전 그 사건"은 그대로 끝인지, 말그대로 '사미완'인 건지도 궁금하고, 왜 다경이의 양부모님들이 바로 며칠 간격으로 죽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분명히 여기에도 뭔가 숨겨진 얘기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_+), 살짝 시작하다가 말아버린 무영-다경-현의 삼각관계는 어찌될 것인지, 유이는 소요유 문을 닫고 영영 떠나버린 건지......아아아아. 궁금한 게 너무 많고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시즌 3은 정말 멤버 바뀌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ㅠㅠ

유이, 지순검님, 진경무관님, 나검률님, 다경이, 현이. 시즌2 멤버들 :)


지난 여름, 완전히 새로운 멤버들로 시즌 2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돼! 안돼! 안돼!!!!!!!!"하며 절규하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_- 비록 배우들은 바뀌었지만 다행히도 정윤정-황혜령-윤진아작가님들과 김병수PD님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기에(사실 시즌 1은 이승영-김병수PD님의 공동작업이었고 시즌 2는 신승엽-김병수PD님의 공동작업이었지만) <별순검>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매력을 유지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도록, 시즌 3은 스탭분들과 배우들이 바뀌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남은 얘기가 많은데 또 무슨 새로운 별순검을 꾸린단 말인가ㅠㅠ 인제 나으리가 낄낄 웃는 장면도 좀 보여주고, 지순검님네 딸기들도 좀 크고, 나검률님도 로맨스의 주인공 좀 되시고, 현이가 혼자 폼나게 범인도 좀 잡아오고, 다경이가 나으리를 좀 토닥거려주기도 하고, 뭐 그래야 되는거 아니겠냐는 거다. 그래서 나중에 온주완군 제대하면 강우랑 여진이랑 강경무관님도 언제 좀 특별출연시키고...(음하하하)

2008,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시즌2.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10주동안 나를 즐겁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던 별순검. 부디 2008년 12월로 별순검 시즌 2가 영원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시작이었다는 진경무관님의 말처럼, 끝인 것처럼 보이는 여기서 시즌 3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시작되어 또다시 나의 주말 밤과 주일 낮을 즐겁게 해 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시간 좀 걸리는 거야 복습하면서 기다리면 되지. 부디 시즌 3, 커밍 쑨하기를!!!!!!!!!!!!!!!!!!!!!!!!!


별순검 출연진들&스탭분들,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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