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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무지개/별순검

[별순검 시즌1 VS 시즌2] 여진 對 한다경

얼마 전, 오랜만에 별순검 시즌1을 다시 보았다. 어떤 걸 볼까 생각하다가 여진이 오빠가 불에 탄 시체로 나타났던 18회를 선택했다. 18회는 시즌1 에피 중 가장 대놓고 슬펐던 에피라고 생각하는데(대부분은 은근히 슬펐던지라) 오랜만에 봐도 어찌나 가슴 한 켠이 아리던지, 아휴.

별순검 시즌1 18회 중, 오빠의 시신 앞에서 넋을 잃은 여진. 눈물이 양 볼을 타고 뚝뚝.

여진은 시즌1을 보는 내내 내 마음을 가장 짠하게 했던 인물이었다. 나이도 어린 아이가 어쩌면 그리 굴곡많은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릴 때는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양반에서 관비로 신분이 급추락해버리고.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철폐된 후에는 명민한 여진이를 눈여겨 봐 주신 경무사님 덕택에 경무청에 들어왔더니만 흉악한-_- 오별감에게 덜미를 잡혀 창기가 될 뻔 하고. 어찌저찌 그 위기를 넘기고 별순검 멤버가 되어 좀 안정되게 살아보나 했더니 오빠가 살해당하고. 아, 이건 좀 너무 심하지 않냔 말이다.

어린 여진, 어린 여훈. 꼭 잡은 두 손. 그리고 두 남매를 묶어주던 아버지의 피.

워낙 여진의 삶이 파란만장했던 탓이었을까. 시즌1에서 자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장 풍성하게 들려주던 인물 역시 여진이었다. 1회였던 백정살인사건 때 용의자인 최노인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어릴 적 관비로 지낼 때 귀양가 있는 아버지를 만났던 적이 있다며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던 그 모습이 너무 인상깊어서, 시즌1을 보는 내내 여진이를 편애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물론 다른 멤버들도 정말 좋아했지만, 가장 가진 것이 적은 인물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었던 인물이 여진이었기에 그녀를 보고 있으면 항상 안쓰럽고 안타까웠다(만날 '강경무관님 여진이좀 더 예뻐해주세요ㅠㅠ'하고 있었다). 시즌2에서는 여진이가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하아;

여진 역할을 맡았던 박효주. (그녀의 여진이를 좋아했던 탓에 다른 배우들보다 캡쳐가 많고나 ㅎ)
柳, 부드럽지만 단단하던 여진이.
이렇게 미소지을 때면 정말 예뻤는데ㅠㅠ 보고싶구나 진아ㅠㅠㅠㅠ


시즌1에 여진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한다경이 있다. 다경이는 '다모'가 아닌 '순검'이며, 여진이보다 좀더 날래고 몸싸움도 잘한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을 주던 여진이에 비해 다경이는 좀더 소녀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꼼꼼하고 신중하게 수사에 임한다는 점에서는 둘다 공통적이다. 옷 색깔도 비슷하고, 조사용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다경이의 가방이 두 배쯤 크기는 하지만 ㅋ

아, 그러고보니 머리 스타일도 많이 다르구나 ㅎ

시즌2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인물 소개나 스페셜 영상에서의 인물 소개에 따르면, 다경이는 종잡을 수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인물이다. 상냥한 것 같으면서도 쌀쌀하고, 명랑한 것 같으면서도 얌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한걸음쯤 밖에 서 있는. 심지어 피를 보는 것도 싫어하고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것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관이 되어 매일같이 피를 보고 매일같이 사람들과 부대낀다. 그런데 솔직히 시즌2를 쭉 보면서 다경이를 변덕 심하고 기분 잘 바뀌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되지 않은 건가? 아니면 내가 다경이의 그런 모습을 잘 잡아내지 못한 건가-_-

어쨌든 제작진의 그런 인물 설정;은 다경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염두에 둔 것일텐데, 여진이가 시즌1 첫회 때부터 자신의 개인사를 풀어놓았던 데 비해 다경이의 개인사는 아직 거의 나오지 않았다. '몰살'이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어릴 적에 어머니의 주검을 끌어안고 울던 기억이 있으며, 지금 혼자 살고 있으며, 아버지가 경무관이었다는 것 정도? 시집간 언니가 있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나온 적이 없고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가 없다.

어머니는 왜 다경이 앞에서 죽어갔는지, 아버지는 어쩌다가 죽었는지, 그렇게 아버지가 죽었는데 어떻게 경무청에 들어왔는지, 아직 나와야 할 얘기가 많다. 그리고 사실 나는 무영-다경-현의 삼각관계보다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그놈의 '12년 전 사건'이 별순검 시즌2의 모든 멤버들과 얽혀 있는 듯한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다. 왠지 시즌1 마지막의 사미완 사건도 이 멤버들과 관계가 있을 것 같고+_+

현, 다경, 무영. 셋 다 비밀이 많은 사람들.

시즌2 초반에는 시즌2가 다경이의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첫회에 다경이가 나름 또릿또릿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더더욱. 그런데 요즘은 시즌2가 다경이의 성장기인 동시에 진무영의 성장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험이 없던 초보순검 다경이가 '수사를 하고 범인을 잡는 법'을 배우면서 점점 노련해지고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꽁꽁 닫아두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몰랐던 진무영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한다경과 진무영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참 보기 좋다. 2회에서 발화점도 못 찾고 증거도 못 찾던 다경이는 이제 혼자서도 중요한 증거를 착착 찾아오고, 까칠하기 짝이 없어 '맞는 말'만 하지 '좋은 말'을 못 하던 진경무관은 이제 미소도 짓는다!! 이런 걸 두고 장족의 발전이라 하는 것 아니겠는가ㅠㅠ

아, 얘 좀 감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해 주던 1화-그림자.

남은 동안 '무모한 아이'였던 다경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치우치거나 흔들리지 않고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 확실한 범인을 찾아내려는 진무영을 역할 모델로 삼아 수사관 한다경으로서 멋있게 성장하는 모습은 물론이요, 죽은 딸의 시체 앞에서 절규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운다고 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매정한 소리를 해대던 진무영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인간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함께 보고 싶다. 이번주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판사는 명관이 아니다"라는 한다경의 말을 곱씹으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 깊이 고심하는 진무영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뿌듯하던지ㅠㅠ 무영아, 네가 드디어 인간이 되는구나!! 막 이랬다 으하하하하.

그리고 별순검 각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아아 궁금해!!!!! 삼각관계보다 그 얘기가 정말 훨씬훨씬 더 궁금하다ㅠㅠ 남은 6회에서 '12년전 그 사건'과 '다경의 가족사'와 '현은 어떻게 태어났는가'와 '현은 어쩌다 별순검이 되었는가'와 '지순검님 부인은 왜그러는가'와 '지순검님 부인과 다경은 무슨 관계인가'와 '지순검님 부인이 가서 서 있던 폐가는 무엇인가'와 '무영과 유이는 뭔 관계인가'와 '김진규와 무영은 뭔 관계이며 김진규와 다경은 뭔 관계인가'와 '사미완과 시즌2 멤버들의 관계는 무엇인가'가 다 밝혀질 수 있을까? 안되면 뭐 시즌3으로 이어지는 수밖에 없겠군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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