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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TV] 땀냄새나는 도전기, 슈퍼스타K :)

요즘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케이블방송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ㅋ 슈퍼스타K.


지역예선 때는 거의 보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허접한 후보들이 자기를 뽑아달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는 게 좀 짜증스러웠다. 그러다 열 두명 중 열 명을 뽑을 때부터 슬슬 보기 시작해서 지금은 꽤 열심히 보고 있다. 여전히 아메리칸 아이돌 짝퉁이라는 비난도 많고 '외국 프로 그래도 베낀 것 따위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더라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보게 된 건 몇몇 후보들을 응원하게 되면서부터다. 초반에 설렁설렁 보다가도 응원하는 후보가 생기게 되면 몰입해서 보게 되는 것이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매력 같다. 물론 좋아하는 후보가 일찍 떨어지면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기도 하지만; 보통 초반에는 두어명의 후보들을 함께 '미는'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웬만하면 막판까지 몰입도가 유지되는 것 같다. 도전 슈퍼모델 따위도 그래서 막판엔 얼마나 열심히 봤던지. 뭐 그래봤자 내가 응원하는 후보들이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_-

회별로 작은 도전 과제를 주고, 과제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에게 선물 내지 상을 주고, 모든 후보자들이 무대에 서고, 탈락자로 선정되지 않으려 노력하고...슈퍼스타K는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후보들이 1억을 두고 겨루는 경쟁자들인데 경쟁자처럼 보이기보다는 친한 언니오빠동생들처럼 보여 가끔씩은 '뭐야 이거 긴장감이 없잖아' 싶기도 한다. 물론 너무 심하게 경쟁하면 꼴보기 싫겠지만 그래도 후보들간의 묘한 대립 관계도 잘 보이지 않는 건 의외이다. 은근히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것 같긴 한데 후보들이 잘 안 넘어가는 것 같다. '그 단계까지 같이 온 동반자들'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K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당연히 그 후보들 때문이다. 지역예선 때는 '쟨 또 뭐니' 싶었던 후보들이 점점 기량을 발전시켜나가는 모습. 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성장하고, 그 성장을 TV로나마 지켜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슈퍼스타K가 현재 가진 가장 큰 장점일 테다. 매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무대에 설 때마다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이야말로 진실 그 자체일테니. 어떤 유명 프로그램을 모방해도 베낄 수 없는, 눈부신 진실.

 

내가 응원하는 후보는 충분히 예상가능하게도 (길잃은고양이의) 조문근. 나의 취향은 역시나 마이너한 것인가 생각했는데 의외로 매번 네티즌 인기투표 1위를 달리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나같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ㅋ 어쨌든간 조문근이 가장 맘에 든다. 처음에 북 들고 나올 때부터 괜찮았다. '거리공연가'라고 직업에 써넣을 수 있을 정도로 뮤지션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 후보라는 생각이 든다. 음색도 괜찮고, 적당히 이런저런 경험을 한 듯한, 스물 다섯이란 나이도 마음에 든다. 윤종신이 심사 때 했던, '뮤지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말도 내가 조문근을 응원하는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무대는 임주연의 곡에 가사를 붙여 불렀던 9회의 '따뜻한 노래' 때. '내 노래가 따뜻해졌으면 해'라는 가사가 참 오래 입안에 맴돌았다. 처음엔 '내 노래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의미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노래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노래 자체'를 따뜻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즉 인간미 가득한 노래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 노래는 정말 따뜻했었고, 그 날 임주연도 너무 귀여웠다. 무대 아래서 노래 막 따라부를 때, 특히나!!!

슈퍼스타K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조문근의 프로필.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인상적이었다ㅠ


그에 비해 어제 <희야>는 좀 아쉬운 무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너무 폭발시킨 것 같다. 맨 끝까지 그 '폭발 상태'를 유지할만한 자신이 있었다면 갈 수 있을 데까지 가버리는 것도 괜찮았겠지. 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이 딸려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 듯해 안타까웠다. 초반에 좀 여유를 두고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조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보는 내 숨이 다 차는 듯 했다. 무대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 '숨차는 느낌'이 보는 사람에게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끔 한 것 같다. 오프닝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그랬던 걸까? 솔직히 무대 끝나고 나서는 '어히구 이번주에 떨어지는 건가' 싶었는데 합격 의자에 앉게 되어 다행이었다. 11회 때에는 9회 같은 모습을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다.

네티즌 투표에서 길학미가 너무 떨어지니 서인국-조문근이 최후의 2인으로 남을 것 같긴 한데 과연 조문근이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서인국이 조문근보다는 훨씬 '엠넷스러운' 후보라는 게 걸린다. 우승을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잘 맞는 레이블에 들어가 좋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괜찮은 레이블에서 연락 좀 해 줄만도 한데 말이다. 플럭서스 말고-_- 임주연이 오지은에게 좀 소개시켜주...면 해피로봇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 음...그것도 좀 별로;;;;;;

아래 영상은 유튜브에서 본 조문근의 '길잃은고양이' 공연. TV 카메라에 담긴 모습보다 이게 더 매력적이다. 작은 공연장이나 클럽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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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근이 작사한, <따뜻한 노래>의 가사 :)

 

 

지난 겨울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공원 한구석에서 조용히 노래 부르네

겨울밤은 깊어만 가고 듣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래도 노랠 부르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왜 노래 부르고 있는지 잠시만 나의 얘길 들어줘요

내 노래가 따뜻해졌으면 해 사람들 모두 쓸쓸하지만 웃을 수 있게

이것이 꿈이라도 좋아 지금 할 수 있는게 이런 거라면 난 노랠 부를게
추운 겨울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공원 한구석에서 노래를 또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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