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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영화] 다시, 여기보다 어딘가에.

2007년 12월 29일, <여기보다 어딘가에> 시네마 상상마당 상영 -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

 

인제 다섯 번 쯤 보는 거니까(한 영화를 '극장에서' 네 번까진 본 적 있는데, 다섯 번 본 적은 처음이다)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조금 했는데 다행히 전혀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 곧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리 기대감이 들어서 괜히 더 피식피식 웃고. 준석님 대사는 거의다 외웠고; 특히 내가 많이 좋아하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가사도 외워 버렸다. 수연이가 "너 꺼져, 다 쓰레기야" 하고 소리지르며 나가는 장면 다음부터는 - 어떻게 얘기가 흘러갈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혼자 "수연아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하고 되뇌게 되더라. 그러고 있다 보니, 에이, 또 눈물나 버렸어.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건 수연이가 쓰는 LIPA 원서에 쓰여있는 메일주소의 정체. 혼자 웃음 참느라 혼났다 ㅋㅋ 그리고 수연이와 동호가 함께 가는 악기점이 "고양시 일산구"에 있다는 거. 우리동네잖아!! (누가 보면 일산이 다 내땅인줄 알겠네) 수연이와 동호가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심사위원 중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민홍씨도 있었다는 것도 처음 봤다. 만날 준석님 보느라 못봤었나보다; 동호 성이 '유'씨인 것도 이번에 알았네 ㅠㅠ 이제까지 왜못봤던 거지?; 유하준씨의 성을 그대로 따서 쓴 듯. 근데 동호는 볼수록 감독님이랑 비슷해 보인다.


......맨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수연이에 대한 연민 내지 공감과 피아노학원 원장선생 말마따나 '책임감이라는 걸 모르는' 데 대한 얄미움 같은 게 섞여 있었던 것 같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가버리는, 그러고도 뻔뻔하도록 당당하게 동호에게 소리를 지르는 수연이를 보며 머릿속이 조금(많이?)복잡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책임하게 알량한 '밝은 미래' 따위를 약속하는 대신, 지금 그들과 내가 서 있는 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의 시선이 참 편안해졌다. 감독님 말씀처럼,수연이가 계속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유학을 간다고 해봤자 성공하기 힘들 거다. 거기서도 여기서처럼 불안하고, 짜증나고, 멍하겠지.

하지만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야말로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가 아닐까. 정말 모르겠으니까, 계속 살아 보는 거다. 못되고 찌질한 인간들에게 상처입기도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은무너진 채큰 소리를 내며 울게 되더라도 그렇게 더 많은 일을 겪고 더 많이 아프고 나면 어느샌가 그 곳을 빠져나와 있겠지. 결과는 나중에 돌아보면 되는 거고, 어쨌든 지금은 절룩거리더라도 갈 때.


Anyway...이 영화,좋다. 처음에는 준석님이 나오셔서, 이제는 그냥 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새해엔 꼭 정식 개봉할 수 있길!

감독과의 대화 시작 전, 진행자분(상상마당 스탭이신가요?;)과 이승영감독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님.
관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감독님.
아...볼수록 감독님 얼굴에서 동호가 겹쳐보여............
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김민홍님.

 

김민홍님은 "영화 속 방준석씨가 맡은 역할을 욕심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역할은 좀..."이라며 극구 마다. 아이고 준석님 ㅋㅋㅋㅋ 그리고 꿈을 꾸다 보면 현실이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셨다. 음 그렇군...하고 나름 진지하게 들었는데, 민홍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감독님 반응 : "...잘 되셨으니까..." (진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은지님, 요조씨.

진지경청모드. 여전히 선생님 말씀 듣는 학생 분위기.

 

GV후에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with 요조의 작은 공연이 있었다. 지난번 시네큐브 때처럼. 부산에서도 시네큐브에서도 인디스페이스에서도 영화를 못보셨다는 은지님은 어제서야 영화를 봤는데 참 좋았다며, 올해 자신의 top 2 로 꼽으셨다. 그리고 웃으시는데...난 이 언니 웃는 게 그냥 좋더라 >ㅁ<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민홍님과 은지님.
소규모아카시아밴드 with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요조.
소규모아카시아밴드 with 노래하는 요조.
그나저나 요조는 이 날 정말 두얼굴이었다. GV 초반 우울모드 작렬.
어디서 누구에게 혼나고 오신 것도 아닐텐데...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이런건 좀 무서운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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