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드는 바람/보고

[TV] 슈퍼스타K, 청춘의 열정에 박수를!

그저께 슈퍼스타K가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서인국이 1위를, 조문근이 2위를 했다. 내가 응원하는 사람들은 왜 항상 1등을 못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ㅎ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많이 속상하진 않았다. 대신 이들을 '슈퍼스타K 후보자들'이라는 이름으로 한 무대에서 보는 건 마지막이구나, 싶어 좀 아쉬웠다. 1등이 결정되면 끝나는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운명이니 12회로 종영되는 것이 당연한 거긴 하다. 근데, 참 진부한 말 같지만, 이제부터가 이들에게는 진짜로 '시작'인 것 같은데 '우승자 뽑았으니 끝이에요'라고 하니까 조금 허탈한 거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어떻게 프로페셔널이 되어가는지, 더 보고 싶은데.

최종우승자 서인국, 최종경쟁자 조문근.

좌측부터 박세미, 박재은, 조문근, 서인국, 이진, 박태진, 정선국. 이미지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970/3816970.html?ctg=15


제일 아쉬운 건 역시 조문근을 볼 수 없다는 거다. 가장 좋아했던 후보다. 그를 보면 나의 스물 다섯이 자꾸 떠올랐다. 그 때 나는 어땠었지? 자주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나라는 존재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다고 느꼈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대신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뭘지 궁리하느라 바빴고, 누가 나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해했던 게 내 스물 다섯의 모습이었다. 특별히 의기소침해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대 중반도 후반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그래서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내 나이와 위치와 상황이 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스물 다섯은 당당했다. 자신의 직업을 거리공연가라고 밝히는 모습에서 그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음악하겠다고 독립했다는 당당함, 번듯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소개하는 타 후보들과 달리 항상 '젬베치며 노래하는 조문근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소박함과 솔직함, 노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꿈마저도 참 좋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들이 대부분이었던 슈퍼스타K 후보자들 중 가장 차별화되고 독특했던 보컬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그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즐거웠고 행복했다. 아, <희야>는 빼고ㅎ

스물 다섯의 조문근, 그 때의 나와 달리 반짝반짝 빛나는 그의 존재와 그의 음악.


아쉬운 마음 때문에 어제오늘 KMTV와 엠넷을 계속 돌려보며 슈퍼스타K 재방송을 쭉 봤다. TOP10을 뽑던 6회부터 최종회인 12회까지. 12회는 금토일 3일 동안 다섯 번쯤 본 것 같다 하하하. 우습게도, 12회를 계속 보고 있노라니 마지막엔 눈물이 다 났다ㅎ 비록 네티즌 투표나 문자투표에서는 졌지만 우승한 서인국의 무대보다 조문근의 무대가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번호인 '1'을 표시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으면서도 <Hey Hey Hey>를 부를 때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 서인국의 프로(!) 데뷔곡이 될 <부른다>를 부르는 순간마저도, 스물 다섯, 그의 청춘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 반짝이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조문근이 일등을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별로 없다. 처음부터 가장 인기있는 후보 중 한 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문근이 최종 우승자가 되리라고 예상해 본 적은 없었다. 솔직히 그는 너무도 '엠넷스럽지 않은' 후보자이고, 연예인이나 엔터테이너라기보다는 공연을 하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에 더 가까우니까. 내가 바랐던 것은 조문근이 우승을 해서 슈퍼스타K가 되고 1억을 받고 방시혁의 곡을 받아 앨범을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레이블과 인연을 맺어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무대 위에 멋지게 서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다.

한 회 한 회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나갈 때마다 이런저런 미션들을 치뤄내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물론이요 단점과 한계와 문제점까지도 확인했을 것이다. 부디 너무 오바하지도 말고, 너무 실망하지도 말고, 윤종신이 했던 말처럼 '길게 보고' 한 발짝씩 천천히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화려할 필요 전혀 없으니까. 그래서 조문근이 무대 위에서 노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남의 노래 대신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젬베치며 노래하는 사람'에서 '조문근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