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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TV] 패션 문외한의 프런코3 1회 감상평.

1회 미션 : 2011년 F/W 콜렉션 메인 의상 제작.

낮이건 밤이건 '빤짝빤짝'하신 간교수님.

첫 회부터 너무 강한데? 라고 도전자들은 생각했겠지만, 나는 첫 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떨어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TOP3에 들 거라고 가정해 봐라'는 전제를 주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메인 의상을 제작하라는 건, 결국 그 디자이너의 색깔과 성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을 만들어 보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션은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메인 의상이라면 그 무게감이 너무 크니까. 기본적으로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거다. 나름의 주제 의식이 있어야겠고 그 주제 의식이 디자이너의 개성 및 창의성과 일관되게 연결되어야겠지. 그러면서 F/W라는 미션도 맞춰줘야겠고. 1회답게 이 디자이너가 어떤 특기를 가졌고 어떤 걸 잘하는 디자이너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제작 의도였다면 좀더 미션을 '부담감 덜하게' 표현해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어차피 탈락자는 생기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신주연씨가 우승을 한 이유는 'F/W 콜렉션 메인 의상'이라는 미션에 대한 적합성 부분에서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난 신주연씨의 의상을 처음 봤을 때 머리띠-_-와 치렁치렁함에 좀 당황했었는데; 다른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메인 의상'으로서의 무게감은 확실했던 것 같다. 이건 이학림씨의 탈락 이유와도 연결될 수 있을 듯 한데, 차라리 난 이학림씨가 끝까지 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1회 탈락자 이학림, 1회 우승자 신주연.
그리고 몇 가지 의상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1회 조서영씨 의상, 정녹영씨 의상, 이학림씨 의상. 이 아래는 홍지선씨 의상.
그리고 홍지선씨 의상.

BOTTOM도 TOP도 되지 않았던 조서영씨의 의상...아. 난 도저히 저게 '완성된 옷'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 정리도 안 되어 있고, 메인 옷감과 검은 천이 엮여진 부분도 좀 곤란하고, 아무리 옷감이 저렇다 해도 저 옷의 가려지지 않는 부분들은 다 어쩌란 말이며, 뒷모습도...아아. 내 눈이 막눈이라 이런 건가. 어쨌든 난 저 옷 보고 참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옷이 BOTTOM이지 않았던 이유는 디자이너의 연출(저 헤어스타일에 저 머리의 악세사리가 아니었다면 저 옷은 훨씬 더 곤란해 보였을 거라 생각한다)+너무나 뚜렷한 개성(무대의상 제작자다운, 약간은 과장되고 일반적이지 않은)+대단하게도 저 옷을 소화해낸 모델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BOTTOM이었던 정녹영씨의 의상도 마찬가지다. 김석원씨가 질색하긴 했지만ㅋㅋㅋ 어쨌든간 저 옷은 정말 심사위원 눈치 안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끝까지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단 말이다. 옷의 안감과 잘 어울리는 호피 리본이나 하나로 올려묶은 머리 모양도 잘 어울렸고. 어차피 첫 회이고 주제 자체가 디자이너의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니만큼, '너 개성 너무 별로다'라고 누군가를 떨어뜨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심사위원 눈에는 흉해 보인다 해도 디자이너가 당당하게 "저는 이게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라는데 뭐 어쩔거야. 난 오히려 정녹영씨 옷보다 홍지선씨 옷이 더 별로였다. 왜 저건 BOTTOM이 아니지? 궁금했을 지경.

이런 맥락에서-이학림씨가 '끝까지 갔으면'의 의미는, 정녹영씨나 조서영씨처럼 자기의 색깔을 아주 확실하게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거다. 그랬다면 메인 의상이라는 무게감 면에서의 부족함도 덜했을 듯. 굳이 '락을 좋아하지만 소심한 여성'이라는 주제를 살리고 싶었다면, 좀더 나이가 있는 여성의 옷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았을텐데. 이제까지 내가 본 프런코는 '덜 큰 소녀같은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차라리 상의를 소심한 컨셉에 맞추고 하의를 대담하게 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의상은 매니쉬하고 절제되어 있는데 머리는 저 머리! 여도 나는 재미있었을 것 같다(만 김석원씨는 화냈을 듯ㅋㅋㅋㅋ).

어쨌든 이학림씨의 탈락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프런코3의 남자 출연자들 중 황재근씨와 함께 존재감 하나는 엄청나게 확실해 보였는데. 시즌1, 2에서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좀더 오래 갔다면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보여줬을 것 같은데. 겉으론 자타칭 옴므파탈에 되게 쎌 것 같지만 알고보면 예민하고 속이 좀 여린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그 짐작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도 하기 전에 떨어뜨리다니. 아쉬워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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