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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즐기고

170812 펜타포트락페스티벌 - 브로콜리너마저, 아도이,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금요일까지 나의 계획은 일찍 도착해서 더베인도 보고 로다운30도 보고 오왠도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엠넷 보다 보니 늦어버렸고(ㅠㅠ) 너무 더워서 버스 탈 의욕이 다 꺾인 탓에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음. 차 없는 경기도민들이란 '도착지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수많이 검색하다가 결국은 지하철을 택하게 되는 사람들이니까 흑흑. 열심히 자고 갈아탄 끝에 국제업무지구역 도착. 


처음 인터넷에서 가는 길 찾아 보고는 '업무'가 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알았다. 저 '업무'라고 되어 있는 곳이 다 빈터, 공사장, 풀이 우거진 공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같은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함은 없었다. 근데 날씨가 너무 덥고 길은 너무 길고 중간에 그늘은 정말 1도 없어서 차라리 비나 와라 싶었음. 가는 길이 20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건 맞았다. 30분까지 걸리진 않았음.



그래도 도착했을 때는 기분이 좋아서(으아아 곧 승열오라버니를 만날 수 있어!!!) 되게 신이 나 있었는데 입장 팔찌 차고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힘빠지는 일이 생겼다. 바로 카메라 검사. 오라버니 찍어야지!!!!! 하고 엄청 의욕 넘치게 카메라 들고 갔는데! 카메라 말고는 짐도 거의 없었는데!! 덥고 무거워도 오라버니 찍을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이거 <전문가용 카메라>라서 못 가지고 들어가신다고ㅠㅠ 쓰시면 안된다고ㅠㅠㅠㅠ 아 정말 의욕이 쭉 빠져서 피아가 공연을 하고 있는데도 들어갈 마음이 안 나고 한동안 밖에서 멍때리고 앉아 있었다 엉엉엉. 아니 제 카메라 전문가용 아니에요ㅠㅠ DSLR이긴 하지만 오래된 거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네.


하지만 어쨌든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하니, 물품보관소에 가서 맡겨야겠다 했건만 이것도 안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날 브로콜리너마저를 보고 오빠를 보고 아도이를 보고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을 보고 아침 첫차가 다닐 시간에 맞춰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예정이었는데 물품보관소 오픈 시간은 그보다 한참 후이므로…타이밍 아웃……결국은 여기저기를 엿보다가(-_-;;) 어찌저찌 카메라 가방을 공연장 안으로 집어넣고 입장. 그리고는 공연장을 이곳저곳 돌면서 공연을 슬슬 보았다. SWANKY DANK를 좀 멀리서 보고 악동뮤지션을 맨 앞줄에서 보고(수현씨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나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은 지고 승열오라버니 나오실 시간은 한참 남았고…

그래도 어쨌든 노을은 예쁘고!


머어어얼리서 장기하와얼굴들을 보다가 으음 이제는 승열오라버니를 뵈러 가야겠다 싶어 하이네켄 그린 스테이지로 이동. 이날 나에게는 이 스테이지가 메인이었고(뭐 어쩔 수 없다 내 취향ㅋㅋㅋㅋㅋㅋ) 브로콜리너마저 너무 오랜만이고 아도이 완전 보고 싶었고 불쏘 역시 너무너무너무 오랜만이라 엄청 설렜다. 브콜과 불쏘를 함께 봤었던 2010 지산락페가 생각나서 엄청 새삼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7년이 지났어 우왕.


스테이지 앞에 앉아 좀 기다렸더니 읭?? 사운드체크를 시작하네???? 불쏘와 오라버니가 순서대로 사운드체크를 하셔서 구경 잘했다. 불쏘도 불쏘지만 곰사장님 너무 존재감 뿜뿜하시며 스테이지를 활보하심ㅋㅋㅋㅋㅋ


까르푸황님과 김간지님과 조까를로스님과 곰사장님ㅋ

아직 무대의상 안 입으신 조까를로스님…


11시를 앞두고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첫 테이프를 끊을 브로콜리너마저가 올라왔다. 덕원님, 향기님, 류지님, 잔디님 :)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알고, 듣고, 위로받던 것도십년 전에 시작된 일. 아아…

그리고 이렇게 눈앞에서 브로콜리너마저를 보는 건 정말 너무 오랜만이라

무대 위에 올라온 네 분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격해버렸다. 세상에나.

향기씨 이날 너무 멋있으셨고//빨간 티셔츠가 이렇게 잘어울리시다니!!!

계속 '아 카메라로 찍고 싶다' 했지만어쩔 수 없이 아이폰으로만 찍었다 흑흑.

키보드의 잔디씨도!!

나혼자 막 반가웠고!!! 화질은 비록 이모양이지만ㅠㅠ

덕원씨는 꽤 귀여운 티셔츠를 입으신 듯했는데기타에 가려져서 안타깝… ;ㅂ;

향기씨 스트랩의 저 뱃지들도뭔지 궁금했다 흐아+_+


좀 웃기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지금의 내가 음악을 듣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역시 승열오라버니(………)이시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 취향의 한 줄기를 만들어낸 건 20대에 듣던 음악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_- 강하고 묵직하고 단단하고 역동적인 음악이 취향의 한 줄기라면 반대편 줄기는 단순하고 소박하고 서정적이고 쨍하게 오래 울리는 음악인 것이다. 남들은 10대 시절에 듣던 음악이 취향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때 내가 듣던 게 지금의 취향을 만든 것 같진 않고; 오히려 10대 후반부터 20대에 듣던 음악들이 취향을 만드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특히나 그때는 모던록을 좋아하고 즐겨 듣던 시기라, 스웨터라든가 마이앤트메리라든가 3호선버터플라이 등을 정말 좋아하기도 했지만, 앞의 음악들은 아무래도 '언니' 혹은 '오빠'들의 음악 같은 느낌이 강한 것이다. (물론 그때는 그 이유로 좋아하기도 했고, 지금 역시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은 그 시절에 듣던 '같은 세대' 뮤지션들의 음악을 다시 들었을 때 더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들의 공연을 엄청 열심히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그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음…혼란스러웠던 20대를 어떻게든 '지내고' 현재를 버티고 있는 내가,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내온 사람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동질감 혹은 연민 같은 것이 그들을 보면 느껴진달까. 


브로콜리너마저 역시 나에게는 그런 팀인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개소리 대신 시크릿 따위의 헛소리가 넘쳐흐르던 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원하는 걸 강렬히 믿는다면 안 되는 일 같ㅋ은ㅋ건ㅋ없다는 소리에 속이 뒤집어지던 때. 앵콜요청금지를 듣고, 안녕을 듣고, 청춘열차를 들으며 나는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 건지 불안해했지만, 그래도 어디론가는 가고 있다는 사실의 분명함에 위로를 받았었다. 이 지긋지긋한 20대가 영원하지 않을 거란 사실에, 끝을 향해 갈 거라는 사실에 안도했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고, 마음이 왠지 쌩해지고, 짠해지고, 쓸쓸해진다. 그때의 나를 내가 더 위로하고 지지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어 미안해진다.


이후 졸업과 골든힛트 모음집과 열의 하나 앨범을 계속 찾아 들으며, 내가 나이를 먹고 변해가듯이 이 밴드 역시 나이를 먹고 점점 더 '어른의 음악'을 멋지게 들려주는 팀으로 두터워져간다는 데 고마움을 느꼈었다. 그러던 차에 눈앞에서, 그것도 바로 앞에서 십년만에 브로콜리너마저를 보니 감격스러워서ㅠㅠ 공연을 보다가 자꾸 눈물이 나버렸다. 자주 울었다. 특히나 열의 하나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노래라, 처음부터 계속 눈물이 났다.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의 열에 하나만 기억해줄래 우리가 아파했던 날은 모두 나 혼자 기억할게-라는 가사를 따라부르며, 많이 울었던 시간이 떠올랐었다.


맨 앞줄에서 자꾸 울어서 덕원씨가 좀 당황하셨을지도 모르는데; 그만큼 공연이 좋았다고 생각해주셨을 거라 믿어본다+_+ 이날 공연 끝나고 덕원씨가 물도 주고 가셨음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덕원님 그리고 잔디님 류지님 향기님.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 오래오래 듣고 싶다. 같이 나이먹어가는, 꾸준히 함께 늙어가는(!) 밴드로 오래오래 가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람.


Broccoli you too :)


브콜 공연이 끝난 후 승열오라버니 공연을 보느라 다른 세상에 좀 다녀왔고…오라버니 무대가 끝난 후 공연의 여운과 작별의 슬픔에 빠져 있느라 아도이 앞부분을 좀 놓쳤다ㅠㅠ 만!!!!! 아도이는 기대보다 훨씬 훨씬 훠어얼씬 좋았다!!!!!!!! 빵에서 본 오주환씨 생각이 자꾸 나서 음원처럼 공연도 좋을 것인가 조마조마했었단 말이다??? 그런데 엄청 좋았다!!!! 이때는 맨 앞줄에 서질 못했던지라 뒷쪽에서 계속 팔짝팔짝 뛰면서 봤는데 한밤중이건 뭐건 신나고 즐거웠다. 아도이 노래가 '빡세게 신나는' 노래가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ㅋㅋㅋ 베이스 치시는 정다영씨 너무 귀여우시고ㅠㅠ 


이스턴사이드킥 때는 오주환씨가 되게 시크하고 '관객 반응에 별 신경 안 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날 공연 때 보니까 전혀 안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뮤지션들은 관객의 호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겠지만, 오주환씨는 그 감각이 보통의 뮤지션들보다 훨씬 더 예민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도이가 아주아주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큰 환호 속에서 아도이가 공연하게 되면 오주환씨가 얼마나 신나게, 얼마나 즐겁게 공연할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괜찮은 음악을 멋지게 들려주는 밴드니까, 진짜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 아도이 많이많이 흥하길.



아도이 다음은 이날 나의 마지막 메인이었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밤 열한시 전부터 계속 서있었던 탓에(그리고 공연장 도착한 건 아마 오후 네시쯤…) 게다가 체력도 별로 좋지 않은 탓에 이제 슬슬 지쳐 쓰러질 때도 되었건만, 그럴 수 없었다. 까를로스가 무대에 올라오는데! 감히 내가! 어떻게! 지칠 수 있겠는가! 버텨야 했다. 열심히 버텼다. 하지만 솔직히 버틴다는 느낌 전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불쏘니까. 그러고 보면, 이날은 불쏘라서 가능했던 밤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보는 불쏘는 너무 여전하고 웃기고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신나서 공연 내내 많이많이 웃었다. 진짜 큰소리로 웃었닼ㅋㅋㅋㅋㅋ 불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신나서 더 많이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어떤 곡을 어떻게 불러도 즐거워 엉엉엉엉. 악어떼수지수지 때도 떼창 분위기였는데 석봉아 때는 사방팔방에서 석봉이를 외쳐불렀곸ㅋㅋㅋㅋㅋ 하 진짜 이날 브로콜리-이승열-아도이-불쏘 라인업 짜신 분 큰일하셨음. (오빠가 먼저 나왔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만약에 불쏘-이승열-아도이-브로콜리 뭐 이런 순서였으면 정말 애매했을 듯;;;)




이렇게 나의 2018 펜타포트는 끝났고 :) 첫차 시간에 맞춰 펜타포트파크에서 나왔다. 어느새 다시 해가 뜨고 있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국제업무지구역에 도착. 텅 빈 지하철을 타고 귀가. 뭔가 꿈속에 있다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 열차를 타고 가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겠구나 싶은. 


그리고 문득, 이 기분이 내가 공연을 보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의 나는 세상만사가 귀찮은 인간이고 집에 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인간이지만, 어떻게든 일어나서 공연장에 오고 공연을 보면 그 '세상만사'에서 잠시 떨어져나와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즐거운 경험이 '세상만사' 때문에 귀찮고 힘들고 고달플 때의 나를 버티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니까. 이러니, 이 게으른 인간(=나)을 움직여 계속 살아가게 해 주는 이승열씨와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7년 8월 12일, 꿈처럼 사라져버린 시간, 고마웠어요 펜타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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