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0. 10:51ㆍ흔드는 바람/즐기고
굿바이 매봉 공연 이후 어언 2개월. 언제 일산에서 공감이 시작되려나 궁금해하며 공감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기를 수십 회, 드디어 일산에서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이 시작되었다하하하하. 얼마나 기다렸던가ㅠㅠ 기쁜 마음으로 공연들을 신청했고 8월 26일 토요일에 열리는 두번째달(feat.소리꾼 김준수씨)과 선우정아의 공연에 당첨되었다. 3월에 롤링홀에서 선우정아씨 보고 난 후에 '오오 이언니는 꼭 다시 봐야겠어'하고 생각했던 터였더라! 그리고 김준수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여러 번 영업을 당한 터라!! 더욱 기쁜 마음으로 공연날을 기다렸다.
토요일 오후 내내 집에서 굴러다니다가 여섯시 즈음 슬슬 일어나 동네 마실 가는 차림으로(진짜 동네 마실이기 때문에;) EBS를 향해 슬렁슬렁 걸었다. 이미 산책 삼아 몇 번 가봤던 길. 노래하는 분수대를 지나서 가는 길이 제일 빠르다는 걸 지난번에 깨달았기 때문에 사람들로 가득한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시끌시끌한 여름 저녁 날씨.
대중교통으로 EBS를 찾아온다면 주엽역에서 내려 찾아오는 게 제일 쉽고 간단할 것 같다. 호수공원 쪽 출구로 나와서 그냥 쭉 직진하면 호수공원이 나오는데, 공원 입구에 서면 한화 아쿠아플라넷과 EBS 건물이 바로 보이니까. EBS에서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란 동그라미가 주엽역, 빨간 동그라미가 일산EBS.
분수 옆에서 뒤돌아본 호수로 쪽 오피스텔들.
호수공원에도 서 있는 고양고양이>_<
이 아쿠아플라넷을 오른쪽으로 끼고 아주 조금만 더 걸어가면
금방!!! EBS 신사옥이!!!!!! 나오는 것이다!!!!!!
노래하는 분수대 입구에 서면 이렇게 EBS 건물과 아쿠아플라넷이 쨘 보임.
뭘 이렇게 자꾸 짓나…하는 생각이 절로 듦.
저기 살면 EBS는 가깝겠지만 직장이 멀어지니까 포기(하는 거 사실 아니지만;;).
반가워요 EBS.
이날은 EIDF가 진행중인 때라 출입구에 국제다큐영화제 관련 홍보물이 게시되어 있었다.
공연 얘기 1도 안썼는데 가는 길 얘기를 쓴 걸로 이렇게 길어지다니ㄷㄷㄷㄷ 여튼간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입장이 시작된 때였으므로; 좋은 자리에 앉기란 언감생심. 욕심을 버리고 주시는 대로 앉았는데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 거의 끝이라 처음에는 '아니 이거 보이기는 하려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까 그럭저럭 뮤지션들도 잘 보이고 소리는 당연히 잘 들리고 해서 특별히 불평할 게 없었다.
예전 공감홀은 공연 시작 전에 불이 꺼지면서 무대 뒷쪽으로 별이 떠오르듯이 작은 조명들에 불이 들어왔었는데, 새 공감홀은 무대 뒷쪽에 큰 영상패널이 설치되어서 예전같이 '별빛이 내리는' 느낌은 사라졌다. 대신 공연 시작 전 뮤지션들의 예전 공감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어 선우정아씨와 두번째달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 줬다. 공연 때도 영상이 계속 나와서 예전보다 좀더 화려해졌고 'TV 쇼'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다. 예전에는 작은 소극장 공연 같은 느낌이 더 강했는데. 뭐 둘다 장단이 있으므로 특별히 뭐가 덜 좋고 뭐가 더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
공연장은 음…예전 공연장보다 구획당 좌석의 열 수가 좀더 길어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D구역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A, B, C 셋밖에 없었던 듯. 좌우 폭이 좀더 넓어지고 앞뒤는 좀더 짧아졌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이건 진짜 느낌일지도 모른다ㅋㅋㅋㅋㅋ 직접 측정해 본 건 절대 아니라 알고보면 다 커진 걸 수도 있음.
공연은 두번째달과 김준수씨가 먼저, 선우정아씨가 나중에 하셨고 중간에 두번째달+김준수씨 & 선우정아씨의 합동 공연이 있었다. 두번째달의 판소리 춘향가 앨범을 들을 때도 좋았는데 눈앞에서 김준수씨 소리하시는 걸 보니까, 이건 뭐 좋았다고 말하기도 적당하지 않고, 헉 뭐지 하며 계속 감탄하게 됐달까. 생각해 보니 내 평생에 <판소리 공연>을 라이브로 들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랑가나 이별가나 어사출두 같은 노래를 음원으로 들을 때는 (ㄱㄱㅅ에서 주로 봤던) 춘향전의 구절들 떠올리며 비교적 차분하게 들었었는데, 눈앞에서 막상 이걸 불러주니까 약간 컬처쇼크 같은 게 오면서(+_+) 경외감이 다 느껴질 정도.
두번째달이야 뭐…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분들의 음악을 들어왔고!! 특히 내 인생드라마였던ㅠㅠ 아일랜드의 삽입곡이었던 서쪽하늘에가 수록된 첫 번째 앨범은 정말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기 때문에 괜히 아는 사람 같으면서;; 반가웠다. 그때는 두번째달이 바드와 앨리스인네버랜드로 나뉘기 전이었지 으음…와 쓰다보니 진짜 옛날 같다. 같은 게 아니라 옛날이 맞는 거겠지만. 두번째달+김준수씨 공연 마지막 즈음에 김준수씨가 잠깐 break time을 갖는 동안 두번째달 분들이 '두번째날 음악 메들리'를 들려주셨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ㅠㅠㅠㅠㅠㅠ
지금도 여전히 너무 좋아하는ㅠㅠ 들으면 괜히 눈물 날 것만 같은 서쪽하늘에.
이날 두번째달+김준수씨가 함께 연주하고 불러주신 정선아리랑!!
출처: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 (http://www.ebs.co.kr/space/plus/creator)
그런데 진짜 놀라웠던 건 선우정아씨였다. 이렇게 잘하는 소리꾼과 함께 합동공연을 하시면 에너지나 기운 측면에서 좀 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진짜 하나도 안밀리심ㄷㄷㄷㄷㄷㄷ 진짜 너무 잘하고 너무 멋있어서 보는 내내 (진부한 표현이지만) 입이 쩍쩍 벌어짐. 하 진짜 이건 영상클립 말고 라이브로 봐야 한다ㅠㅠ 선우정아씨 진심 최고임////
역시나 출처는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 (http://www.ebs.co.kr/space/plus/creator)
이날 셋리스트도 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ㅠㅠㅠㅠ 아니 어쩌면 이렇게 뽑으셨는가 싶을 만큼 다 맘에 들었다. 씨티선셋도 순이도 구애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이날 부른 모든 곡의 가사들이 다 절절하고 공감되는 와중에 선우정아씨의 목소리는 너무 아름답고 노래는 너무너무 잘하시고 하여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다 만족스러웠음.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나만 힘든 건 아냐 모두 나름의 아픈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미소짓지 저 노을처럼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선우정아, City Sunset 중
사실 난 바빠 정말이야 일 분 일 초가 모자라는 Workaholic
그런 내가 생판 남인 너 때문에 하고 있는 이 짓들을 봐
Because I'm just out of control 한심하다 해도 이 맘을 어쩔 건데
지친 내 일상 속에 유일한 에너지 욕을 먹어도 난 좋아
-선우정아, 순이 중
난 거꾸로 서서 세상을 봐 그리고 말을 해 다 잘못됐어
세상도 날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선우정아, 삐뚤어졌어 중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여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선우정아, 그러려니
비록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공개되어서 감사한 그러려니.
'달빛의 구애'라는 공연 이름이 참 예뻤다. 선우정아씨의 신곡 이름에서 착안한 걸까.
프로그램 상으로는 합동공연이 끝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이었음!
목소리만으로 간객을 황홀경에 빠뜨릴 수 있는 건 보컬리스트의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선우정아씨를 노래 잘하는 사람, 노래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러려니 싱글과 그 이후의 노래들을 들으면서는 감정을 흔들어놓는 목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기교나 기술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정서나 메시지 면에서도 많은 보컬리스트들 중 독보적이지 않나 싶음. 너무 멋있거든요 흑흑흑흑.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 노래 많이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ㅠㅠ 또 공연 보러 가야지 흑흑흑.
두번째달과 함께한 선우정아씨. 이 사진 출처도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 (http://www.ebs.co.kr/space/plus/creator)
이 사진의 출처도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 (http://www.ebs.co.kr/space/plus/creator)
EBS 스페이스 공감, 자주 만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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