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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즐기고

170907 일렉트릭뮤즈 10주년 기념전시회 '음악가의 집' & 빅베이비드라이버 공연 @탈영역 우정국 (2)

지난 2층 구경 포스팅에 이어지는 1층 구경 포스팅. 

 

이 글은 사장님이 직접 쓰신 걸까? 진솔한 느낌이 들어 읽고 난 후 기분이 좋아졌다.

 

1층에 내려오면 일렉트릭뮤즈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과 어우러진 아트워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뭔가 초점이 안 맞은 채 찍혔지만…
첫눈에 들어왔던 건 빌리카터의 아트웍. 빌리카터 세 분이 그대로 들어간 듯한 생생함ㅋ
이호석씨의 아트웍도 인상적이었다. 이호석씨 음악 들을 때마다 흐릿한 색깔을 떠올렸던 것 같기 때문일까.
이아립언니를 주황색과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아트웍은 뮤지션과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
전시에 참여한 음악가분들과 작가분들의 성함.
이 느낌표가 그려진 '막'이 각 아트웍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주었고,
느낌표 뒷면에는 녹색 온점이 찍혀 있었다. 이것도 참 인상적이었음.

 

이렇게 구경을 하고 있다 보니 스탭분들이 나오셔서 의자를 세팅하시기 시작. 바로 앉아도 되나 하면서 정신 못차리고 있다가;; 다른 분들이 줄서시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줄을 서야 하는구나!' 하고 서둘러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입장하여 맨 앞줄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이 의자를 스탭분들과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가 하나하나 꺼내서 깔아놓으셨음ㅠㅠ
일렉트릭뮤즈 사장님께서는 직접 무대를 세팅하셨고.

 

여덟시에 맞춰 공연을 시작하신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 일렉트릭뮤즈 10주년에 대한 말씀을 하시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_+ 말씀을 하셨다. 오랫동안 한 회사에 믿음을 가지고 몸담아 온 뮤지션의 마음이 느껴지는 멘트. 아톰북 때 노래와 1, 2집 노래를 섞어서 들려주셨는데 Your sun is stupid도 부를 때마다 떨리신다는 Baby you내일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3만8천킬로 너머의 빅베이비도 좋고…들려주시는 노래마다 좋았다ㅠㅠㅠㅠ 아직 음원으로 나오지 않은 사랑이란 노래도 들려주셨는데 이 노래도 너어무 좋아서 빨리 음원이든 앨범이든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최근에 만드셔서 세 번째 불러보신다고 하셨다. 작년에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의 공연을 한 번 보고 '와 이 언니 공연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 때의 느낌이 맞았어! 오길 잘했어!! 싶어 한 곡 한 곡 더 들을수록 기분이 더 좋아졌다.

 

하모니카 & 통기타, 그리고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빅베이비언니 기타연주도 너무 좋았다ㅠㅠ 되게 쉽게 가뿐하게 연주하시는 것 같아 보이지만 따라하려면 엄청 어려울 것 같은 느낌?
어쿠스틱 공연은 워낙 적막;;해서 사진 찍기가 힘든데, 너무 조용히 안하셔도 된다고 하셔서ㅋㅋ 그나마 몇장 찍음.

 

빅베이비언니 목소리를 들으면 이것이 공기반 소리반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나쁜 뜻 아니고ㅠㅠ) 여백이 많은 목소리라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매우 집중하게 된다. 숨의 들이쉼과 내쉼과 아주 작은 떨림 하나하나가 계산된 느낌이 아니어서 더 좋다. 가사를 주의 깊게 들으며 내 마음을 더듬어볼 수 있어 더더 좋다. 듣기 편한 BGM이라기엔 여운이 크게 남고, 그저 사랑스럽고 달콤하다기엔 서늘하고 쓸쓸한 느낌이 짙어서 더더더 좋다. 이날은 내일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의 가사가 가슴에 콕콕 박혔다. 월화수목 4일동안 하루살이마냥 매일 빡세게 일하고 왔기 때문이었을까 흑흑흑.

 

그대는 알고 있나요 나에겐 내일이 없어요 엄마도 아빠도 내일도 나에겐 아무 것도 없어요

그래요 당신의 눈엔 나는 한심한 하루살이 하지만 마음 한 켠엔 당신도 바라고 있지 않나요

앞도 뒤도 위아래도 없는 그런 홀가분한

 

그대는 알고 있나요 사실 나에겐 내일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그 많은 내일이 오늘의 나를 힘들게 해요

오늘의 나를 힘들게 해요 오늘의 나를 힘들게 해요

-빅베이비드라이버, 내일

 

해는 지고 밤은 성큼 다가와  문을 걸고 작은 불을 밝히네

턱을 괴고 너를 생각해 모로 누워도 너를 생각해

전등처럼 환하고 예쁜 네 모습 제비처럼 까맣고 하얀 너의 눈

하루종일 널 그리네 어느 아침 떠난 널 그리네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저 멀리 다시 올 수 없는 거리에 아무도 춥지 않는 땅이 있다며

어느 아침 넌 내게 물었지 함께 길을 떠나겠냐고

주저하는 나를 두고 돌아서서 아주 가볍게 떠나버린 너

주저하는 나를 두고 돌아서서 아주 가볍게 떠나버린 너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빅베이비드라이버,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를 불러주신 후에 이건 시간에 대한 노래라고 하셨다. 시간이란 언제 이렇게 갔나 싶게 빨리 간다고 하시면서 '상투적인 말이지만 건강하고 건강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라고 덧붙여 주셨는데 그 말씀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듯했다. 그러려면 밥 잘 먹고 운동 잘 하고 잠 잘 자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좋은 책 많이 읽고 좋은 음악 많이 들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다 맞는 말씀. (하지만 사실 내가 잘 지키는 건 '잠 잘 자고' 뿐인 것 같음 ;ㅂ;) 언니는 나이 들수록 책도 더 많이 사고 음악도 더 많이 사서 듣는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나도 그래야 하는데 어째 음악은 어렸을 때 진짜 열심히 사서 들었던 것 같고 책도 요즘은 거의 안 사는 것 같고…흑흑.

 

여전히 카메라 초점이 마이크에 잡혀 나는 마음이 아프고 흑흑. 언제나 초점을 잘 잡게 될까 나는ㅠㅠㅠㅠ

 

공연 중간에 아트웍과 함께 전시된 음악 플레이어의 나무로 된 덮개(라고 쓰면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은 뭔지 전혀 알 수 없을텐데…아래 사진을 보면 좀 전달이 되겠지)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도 했었는데, 빅베이비 언니는 1도 당황하지 않으시고 노래를 마치셨다. 역시 경험이란/// 그리고 전시회 잘 보셨냐면서 물질과비물질 작가님(?)이 언니의 음악을 제재(주제? 소재?)로 삼아 작업하신 아트워크가 매우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이런 덮개로 덮여 있었던 거시다.
플레이어마다 이어폰이 준비되어 있어
그림을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은실은 연주곡이라 이 공연에서 연주하지는 않겠지만 아트워크와 함께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러면서 빅베이비언니가 기르시는 은실이 얘기를 하셨는데·‿· 얼마전에 은실이가 아파서ㅠㅠ 초음파를 찍어야 해 배의 털을 다 밀었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니 분홍분홍한 배가 드러나보여 아픈 와중에도 너무 귀여웠다며 아트워크의 분홍색 원을 보니 그 분홍분홍한 배가 생각나셨다고 하심. 나만 고양이 없어서ㅠㅠ 이런 얘기 들으면 너무 좋다흑흑흑. 은실이랑 빅베이비언니 모두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시길ㅠㅠ

 

이것이 정면에서 찍은 빅베이비드라이버X물질과비물질의 음악과 아트워크.

 

월화수 내내 야근하며 정말 열심히 일했었는데 목금 모두 공연 일정이 있어서! 사실 목요일에 출근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빅베이비언니의 담백하면서도 사려 깊은 공연 때문에 밤이 깊어갈수록 기분이 더더욱 좋아졌음. 물론 집에 돌아갈 때는 늘 그렇듯 정신사납고 시끄러운 홍대 거리를 가로지르면서 아 이 사람들 왜 집에도 안가나 절레절레 했었지만ㅋㅋㅋㅋㅋㅋ 기분 좋은 밤을 선물해주신 빅베이비언니와 일렉트릭뮤즈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이제까지의 10년만큼 앞으로의 10년 20년 30년에도 좋은 음악과 무대를 많이많이 선보여주시길 소망한다. 일렉트릭뮤즈 번창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Electr!c Muse.
이렇게도 찍어보고,
이렇게도 찍어보고ㅋ
저 '후원!'이 너무 귀여운 것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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