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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보고

옷소매 붉은 끝동 👀 - 덕임과 산이의 서사 (2) 7회부터 10회까지.

이러다가 옷소매 카테고리도 만들겠네... 하는 기분으로 지난 글에 이어 쓰는 포스팅. 그러니까 오늘은 7회부터의 얘기를 좀 할 건데 말이죠. 지난번에 하다 만 얘기를 이어서 하는 거니까 번호도 이어서 붙여본다.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썼던 말은 <금요일 회차가 기대보다 별로였거나 재미없었다면 토요일 회차의 시청률이 금요일에 비해 빠지는 현상: 이것이 나타난 게 4주차와 이번주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7회부터 되짚어보자면,

 

 

6. 4주차에는 덕임이와 산이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2회부터 4회까지 덕임이에 대한 산이의 애정은 점점 커졌고, 5회의 계례식 직전에 그 커진 마음을 대놓고 확인시켜줬다. 계례식 때문에 머리를 올린 덕임이에게 뛰어가 화를 내는 장면이 바로 그 절정. 본방 보다가 내가 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고 낄낄거렸었닼ㅋㅋㅋㅋㅋ 그냥 '성가덕임 내꺼임'이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지 그러니 산이야😆😆😆😆😆 진심 대폭소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봐도 너무 민망하지만 너무 웃긴 장면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의 얼빠진 표정에서 느껴지는 '난데없음'이 내 웃음포인틐ㅋㅋㅋㅋㅋㅋ

7. 그런데 5회 중간쯤의 계례식 장면, 그러니까 '나는 미천한 신분의 여자를 옆에 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확신을 가득 담아 말하는 산이의 목소리를 덕임이가 지척에서 듣게끔 혜빈 홍씨가 계략을 펼치는(이라고 쓰니까 너무 음험하게 느껴지지만 뭐... 혜빈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약간은 비열했다고 생각할 뿐) 장면 이후로 둘 간에 벽이 생긴다. 덕임이는 자신이 산의 여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산이에게 '좋은 신분의 여인에게서 아들을 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을 테니까. 자신에 대한 영조의 집착과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싸대기'를 그저 맞고 견디는 산이를 보며, 그에게 왕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깨달았을 테고. 그렇다면 왕이 되기 전까지, 자신은 산이의 곁에 설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신하로서 충성만 해야 할 뿐이다.

 

이를 마음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새겨넣었을 덕임이와, 덕임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산이는, 당연히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해 상처받는 산이도 속상했겠지만 나는 덕임이가 더 안타까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티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은 좋아하는 티도 낼 수 없는 사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이 장면 너무 슬퍼서ㅠㅠ 7회는 다시 돌려보지도 않았다. 1회부터 10회까지의 내용 중에서 제일 슬펐던 회가 7회였던 듯. (두 번째는 9회)

게다가 이 회차에서부터 제조상궁님... 하 제조상궁님 생각하니까 잠시 빡치네^^^^^^^^ 이제는 옷소매의 최고 빌런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제조상궁님의 검은 그림자가 덕임이를 덮치면서^^^^^^^^^^^^ 덕임이가 '알고보니 나는 제조상궁이 원하는 대로 세손의 후궁이 되기 위해 계획된 아이였구나' 하는 오해를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 그려졌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 아주 작은 거라도 '스스로 선택하기'를 원했던 덕임이에게는 스스로가 너무도 무력하고 초라한 존재처럼 느껴졌을 듯.

 

그러다보니 7회에서의 덕임이와 산이는 계속 부딪쳤고... 5회와 6회가 워낙 쫀쫀했던 탓에 7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그 전 주에 비해 시청률은 확 올랐으나 보는 시청자들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뭐 보는 시청자들이고 뭐고간에 내가 그랬다. 그리고 문제의 8회......

 

 

8. 8회 중반까지는 좋았다. 덕임이가 영조 앞에서 영빈 얘기를 해서 영조가 눈물 흘리는 장면 보다가 나도 눈물이 나서 깜짝 놀랐음. 이야 이세영배우님 진짜 연기 너무 잘하네... 하며 또다시 398번째 감탄.

 

혜빈 홍씨가 화완옹주와 한판 붙는 장면도 좋았다. 이 장면에서 강말금배우님 너무 멋있어가지고 또 감탄. 화완옹주 싸대기 맞던 때보다 이때가 더 사이다였다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지만 8회의 광한궁 장면은 투머치 길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나는 이 얘기 자체가 불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조가 매병을 앓고 있다는 게 7, 8회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산이의 대리청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보위를 막으려는 세력들과 산이와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건 필연적이다. 이제야 비로소 이산 VS 안티 이산이 링 위에 올라간 셈. 이산의 보위를 막기 위해 역모를 꾀하는 세력이 있으며, 그 세력이 존재하게 된 원인과 배경이 납득 가능한 것이며, 현실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강하게 발휘하고 있음까지도 그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도세자가 여러 궁녀들을 죽였음'을 언급하며, 사도세자의 아들인 이산이 보위에 오르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므로 반드시 보위에 오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제조상궁의 이야기는 이미 등장했었단 말이다. 제조상궁이 화완옹주나 홍정여와 '한편'이라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란 말이다. 궁녀들을 쥐고 흔드는 권력을 지녔다는 것도, 제조상궁의 조카인 월혜언니가 무시무시한 칼잡이인 것도, 이미 다 나온 얘기다. 즉 이미 앞에서 제조상궁의 서사도 나름대로 쌓여가고 있었단 말이다.

 

만약 이런 서사가 하나도 없었던 상태에서 광한궁 장면이 나왔던 거라면, 그래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길게 그려지면 지겹다. 필요한 얘기라는 것보다 했던 얘기라는 게 더 직관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영희가 항아님들과 광한궁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장면과 실제 광한궁의 모습이 대칭되며 교차되는 정도의 길이로만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 장면이 약간은 구구절절하고 불필요한 느낌이었다. 진행되는 내용은 엄청 긴장감 있는데(정확하게는 '긴장감 있으라고 하는데') 극을 보는 나의 긴장감은 오히려 느슨해지는 느낌. 그전까지는 한 번도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느끼지 않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극이 덜 쫀쫀해졌다. 조금만 더 짧게 가져가고 뒷쪽에서 산이와 덕임이 서사를 더 쌓았으면 좋았을텐데ㅠㅠ

 

 

9. 9회와 10는 그래도 8보다 나았다. 두 회차 모두 덕임이와 산이가 서사를 쌓아가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8보다는 훨씬 납득되는 진행이었다. 왕이 되기 위해 장애물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산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번주에는 덕임이를 자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으니까. (사실 앞부분에 산이가 맨날 서고 올 때는 '아니 쟤는 바쁠텐데 저렇게 덕임이를 자주 보러 와도 되나😒'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9에서는 덕임이와 산이가 거의 못 만나지만, 만나는 장면에서 오가는 감정은 이전까지보다 훨씬 강하고 애틋했다고 생각한다. 산이가 역모에서 살아남아 덕임이를 다시 만나는 장면도 괜찮았지만 나는 산이가 잠든 덕임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었다. 자는 덕임이를 산이가 쓰다듬거나 끌어안는 장면이었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겠지만 나는 영 별로였을 것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를 보는 산이의 표정에 '닿지 말라고 하는 사람에게 닿기를 원하는 사람'의 슬픔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 좋았다. 감귤 다음으로 마음 아픈 장면이었고(감귤>이 장면이라는 게 아니라, 감귤 다음으로 나온 마음 아픈 장면이었다는 뜻) 이 장면에서의 이준호배우 연기가 가장 좋았다. 캡쳐하려고 다시 돌려봤는데도 너무 슬프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화가 나서 방에 들어왔더니
보고 싶었던 덕임이가 누워 있어서
너무 반갑고 기쁘고 좋았을 텐데,
이런 표정으로 덕임이를 바라봐야 하는 산이가, 너무 처연해 보여서,
웃음 대신 한숨이 먼저 나올 것 같은 얼굴처럼 보여서,
보던 나는 어느새 서글퍼졌는데,
그러든지 말든지 세상 모르고 잠에 빠진 덕임이는 왜 또 이렇게 아름다워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슬픈 미소가 너무 납득돼버렸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다가 문득 슬픈 기분이 들 때의 그 마음이, 깊이 와닿았다.

10. 10에서는 덕임이가 승은을 거절하는 장면이 드디어 나왔다. 산이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당분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인사까지 남긴다. 그러므로 둘의 서사는 잠시 멈춘다. 로맨스의 진전을 바라는 시청자들에게는 속터질 일이겠지만ㅋㅋㅋㅋㅋㅋ 나는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산이는 '수하를 부려 자신을 죽이려던 이'와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이런 위험한 때에 자신이 사랑하는 덕임이와 거리를 두는 것은, 덕임이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뭐 물리적인 시간 자체도 없었겠지😶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24시간인 하루가 42시간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이제 산이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는 데 방해물이 되기 싫어하는 덕임이의 마음을 충분히 확인했을 테니, 둘의 서사가 멈춰도 갈등은 생기지 않는다. 대신 산이는 산이의 삶을 열심히 살고, 덕임이는 덕임이의 삶을 열심히 산다.

 

 

11. 9에선 산이가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10에선 그것을 완벽한 극복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된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산이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왕 앞에서 또다시 궁지에 몰린다. 9가 신체적이고 직접적인 위기였다면, 10는 은밀하고 음험하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위기다. 9의 산이보다 10의 산이가 더 힘들고 외로운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9의 산이는 덕임이와 이어져 있었고 덕임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10의 산이는 그래 보이지도 않고 그럴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그래서 10의 산이는 어둡고 신경질적이다. 웃으라는 혜빈 홍씨의 말에도 짜증을 낸다.

 

그렇다면 이 어둡고 신경질적인 산이를 다시 웃게 만들어주는 건, 결국 덕임이리라. 아마도 11의 산이는 덕임이 덕분에 이 위기를 또다시 이겨낼 거다. 그리고 덕임이에 대한 산이의 마음은 더 깊어지겠지. 덕임이는 산이가 왕위에 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하겠지. 그러면서 둘의 서사는 또다른 방식으로 풍성해지고 애틋해지리라고, 나는 기대한다.

 

그러니 비록 이번주 시청률이 기대보다 높지 않았더라도 제작진 분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11에서 산이가 이 비열한 빌런들을 잘 물리치게 해주시기를. 덕임이가 분명히 큰일을 해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덕임이는 10까지 늘 훌륭했으니까ㅋㅋㅋㅋㅋ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주 금요일에는 시청률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번주에 덕임이와 산이의 이야기가 길게 나오지 않은 데 비해 제조상궁의 비중은 큰 편이었던터라 '아 제조상궁 언제까지 나오냐고 짜증나!!!!!!!!'하는 시청자들이 꽤 많을 것이므로. 게다가 어제부터 시작한 태종 이방원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 토요일 시청률은 더 빠질 수도 있을 듯하다. 정조 얘기만큼이나 이성계-이방원 얘기는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것이니까.

 

부디 다음주에 덕임이와 산이의 서사를 (7까지 그랬던 것처럼) 촘촘하고 세심하게 잘 짜주셔서, 그리고 둘이 너무 슬프게만 그리지 말아주시고ㅠㅠ 덕임이와 함께 있을 때 들뜨고 설레하는 산이의 감정선, 산이와 함께 있을 때 두드러지는 덕임이의 명랑함과 사랑스러움이 잘 드러나게 그려주시기를... 감독님 바쁘시겠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올해 말까지 옷소매와 함께할 수 있어요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쓰다보니 미친듯이 길게 썼네 진짜 나새끼... 말 왜이렇게 많은 거냐.............................. 다음에 옷소매 포스팅 할 때는 진짜로 카테고리까지 만드는 거 아니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초반의 아웅다웅하던 산이와 덕임이 사진 올려놓아봄. 이때 덕임이 너무 귀엽고 산이 너무 얄미웠고 옷소매 정통코믹사극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분위기로는 이제 못돌아가겠지 생각하니까 왜이렇게 아쉽고 그르냐... 내일 출근하기 더 싫어지네 어후...........................

 

엄청 긴 순간 같았지만 사실은 순식간이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관소설을 읽지 말라는 산이에게 궁녀들의 축제에서 책을 읽을 거라며 득의양양해하는 덕임이 진짴ㅋㅋㅋㅋ 세상 귀여웠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조상님 진짜 제가 (아직까지는) 많이 좋아합니다 흑흑... 계속 좋아하게 해주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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