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 - 11회 감상 후기 ①

2021. 12. 20. 16:14흔드는 바람/보고

10회를 보고 나서 생각했었다. 아 이번 회 재밌네. 하지만 산이랑 덕임이 당분간은 같이 많이 안나오겠네. (산이가 당분간 자주 못 올 것이다, 말하고 헤어졌으니까) 증좌는 이 아래에.

 

 

 

그러면 다음주에 시청률 빠지겠네… 아 안빠졌으면 좋겠는데…… 15퍼 넘겨야 되는데……… 싶어 아무것도 아닌 시청자 주제에 마음이 불안불안했다. TV 프로그램에 입덕하면 시청률에 엄청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보는 프로그램 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상하게 간절해짐. 왓쳐랑 김사부2 볼때도 매회 얼마나 시청률을 챙겨봤는짘ㅋㅋㅋㅋㅋ 김사부2 마지막회 시청률이 자그마치 27이었고 이미 1회에 14.9퍼를 찍었던 거 생각하면 진짜 대단하다 싶다. 여튼간 10회 자체는 재미있었으나('용의 역린' 대신 '덕임이의 모험'을 부제로 해야 하지 않나 싶었음. 와 진짜 덕임이가 박상궁마마님한테까지 도달하는 거 보고ㄷㄷㄷ 쟤 저러다가 잡히면 죽겠다 싶어서ㄷㄷㄷㄷ 엄청 긴장했었단 말이다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덕임이는 덕임이대로 산이는 산이대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용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올 수는 없는 건 당연했고, 산이가 왕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시청률은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올랐다. 아주 쭉쭉 올라서 12회에는 13.3퍼를 찍고 최고시청률은 16퍼를 넘기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아닌 시청자 주제에22 뿌듯하여 덩실덩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회 부제는 '난 동궁의 궁녀야. 세손저하는 나의 주인이야', 5회는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저 시청률 상승은 '할바마마 제발 퇴갤해' '광한궁 제발 이제그만'이라는 시청자들의 소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ㅋㅋㅋㅋ 산이와 덕임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를 바라는 반응이 엄청 많았는데, 정조가 보위에 오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광한궁이 무너질 거고, 그러면 당연히 산이와 덕임이 중심의 이야기가 다시 전개될 거니까, 얼른 영조가 승하해야 하는 것이다. 영조와 제조상궁 얘기 얼른 끝내고 다시 산이랑 덕임이 얘기 해달라는 바람이 모인 결과=시청률 상승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빨리 산이랑 덕임이 내놓으라고!!!!!!!!!!!'라는 반응이 집중적으로 모였다는 느낌이랄깤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광한궁 언제까지 나오냐고 짜증나!!!!!'라는 팬들을 위해 주중에 이준호배우가 인스타에 '이번주 산이가 왕이 될 거(니까 곧 다시 산이와 덕임이 중심으로 얘기가 흘러간)다'는 예고를 해주기도 했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동궁이 왕이 된다.

 

 

총명하신 제작진분들이 산이+강아지+덕임이의 선공개 영상으로 시청자들을 좀 낚기도 했고… 사실 나도 선공개 영상 보고 '아니 얘들 별당에서 만나네? 바쁜 와중에 잠깐 짬을 내는 건가?? 뭐지???' 싶었단 말이다. 덕임이의 회상이었을 줄이야. 심지어 엄청 슬픈 장면이었음. 산이가 강아지 한 마리의 '주인'이 된다는 것에도 주저할 만큼, 삶의 순간순간마다 죽음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걸 알고 있기에 늘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 아무도 쉽게 믿거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 항상 경계하고 긴장하면서 주위를 돌아봐야 하는 사람, 그것이 산의 과거였고 현재였다. 

 

 

화면은 이렇게 예뻤는데. 그리고 이때의 덕임이는 산이가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고 말하는 걸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때의 기억을 떠올린 덕임이가 산이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는지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어찌나 처연하던지.

 

그러다보니 산이와 덕임이 얘기가 11회와 12회에 기대보다 덜 나와 실망한 시청자들에게는 지난주의 두 회차가 덜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만(사실 이것은 8회에 광한궁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쌓여간 불만ㅋㅋㅋㅋ) 나는 11회가 참 재밌었다. 10회와 12회도 재미있었지만 11회가 진짜 쫀득쫀득했다. 10회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봤는데 11회는 느슨해지는 순간이 없었다. 쉬어 가는 타이밍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됐다. 쏘아지기 전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10회 마지막 부분이 영조가 세손이 주관한 연회에서 제조상궁의 모략에 의해 게장과 생감을 받아들고 폭주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11회의 시작 부분은 무조건 그 내용과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혜빈이 게장과 생감을 내어놓은 것처럼 상황을 꾸민 제조상궁의 음험함은 정말 딱싫음-_-_-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 건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상처를 이용해 또다른 상처를 지닌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방식이 너무 비열하다.

 

'게와 감을 누가 내놨는지만 찾으면 되지 왜 금등지사를 찾고 난리냐'라는 반응도 온라인에서 보긴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누가 내놨는지 찾는다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영조의 컴플렉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었겠는가. 도른자가 아니고서야 누구도 그걸 왕에게 내놓을 리 없다. 내놨다가는 죽음을 당할 텐데. 그러니까 아무도 그걸 자기 음식이라고 할 리가 없다. 게다가 그 음식을 만든 건 궁녀들일 거고 그 궁녀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건 제조상궁일텐데 제조상궁이 '제가 그랬습니다' 할 리도 없다. 당연히 혜빈에게 뒤집어씌우겠지. 그러면 혜빈은 당연히 부정할 거고. 진짜로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니 누가 한 짓인지 밝히는 게 뭐 중요하겠나. 그건 가능치도 않다. 그저 누군가가 왕의 역린을 유도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행위 자체가 지존인 왕에게 '감히 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일'이라는 게 중요할 뿐이다.

 

일단 왕을 폭주하게 만들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거기서 왕이 이성을 되찾아 누구의 잘못인지 차근차근 밝히는 것 따위를 기대할 수 없다. 이미 화완옹주와 숙의 문씨의 음식은 들어갔으므로 당연히 혜빈의 차례일 것이고, 영조는 혜빈이 자신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평생 생각해 왔을 거고(그리고 아마 혜빈은 그랬을 거고), 사실을 밝혀봤자 다들 혜빈이 낸 음식이라고 할 것이 뻔하고, 그렇다면 이미 상황은 만들어진 거다. 게와 감을 누가 내놨는지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서 폭주한 영조는, 잔뜩 달궈진 인두를 들고 혜빈에게 내리치려 한다. 분노와 광기를 가득 담아. 그 앞을 산이 막는다. 그리고 어미의 잘못이 아니라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한다.

 

이것이 11회의 주요 장면들. 폭주한 영조, 산이의 위기, 금등지사를 찾는 덕임이, 편전에 나아간 산이, 중전을 찾아간 덕임이 ㄷㄷㄷㄷㄷㄷ

 

손에 입은 화상보다 더 크고 깊은 건 산이 마음의 상처였을 것이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길길이 날뛰는 할아버지. 아버지를 죽이고 할머니를 빼앗더니 이제는 자신마저 죽이려 하는 할아버지. 정신이 온전치 않아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으나 여전히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 앞에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일일 텐데, 더 괴로운 건 그 할아버지를 '온전히 미워할 수 있는' 권리조차 산이에게는 없다는 것. 산이가 선위를 독촉하는 덕로 앞에서 울부짖었듯, 산이에게 그는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 할아버지로 인해 산이는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상처를 입었고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그 할아버지가 산이에게는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존재라는 것. 

 

이렇게 상처입은 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홀로 남겨진 산이가 덕임이의 환영을 보는 장면은 행궁에서 돌아온 후 산이를 그리워하던 덕임이가 서고에서 산이의 꿈을 꾸는 장면과 대칭을 이뤄서 더욱 서글펐다. 덕임이가 산이를 그리워할 때 산이는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산이가 덕임이를 그리워할 때 덕임이는 나타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게 뚜렷이 드러났다. 덕임이 곁에 갈 수 있는 산이와 달리 덕임이는 갈 수 없다. 궁녀니까. 왕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어지는 덕임이의 장면들이 너무 인상깊었다. 저하 손만 잡으면 후궁이 될 수 있다는 서상궁마마님의 말을 듣고 후궁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덕임이의 모습이. 덕임이는 왕의 예쁜 인형도, 착한 꼭두각시도, 소중한 분재도 되기 싫은 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게 궁녀의 운명이고 한계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자기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걸 선택하고 싶은 거다. 자신의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이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하며 그를 지키고 싶은 거다. 그저 지켜지기만 하거나 예쁨받기만 하는 대신. 하 진짜 덕임이 너무 멋있는 캐릭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제 의빈성씨가 어떤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의 덕임이는 정말 멋지다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아직 쓸 얘기 천개 남았는데 스크롤 무슨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새끼 진짜 말 너무 많아가지고 도라버리네. 11회 얘기 하나 쓰는데 뭐이렇게 말이 많고 난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만… 사진 출처는 인스티즈/ 이세영배우님 팬카페/ I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