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어 (정철, 리더스북, 2013)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진다는 책. 오늘 그중 한 권이 당신의 손 위에 놓여 있습니다. 결코 쉬운 인연이 아닙니다. 나무로 살다 끝날 수도 있었던 그의 인생이 당신을 찾아온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주십시오. -라는 101쪽의 문장을 떠올리며 생각해 본다. 어떤 인연으로 이 책은 나를 찾아 왔을까. 이 책을 만나기 전과 만나기 후의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이 내게 남긴 것 중 가장 오래 가게 될 것은 무엇일까…다른 건 몰라도, 이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어땠나, 정철이라는 사람의 글 어땠나,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헐렁하고 넉넉하고 가볍게, 이렇게, 그냥 괜찮아. -라고, 358쪽의 문장과 같이. 그러고 보면, 참 친절한 책이다. 이제까지 읽어본 그 어떤 책보다도, 사용설명서나 ..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13)
그가 테레사 라이트한테 꽤나 고생스럽게 살게 될 거라고 하잖아. (p.128) 폴 오스터의 소설을 있는대로 찾아 읽던 때가 있었다. 스무살 즈음, 도서관에 갔다가 늘 대출 중이던 이 웬일로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발견하고 빌려 왔더랬다. 도대체 폴 오스터가 뭐라고 이렇게 다들 폴 오스터 타령이야? 라는 기분으로 침대 위에 벌렁 누워 책장을 펼쳤는데, 이십 페이지쯤을 넘겼을 때 이 소설은 이따위 자세로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는 행여 누가 훔쳐갈지도 모른다는 듯 온몸을 웅크리고 앉아 페이지가 뚫어져라 쳐다보며 읽었다. 페이지가 꿀떡, 꿀떡, 넘어갔다. 진짜 꿀떡, 이 넘어가듯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삼키는 침이 달았다. 다른 책을 읽었다. 을 읽었고, , , , 을 읽었다. 을 읽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