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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읽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선 예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지붕 위에 앉아 있는 이층의 잡화점, 선반마다 진열된 잡화들과 잡화점 앞에 서 있는 빨간 자전거는 아기자기한 생활의 느낌을 준다. 'OPEN'이라는 팻말이 걸린 녹색 문은 빼꼼 열려 있고 NAMIYA라는 분홍색의 잡화점 이름은 소박해 보인다. 별이 총총 떠 있는 밤하늘의 짙푸름과 대비되는 황토빛의 불빛은 따스하기 그지없다. 참 예쁘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저런 잡화점을 만날 수 있을까, 과연? 삼청동이나 서교동에서 카페나 베이커리 간판을 걸고 있는 곳이라면 모를까,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기타로 필통이나 창호지나 볼펜을 팔고 있는 잡화점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도 그와 같았다...
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한겨레출판, 2012) 굿바이 동물원 꿈과 환상의 나라 세렝게티.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세렝게티. 행복해요, 세렝게티. 즐거워요, 세렝게티. 우리는 언제나 세렝게티. 한겨레출판에서 나오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 중 16회 수상작까지 총 네 권의 책을 읽었다. 4분의 1 꼴이니 겨우 25퍼센트 읽은 거라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에는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만, 내가 읽은 네 권은 모두 유머러스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물론 그 유머의 느낌은 모두 달랐다만-때로는 유쾌한 상상력에서 발현되는 것이었고, 때로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이었으며, 또 때로는 지독한 현실을 비틀어 짜낸 유머였다-어쨌든 '읽는 과정'에서는 몇 번이나 피식 피식 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역시,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나는 치즈다 (로버트 코마이어, 창비, 2008) 나는 치즈다.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건 김연수 작가님 때문이다. 작가님의 신간을 기다리며 번역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ㅋ 작가님의 번역서를 세 권 읽어 봤는데, 맨 처음 읽은 은 괜찮았고, 은 정말 좋았고, 는 그저 그랬다. 그래서 2승 1패의 상황. 이 책이 승패를 동률로 만들지 아니면 승패간 격차를 벌릴지 혼자서 흥미진진해가며, 라는 책 제목을 빤히 응시해본 다음, 아무 생각 없이 책 표지를 넘겼다. 그건 내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나는 치즈다'라는 제목은 책을 읽는 데 아무 힌트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이 가진 '패'는 표지에 펼쳐져 있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건대, 나는 표지의 그림을 제목보다 더 응시했어야 했다. 자전거를 타고 뒤를 돌아보며 가는 소..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김연수, 자음과모음)』속 '점들'. 좋아하는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건 어렵지 않다. 책을 혹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쓴다는 '노동'을 즐겁게 할 마음 자체가 들지 않으니까. 이야기를 읽고, 그것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이야기 속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 보는 작업을 자진해서 하고 싶게 하는 책. 그런 책과의 만남은 참 기쁜 경험이다. 하지만 매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건 어렵다. 주인공이 어떤지, 배경은 어떤지, 내용은 어떤지,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오직 작가 이름만으로 선택하는 책을 읽기 전에는 불안함과 싸우게 된다. 이 책이 내 기대보다 못하면 어떡하지? 그 작가가 맨날 또는 자주하는 그 얘기를 반복하는 데 불과한 책이면 어떡하지? ..
차별받은 식당 (우에하라 요시히로, 어크로스, 2012) 차별받은 식당-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제목의 '차별'이라는 단어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어떤 사람에게는 거부 반응을 일으킬 만한 책. 하지만 이어지는 부제 때문에 '제목에선 차별이래놓고 소울푸드라니 이건 또 뭐야-_-?'라고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을만한 책. 그러나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ㅋ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먼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한 탓에, 별 혼란 없이 자신있게 이 책을 집어들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위에서 언급했듯이 '빨간책방' 덕분이다. '음식으로 보는 예술과 사회' 편에서 이 책과 이 함께 소개되었는데, 내 소박한(!) 취향에는 이 책이 더 맘에 들었다. 소울푸드라는 말도 신비로웠고(음식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니!!!!), 오랜..
『우리가 보낸 순간(김연수, 마음산책)』 소설편에 인용된 책들. 문장집배원 하실 때부터 '이 책들 다 찾아읽어봐야지' 해놓고 아직까지 못 읽은 게 산더미로구나. 올해 열심히 찾아 읽겠다는 의미로, 먼저 내가 읽지 않은 책들부터 리스트업. 황정은 -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편혜영 - 사육장 속으로 이승우 - 그곳이 어디든 이신조 - 감각의 시절 공지영 - 별들의 들판 김원일 - 오마니별 김 훈 - 남한산성 김사과 - 미나 김도연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성석제 - 지금 행복해 성석제 -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윤대녕 -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가쿠타 미쓰요 -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외젠 다비 - 북호텔 엔도 슈사쿠 - 깊은 강 마르그리트 뒤라스 - 연인 보르헤르트 - 이별 없는 세대 마이클 커닝햄 - 아웃사이더 예찬 카르로스 루이스 사폰 - 바..
2008-2010년, 읽은 책 리스트. 기본적으로는 리스트. BEST 12(한달에 한권 꼴로 쳐서)는 볼드, 그 중에서도 특별히 좋았던 책은 볼드+밑줄. ▦ 2008년권여선 외 * 사랑을 믿다 외-2008년 이상문학상작품집(2008, 문학사상사) 김경욱 * 천년의 왕국(2007, 문학과지성사) 김소담 외 * 세 번째 교과서(2008, 사계절) 김연수 * 밤은 노래한다(2008, 문학과지성사) 김영하 * 빛의 제국(2006, 문학동네) * 퀴즈쇼(2007, 문학동네) 김애란 * 달려라, 아비(2005, 창비) 김중혁 * 악기들의 도서관(2008, 문학동네) 김진규 * 달을 먹다(2007, 문학동네) 박완서 * 친절한 복희씨(2007, 문학과지성사) 박정애 * 환절기(2005, 우리교육) 박진규 * 수상한 식모들(2005, 문학동네) 신규진 * ..
[안수찬, 전종휘, 임인택, 임지선] 4천원 인생 (2010, 한겨레출판) 4천원 인생 안수찬 외 지음/한겨레출판 새해 세 번째 날, 이 책을 들고 광화문행 버스에 올라탔다.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기사 아저씨가 틀어 놓으신 라디오에서 DJ가 실없이 던지는 농담도, 앞뒤에 앉은 사람들이 나누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주위의 누구나 무엇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계속,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년 전 한겨레21에 연재되었던 '노동OTL' 시리즈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네 명의 기자들이 공장과 마트, 식당에 '위장 취업'해 한 달간 적어낸 '노동 일기'다. 깊은 숨을 토해내듯이 노동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처우를 꾹꾹 적어내려간 그들의 글을 눈으로 따르다 보면 이 글의 부제가 절로 마음에 와닿는다.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