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24] 이승열 뮤즈라이브 공연 리뷰

2012. 8. 27. 21:46💙/너의 이름




Place    올림픽홀 뮤즈라이브
Date             2012. 07. 11
Line-up                    이승열


영화에는 롱 테이크Long take라는 쇼트 구성법이 있다. 컷을 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인데, 주로 감정을 전달할 때 쓰인다. 이 기법은 배우의 감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이 간다>는 롱 테이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예에 속한다.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가 헤어지는 순간을 컷 없이 담아 이별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헤어짐을 앞둔 연인의 어색한 분위기를 잘 담았다는 평이다. 이런 기법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쓰인다.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열린 이승열의 공연은 그 좋은 본보기였다.


그의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롱 테이크로 진행됐다. 그는 한번도 컷을 외치지 않았다. 곡들은 분량에 상관없이 연주에 힘을 실어 편곡되었다. 한 곡이 끝나면 15분이 훌쩍 지났다. 관객들은 이미 전주에서 마음을 뺏겼다. 첫곡의 통기타 연주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입을 떼자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뮤지션의 목소리를 처음 들을 때의 떨림을 당신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명을 거의 켜지 않아 실내는 깜깜했다. 관객들은 음악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열은 희미한 핀 조명에 의지하여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랑을 고백하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바다를 헤엄치는 듯 몽환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세션에 배치된 전통악기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모습이었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국악의 소리를 비집고 나왔다. 분위기는 단숨에 반전되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오기 전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속에 정리한다. 마치 지산에 오는 라디오헤드가 'Creep'을 꼭 불러줬으면 하는것처럼 곡에 대해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만약 그가 노래만 부르는 모습을 기대하고 왔다면 다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주의 힘은 대단하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것은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던 이승열의 방식이 이해가 갔다. 언어 대신 음악이다. 소통하기 위해선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역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화려한 기교의 카피 앤 페이스트Copy & Paste가 아닌 롱 테이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공연이었다. 
에디터/최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