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뮤직] 울려오는 노래 혹은 주술, 이승열

2013. 5. 27. 15:05💙/너의 이름

  
네이버 뮤직에 실린 승열오라버니 앨범 작업기, 스크랩. 네이버에서 보려면 여기로 :)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해보자면, 앨범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곡, 자신의 곡을 재해석한 곡, 특성을 보여주는 곡, 이후의 행보를 예상케 하는 곡으로 나뉠 수 있겠다.

1번 트랙인 'Minotaur'로 시작해서 6번 트랙 'Fear (Don't Let It Get The Best Of You Darling)'로 끝나는 6곡은, [V] 앨범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 곡들은 홍대클럽인 벨로주(Veloso)에서 One Take 방식으로 녹음했다. 최첨화되고 편리해진 현재의 녹음시스템을 과감히 배제하고 과거로의 회귀를 꾀했다. 과거로의 회귀라고 하기보다는 공연장의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울림과 공감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녹음은 곡이 처음부터 시작하면 끝까지 중간에 자르는 것 없이 계속 진행되었으며, 녹음 이후에도 수정하지 않았다. 레트로, 빈티지라기보다는, 현 스튜디오 시스템의 향상된 기술성보다 공간 자체가 주는 소리의 느낌, 다시 말해 현장감을 살리고 싶었다. 물론, 이 앨범에 담긴 현장감도 왜곡된 형태겠지만, 스튜디오 레코딩 방식보다는 살아있는 느낌이 들 거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또한, 노래를 들어보면 보컬마저도 연주의 일부로 같이 움직이는 느낌으로 연주의 각 파트가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같이 뭉쳐져서 휘몰아치는 느낌이다. 악기와 노래마다 개별 마이크를 설정하더라도 서로 얼마간 뒤섞이기 마련이다. 그 혼돈, 뒤섞임이 좋아 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치 분리가 되는 모듈들을 끼워 맞췄다기보다는 마구 버무린 느낌이랄까.
작법, 튜닝 면에서도 관행적인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찾고 탐구, 시행해 보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과 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다른 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수학적으로 구분했을 때엔 담아낼 수 없는 음과 소리. 스튜디오 레코딩에선 음정이 정확해야 완벽하다는 강박이 생긴다. 이번 앨범의 경우, 그건 피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과 다르다. 이전의 작업은 노래를 만들고 녹음을 한 후에 공연으로 이어가는 형식이었던 반면에, 이번에는 구상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녹음실로 가져가서 나의 밴드와 합주하면서 구체화하고, 그걸 가지고 무대에 올라가 연주하고, 그러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붙여나가고. 이 모든 과정은 나의 음악적 아이디어가 생명을 가지고 완성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시험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과정을 거꾸로 밟아나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이승열] Cynic 티저 영상

[이승열] Satin Camel


[이승열] We Are Dying


[이승열] Bluey




[V]의 1~6번 트랙은 2012년 11월 7일, 13일, 14일, 15일, 이렇게 나흘간 현장 라이브 레코딩 방식에 따른 결과물들입니다. 벨로주(Veloso)에서 녹음했고요, 하우스 엔지니어이신 민상용씨가 녹음과 그 여섯 트랙에 대한 믹싱(mixing)&공동프로듀서(co-producer)로 참여 하셨습니다. 

밴드는 저와 네 명의 연주자로 구성되었는데, 저는 노래, electric/acoustic 기타, 피아노, ableton live를 사용한 실시간 이펙팅을 담당하였습니다. 신동훈씨는 드럼과 Roland사의 pad를, 이경남씨는 베이스 기타, 윤상익씨는 electric 기타를 연주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Đàn bầu(단보우)에는 Le Hoai Phuong 씨가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분들이 이번 앨범에 신선한 시도를 새롭게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2012년 11월 29일에 같은 장소에서 저의 목소리로 코러스를 녹음하였고, 11월 30일에는 Omar Sbitar씨의 목소리 연주 및 Jew's Harp 연주를 마찬가지로 동일 장소에서 녹음하였습니다.

7번과 8번 트랙은 위와 동일한 밴드 구성으로 플럭서스 스튜디오에서 2013년 1월 진행한 라이브 레코딩 방식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단, ableton live에 의한 실시간 이펙팅은 없었습니다. 플럭서스 스튜디오의 심진보 팀장님이 녹음과 믹싱에 수고해주셨습니다. 

9번 10번 트랙의 90퍼센트는 제가 집에서 녹음했습니다. 하지만 코러스를 제외한 저의 노래와 약간의 기타/베이스 연주는, 기존의 스튜디오 방식으로 플럭서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습니다. 9번 트랙의 피쳐링 보컬은 장필순님이시고, 제주에서 녹음하신 보컬 음원을 전달 받아서 믹스에 반영했습니다. 

아무쪼록, 여기 수록된 음악들로 즐겁거나, 혼란스럽거나, 혹은, 무감각해지시길 바라며.

2013년 봄
이승열


[이승열]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