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긴 하루.
열 시, 엄마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앵커가 전하는 뉴스를 5분쯤 지켜보았다. 멍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와 읽다만 을 펼쳤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 머리 위로 내 청춘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뒷장의 표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첫 장을 읽던 때의 세상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 장이 끝났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 시간인가 더 잤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대한문으로 갔다. 시청역 입구부터 전경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앞세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밀어댈 뿐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의 목..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