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살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는 선언만큼이나 더 마음에 와닿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는 구절이다. 일상의 순간순간, 지금의 시간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과연 내게는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비일상 속에서야 자주 그런 순간들을 맞닥뜨리지만 일상 속에서는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비루한 시간들을..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