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31, 지산밸리락페스티벌 승열오라버니♡
2010. 8. 5. 22:32ㆍ💙/언제나 내곁에
지산밸리락페스티벌 2010, 첫째날, 나는 598번이었다.
...사실 작년에도 지산락페에 가고 싶었다. 그때는 3일째가 너무 좋아 보였다. 패티 스미스와 프리실라 안이 가장 보고 싶었고 짙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참 땡겼다. 그러나 티켓값의 압박과 업무로 인해 포기해야 했었고, 나중에 쏟아지는 후기를 보며 안타까워했었다. 그래서 올해 승열오라버니가 지산에 나와주신 게 참 기뻤다. Y언니도 말씀하셨지만, 승열오라버니 덕분에 '와, 올해는 드디어 지산에 가보겠구나!'라는 강력한 동력이 생겼으니까. 꺄악.
승열님의 무대는 빅탑스테이지 세 번째 순서였다. 때문에 오프닝이었던 국카스텐과 두 번째 순서였던 서전음을 보고 즐기는 동안에도 내 마음의 일부는 날아날아 이승열 곁으로...............으하하하. 한창 더울 때였는데 승열님의 무대를 지산에서 본다는 설렘 때문인지 몸이 별로 지치진 않았다. 좀 덥긴 하지만 즐겁군, 하는 기분이었달까. 초반부터 뜨겁게 달린 국카스텐이 끝나고, 유난히 짧게 느껴졌던 서전음이 끝나고, 드디어 무대 구석에 승열오라버니와 세션분들 등장. 오라버님이 뜨거운 환영에 민망해하시며 더더욱 구석진 곳으로 숨어셔서 좀 죄송하였으나 도저히 열광을 자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죄송하였습니다(__)
더운 날씨에도 오라버니는 열심히 세팅을 하셨고 이는 멤버들도 마찬가지. 강하게 내리쬐는 직사광선 때문인지 몇번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셨다. 그닥 얇아 보이지 않는 재질의 청바지가 좀 덥기도 하셨을 듯. 이런 날 민소매 티를 입어 주셔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셔도 되건만, 예의 승열님답게 경쾌한 회색 티셔츠로. 중간중간 약간 피곤해보이신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진지하게 열중하시는 표정을 그렇게 느꼈겠거니 싶다. 이어진 공연이 전혀 '피곤한 사람의 공연'답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ㅋ
공연 준비 중이신 오라버니. | 열심히 튜닝중. | 신드러머는 뭘보시는가... |
최근의 공연이 '신곡 중간 발표 쇼케이스'의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봐왔음에도 야외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엔 좀 다른 선곡을 하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승열은 이승열. 나의 값싼 예상은 또 산산히 부서졌다ㅋㅋㅋ Dream Machine을 첫곡으로 해서 Walk과 비상, 오라버니의 '3집 예상수록곡 트리오' Lola, Tsunami, Secretly가 차례로 이어진 후 Secret에서 윤철님이 특별출연을 하셨고 So로 대미를 장식하는, 참으로 오퐈다운 선곡이었다. 함께 공연을 본 지인(오랜만에 오라버니 공연을 보는)이 도대체 이건 누구의 노래일까 궁금해했었다고 공연이 끝난 후 소회를 털어놓기도ㅎㅎ 평소에 이승열 혹은 이승열의 음악에 관심이 많고 호감이 있었던 사람들이더라도 꾸준히 이승열의 공연장을 찾지 않았다면 당최 뭔지 알 수 없는 노래들이었으니, 어쩌면 그게 당연한 반응이리라.
Walk은 나도 이날 처음 들어본 곡이었는데, 우리말 가사로 노래를 불러주시기에 화들짝 놀랐다. 우리말이야!! 우리말 가사야!! 하면서 환호에 몸을 부르르르르. 물론 우리말이어도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는 난점이 있긴 하지만ㅠ 약간 심오한 느낌의 가사였다. 세월의 흐름과 인간의 나이먹음에 대한 노래인가, 아니면 나이가 먹어도 인간이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나 집착에 대한 노래인가, 아니면 나이는 인생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의미의 노래인가...뭐 그냥 다 추측일 뿐이다ㅎㅎ 초반부에서 약간 '탕' 같은 느낌도 받았는데. 다음 공연에서 꼭 다시 듣고 싶다.
윤철님과의 스페셜 무대는 아주 즐거웠다. 안그래도 좋은 Secret에 윤철님의 기타라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철님은 예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훈늉한 연주를 들려주셨고, 오라버니는 그런 윤철님의 연주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협연. 이토록 훈훈돋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니 2년전 '이승열 meets 서울전자음악단' 공연이 생각나기도 했다. 승열오라버니가 정말로 윤철님을 좋아하신다는 게 막 느껴져서 왠지 막 애틋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좀더 어렸다면 승열오라버니와 윤철님을 주제로 BL을 썼을지도 모르겠구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휙 스치고 지나가기도ㅋㅋㅋㅋㅋ
이승열 with 신윤철, 보기만 해도 멋지다! | 뒤의 신드러머 역시 훈훈하다는 표정ㅋㅋ |
So는 정말 좋았다. 정말이지, So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관객을 압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를 꽉 채우는 힘이 곡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흐른다. 곡 자체가 가진 중량감이 엄청나다. 맨 처음 LIG에서 들었을 때도 좋았지만 점점 공연을 거치면서 더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이승열과 이승열의 음악이 자랑스럽고, 이승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해 주는 노래다. 이런 노래를 만들어 주시고 불러 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 삶의 낙, 엉엉.
공연 막바지, 여유로운 표정.
.오라버니의 이 옆얼굴, 신드러머의 저 자세도 내 마음엔 든다ㅋ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혹시나 이 '이승열다운' 선곡으로 인해 이승열의 음악에 관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승열을 낯설고 멀게 느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나야 오라버니가 뭘 불러주시든지 그저 쌩유베리감사-의 자세를 가진 팬이므로 뽀로로 주제가를 부르시든 기다림을 부르시든 고백을 부르시든 아도나이를 부르시든 닥치고 그저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겠지만, 이날의 공연장에는 '어, 이승열, 나 이 사람 아는데. 어디 한번 들어나 볼까?' 하고 자신이 아는 노래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 실제로 내 옆의 관객도 그렇게 오라버니의 보컬을 찬양하더니만 나중엔 '노바디 좀 불러주지' '기다림 안해?' 하면서 오라버니의 '비교적 유명한 곡들'이 무대에 오르길 바랐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역시 그따위 걱정 다 할 필요 없다ㅋㅋㅋㅋㅋㅋㅋ 나만 해도 이날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 때 모르는 곡들이 없잖았으나 음악을 즐기는 데 별 문제 느끼지 못했잖아? 오라버니가 사람들이 알 만한 노래만 골라서 불러줬다면...아마 난 정말 안타까워했을 거다. 이건 이승열답지 않아!! 하면서 막 울었을지도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아 내가 아는 거 안불러주네' 하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참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무대를 채워나가는 오라버니의 진심을 이 무대에서 느낀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거라 믿는다.
암튼 결론은 늘 똑같다 : 언제나 어디서나 이승열 최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웠어요 오라버니. 서울숲에서 만나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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