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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

200117 천용성의 밤 - 중학생 & 분더바@ 재미공작소 올해 두 번째 공연은 재미공작소에서 열린 천용성씨 단독공연. 덕분에 목요일 저녁은 홍대에서 금요일 저녁은 문래동에서 보냈다. 오랜만에 금요일 저녁 2호선을 탔더니 압사의 위협이 느껴져서 아 그렇지 이것이 퇴근길의 2호선이지 하지만 신도림 지나면 괜찮을거야 하하하 하다가 신도림에 가기 전에 내려야 한다는 걸 깨닫고 큰 회의감이 들었음……하지만 어찌저찌 잘 도착해서 일등으로 들어갔다하하하. 작년에 천용성씨 공연하실 때마다 뭔가 타이밍이 안맞아서 계속 못갔었는데 제일 처음으로 가 본 공연이 단독공연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중학생이 듣고 싶어서 간 공연이라! 중학생을 불러주셨을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분더바도 좋았고 김일성이 죽던 해도 역시 좋았고 상처도 좋았다. 우선은 분더..
살다, 읽다, 쓰다 - 세계 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민음사, 2019) '책에 대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 감상에 대한 책'은 더더욱 그랬다. 남이 쓴 책 감상문을 읽을 시간에 그가 읽은 그 책을 그냥 읽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다. 뭐, 한 달에 책을 열 권 이상 읽던 때의 이야기다. 몇 살 이상이 되면서부터 앞으로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보다 짧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데도 건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해지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책을 읽다가 눈이 뻑뻑해져서 더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 없을 때, 허리가 아파서 집중이 흐트러질 때, 너무 피곤해서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을 때면 아, 앞으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더 될까,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라도 다 읽고 죽었..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2019) 아바에 돌아가면 오렌지 나무도 새로 심고, 오빠가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심고, 저는 익소라꽃을 심어서 나중에 꿀을 빨아 먹을 거예요." 나는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내가 팔을 뻗어 어머니 어깨에 두르자 어머니도 내게 몸을 기대며 미소 짓는다. 머리 위에 염색한 목화솜 같은 구름이 낮게 떠 있다. 너무 낮아서 손을 뻗으면 물기를 짜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곧 새로운 비가 내릴 것이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364-365쪽) 마지막 장을 읽고,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잠시 건너뛰었다. 표지를 덮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이제 된 걸까. 구름 아래 갈라져 있던 킴발리와 자자와 베아트리스의 삶이, 새로 내릴 비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을 수 있을까.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감옥에 보낸..
상냥한 사람 (윤성희, 창비, 2019) 윤성희소설가님의 소설을 좋아한다. 맨 처음에 읽었던 건 거기, 당신이었다. 십년도 더 전이다. 제일 앞에 실려 있는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부터 마음에 들었다. 봉자네 분식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소설이 잘 가, 또 보자였던 것도 좋았다. 다음 책이 나오면 또 찾아 읽게 되겠구나 싶었다. 그 후에 감기와 구경꾼들과 웃는 동안이 순서대로 나왔고, 베개를 베다와 첫 문장까지 나왔다. 모두 나오자마자 샀다. 늘 또 보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소설가님의 단편을 장편보다 좋아한다. 아무래도 장편을 읽다 보면 인물의 마음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은데, 윤성희소설가님의 작품에는 단편 하나에도 굉장히 많은 얘기들과 감정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페이지에서 쏟아져..
[박소란] 수몽 실천문학 2018년 가을호에 실린 박소란시인의 시. '살아줘 제발'이라는 시구 뒤의 쉼표가 너무 인상깊었다. 컵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마리 날벌레처럼 기진한 나라니…너무 깊이 공감되어서 마음에 많이 와닿은 시. 수몽 컵을 들여다보면 컵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마리 날벌레가 있고 물을 마시면 두 눈 꼭 감고 어서 그 물을 다 마시면 넋을 잃고 기진한 내가 있고 꿈이겠지 하면 얼음장 같은 손이 나타나 뺨을 꼬집는데 아파서 그게 너무 아파서 몸 가운데 날개가 돋는다 찢어진 날개가 살아줘, 컵을 들여다보면 흰 숨이 넘실대는 컵을 살아줘 제발, 부서져 온통 파닥이는 컵을
180527 ㅍㅍㅍ 페스티벌 - 강아솔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 멘트도 잘하고 노래도 좋았고 이날의 패션마저도 좋았던 강아솔. 일렉트릭뮤즈 떠나신 이후에도 잘되시길.
180527 ㅍㅍㅍ 페스티벌 - 오왠 & OOSU:HAN @고양아람누리 아도이 공연을 즐겁게 보고 피크닉 스테이지로 이동. OOSU:HAN은 나에게 낯선 팀이라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찾아봤었는데 오왠과 같은 회사였다. 음 역시 그럴 줄 알았어…데뷔한지 얼마 안 된 '신예 인디팝 듀오'라고 회사 블로그에서 홍보하고 있었음. '우수한'이라는 이름 듣고 아 이거 뭐지…했었는데 두분 중 노래부르시는 분 성함이 '수한'씨라고 함. (그렇다면 다른 한 분은 '우수'인가-_-? 했는데 전혀 다른 이름이어서 다른 한 분이 좀 서운하겠다; 싶었음.) 확실히 검색하기에는 힘든 이름인 것 같다. 포털에서 '우수한'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상품 후기가 주르륵 떠서 '뮤지션 우수한'을 첫페이지에서 찾기가 쉽지 않음. 마치 '기프트' 검색할 때 고통스러워지는 것처럼ㅋㅋㅋㅋ 그렇다고 OOSUHAN으로 검..
180527 ㅍㅍㅍ 페스티벌 - 세이수미Say Sue Me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 ㅍㅍㅍ 페스티벌 둘째날. 첫날 게으름피웠던 것과 달리 둘째날에는 오프닝인 세이수미Say Sue Me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고양아람누리로 향했다. 서두르느라 방석도 빠뜨리고 긴팔옷도 빠뜨려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 공연이 다 좋았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움ㅋ 그래도 이러다 좀 늦는 거 아닌가 했었는데, 운좋게도 세이수미가 막 무대에 올랐을 때 도착했다. 최수미씨가 잘 보일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관람 시작. 다른 멤버들의 연주도 좋았지만 사실 나는 최수미씨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니까 좀 그렇나;) 아니 관심이 꽤 많았어서 거의 수미씨 중심으로 공연을 봤닼ㅋㅋㅋㅋㅋ 그리고 세이수미의 공연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서프락'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전히 나는 비치보이스가 먼저 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