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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

노튼 3부작 (피터 게더스, 미디어 2.0, 2006) 그리고 노튼은 점프했다. 문짝 꼭대기에서 노튼의 몸은 흔들리고 들썩거렸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잡고 제대로 섰다. 지금 되돌아보면, 노튼이 점프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정말 중요한 게 아니다. 점프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노튼은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아주 행복해했다. 그래서 나는 노튼처럼 하려고 한다. 뛰어오르고 그 사실에 대해 행복해할 것.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노튼에게서 배웠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교훈이다. 고마워, 친구. -늦었지만,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어. 고마워. 인간보다 훨씬 완벽한 고양이, 부디 행복하렴 :) (사진출처 : www.nortonthecat.com) + 도서관에서 를 빌려 읽다가, 이건 빌려 읽을 책이 아니라 소장해야 할 책이 아닐까 하는 생..
핑퐁 (박민규, 창비, 2006) 못. 나는 못이다. 그렇게 불린다. 쿵 쿵. 치수가 내 머릴 때릴 때 멀리서 보면 꼭 못이 박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야, 못! 하면 이상하지만, 그외의 별명은 가져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좋거나 싫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지 않는다. 쿵 쿵. 하지만 정말 못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벽에 기댄 채 머리를 맞다보면, 절대로 그렇다, 기도한다. 다음엔 못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못이라면, 일생에 한번만 맞으면 그만일 테니까. 알파벳의 가장 긴 단어가 무엇이었더라? 나는 생각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단어가 있는데, 또 산소통을 지지 않고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 누구였더라, 게다가 인류가 도달한 심해의 최저 수심은 과연 몇미터인가, 라이트 형제는 몇번의 실패 끊에 시험비행에 송공..
060808 공일오비 전자악단 리사이틀!!!!!! +_+ 지난번 Final Fantasy 때보다 좀 덜 울었고, 좀 많이 웃었고, 아주 많이 정석원중심이었던 시간. 그나마 지난번엔 오랜만에 보는 이장우, 조성민, 김태우에 대한 반가움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공연 세시간 중에서 두시간 35분 정도는 오로지 정석원'만' 보고, 15분 정도 윤종신 보고, 5분 정도 장호일 보고, 나머지 5분동안 조성민, 김태우, 케이준, 신보경, 조유진을 본 듯 하다. 스스로도 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그래, 보는 거야 뭐 자리 때문에 더 그랬다고 하자. (내 자리는 오른쪽으로 아주 치우친 자리였고, 바로 앞쪽에 정석원의 악기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근데 이번엔 귀까지 석원중심이었다. 딴 소리들은 정말 한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귀로 나가 버리고, 키..
[김혜순] 희망 희망 지구가 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누가 그런 걸 믿겠어. 누가 그걸 봤어? 지구가 둥글다는 건 더욱더 새빨간 거짓말이야. 코리아의 바다는 마라도 끝에서 떨어지고 나의 바다는 네 발치 앞에서 끊어질 뿐이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바쁘게 돈다는 것도 물론 거짓말이야. 다만 우리는 매일 밤 잠들었다가 매일 아침 깨어날 뿐이지. 잠들지 않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잠들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곳에 깨어 있지. 우리가 외투를 벗고 잠들면 그곳 사람들이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여름을 펼치지. 왜 우리 뒤통수에 눈이 없는 줄 알아? 그건 그들의 낮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우린 전화를 걸 수는 있어. 우리의 밤에서 아르헨티나의 낮에게. 나의 겨울에서 나의 대칭점의 여름에게. 여보세요 ..
051224 루시드폴 콘서트 "목소리와 기타" at 대학로 질러홀. 루시드폴의 목소리, 그리고 기타 :) 지그시, 눈 감고... 게스트로 나온 김연우씌. 역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 멘트도 너무 재미있게 날렸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 김연우씌의 두번째 노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게스트 무대 후, 인기폭발이었던 완전깜찍 머리띠를 쓴 루시드폴. 귀여웠는데, 너무 쑥스러워하면서 금방 벗어서 아쉬웠다 ;) 가장 잘나온듯한 사진 ^^ 루시드폴 노래 때문에 결혼했다는 커플에게 선물을 받고 쑥스러워하는 루시드폴 ^^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본 후의 감상을 매우 간략히 덧붙이자면, 1. 마음이 훈훈따땃. 벙어리털장갑같은 콘서트. 2. 수줍은 미소, 두근두근하더라 ㅎㅎ 3. 루시드폴 곡은 루시드폴 목소리로 듣는 게 굿. 물론 딴 사람들이 부르는 게 안좋다는..
[리스트] 2005년, 올해의 책. 연말을 맞아, 여기저기에서 '올해의 책 베스트 몇'이 앞다투어 발표되고 있다. 이런 랭킹이 나올 때면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책은 몇 위에 있을까, 뭐 그런그런 생각으로 은근히 눈길이 많이 간다. 한편으로는 베스트셀러 목록이라는 의미 이상의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좋아하며 읽은 책이 높게 랭킹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또 사람 마음인지라.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아닌 한 유명한 작가의 책은 좀 꺼리고(나온지 한참 지나서 읽는다;) 유행타서 많이 팔리는 책도 꺼리는(역시 한참 지나서 읽거나 안읽는다;) 성격인데, 이에 더해 올해는 헌책방에서 책사기를 즐겨한 탓에 더더욱 신간을 많이 읽지 않았다 ^^; 하지만 올해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나열해 본다. 혹시나 이 ..
[영화] 외출, 2005 유경언니와 롯데시네마 라페스타관에서 조조로 외출을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허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를 줄였기 때문에 괜찮았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외출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허감독님이 외출 때문에 먼저 준비하고 있던 행복을 갑자기(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뒤로 미뤘다는 기사를 맨 처음 보았을 때가 기대감이 정점에 이르렀던 때였고, 그 이후 주인공이 배용준과 손예진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기대감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었다. 일부러 관련 기사도 찾아 읽지 않았었는데 역시나 관객평보다 평론가들 평이 좋아 '에, 뭐 그렇지;'하는 마음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니까 이번에 어떤 걸 찍었고 앞으로 어떤..
050925 W 단독공연 "Everybody Wants You" @롤링홀 코나의 그녀의 아침을 처음 들었던 것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첫느낌은 한마디로 '이햐!'. 울림이 있는 미성이면서도 힘이 있었던 보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참 상큼하고 예쁜 노래였다-는 느낌. 그 이후 나왔었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마녀 여행을 떠나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그대 눈빛은 비치고 입술은 시원하여라, 비단구두 등등...(더이상 생각이 안난다;)도 참 좋았지만, 역시 나의 페이보릿은 그녀의 아침. 어쨌든 코나는 다른 그룹과 달리 '코나스러운' 독특함-굉장히 달콤한!-이 있어 좋았던 팀이었다. 그리고 W는, 우선 플럭서스라 주목했었다. 사실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나중에 2집 나온 후의 인터뷰 보고야 코나의 그 배영준이 이 배영준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솔직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