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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베끼고

[박소란] 수몽

 

 

실천문학 2018년 가을호에 실린 박소란시인의 시. '살아줘 제발'이라는 시구 뒤의 쉼표가 너무 인상깊었다. 컵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마리 날벌레처럼 기진한 나라니…너무 깊이 공감되어서 마음에 많이 와닿은 시.

 



 

 

수몽

 

 

컵을 들여다보면

컵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마리 날벌레가 있고

 

물을 마시면

두 눈 꼭 감고 어서 그 물을 다 마시면

넋을 잃고 기진한 내가 있고

 

꿈이겠지 하면

얼음장 같은 손이 나타나 뺨을 꼬집는데

 

아파서 그게 너무 아파서

 

몸 가운데 날개가 돋는다 찢어진 날개가

 

살아줘,

컵을 들여다보면 흰 숨이 넘실대는 컵을

 

살아줘 제발,

부서져 온통 파닥이는 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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