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27 ㅍㅍㅍ 페스티벌 - 세이수미Say Sue Me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

2018. 6. 8. 16:18흔드는 바람/즐기고

ㅍㅍㅍ 페스티벌 둘째날. 첫날 게으름피웠던 것과 달리 둘째날에는 오프닝인 세이수미Say Sue Me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고양아람누리로 향했다. 서두르느라 방석도 빠뜨리고 긴팔옷도 빠뜨려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 공연이 다 좋았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움ㅋ 그래도 이러다 좀 늦는 거 아닌가 했었는데, 운좋게도 세이수미가 막 무대에 올랐을 때 도착했다. 최수미씨가 잘 보일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관람 시작.


ㅍㅍㅍ 페스티벌 둘째날 첫 번째 무대,세이수미 :)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최수미씨, 드럼치는 김창원씨,

베이시스트 하재영씨,

기타치는 김병규씨.

하재영씨의 스트랩에 노란리본 뱃지가 보였다.

강세민씨의 뒤를 잇는 김창원씨.


다른 멤버들의 연주도 좋았지만 사실 나는 최수미씨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니까 좀 그렇나;) 아니 관심이 꽤 많았어서 거의 수미씨 중심으로 공연을 봤닼ㅋㅋㅋㅋㅋ 그리고 세이수미의 공연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서프락'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전히 나는 비치보이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와 함께 '바다처럼 청량한 기타 소리'나 '바람 소리처럼 가벼운 보컬', '햇빛처럼 눈부시게 부서지는 사운드', '피부에 느껴지는 여름' 따위의 진부하고 뻔한 문구들도 동시에 떠올라 고통스러워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은 덥고 습하고 벌레가 많아 별로 좋지 않고, 맥주도 전혀 좋아하지 않고, '바다'는 거기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것을 쳐다보는 게 더 좋은 인간이다보니 '불타오르는 여름밤 바닷가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면 딱 좋은 노래' 따위의 문구에 1도 공감을 못느끼는지라 세이수미의 음악을 그런 문구들로 수식하는 기사들에 늘 약간의 거부감을 느껴왔었다.

실제로 본 세이수미는 뭐랄까,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느껴졌달까. But I Like You 같은 노래의 느낌이 딱 그랬는데, 툭툭 던지는 듯한 수미씨의 보컬이 경쾌한 연주와 묘하게 잘 어울려서 노래가 엄청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보컬에 실린 감정이 매우 고조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마구 호응을 강요하지 않아도,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세이수미가 만들어내는 초록빛 시공간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막 강요하지 않아도 I Just Wanna Dance 같은 기분이 들어버리는, 그런 공연.

좋은 밴드/ 뮤지션이란 훌륭한 기계 혹은 고도의 기술을 써서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들의 목소리와 연주로 자신들의 고유한 시공간을 만들어내어 그 시공간에 관객을 끌어올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멤버들의 연주 실력이나 보컬의 기교와 성량과 실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런 요소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합' 또는 저절로 느껴지는 '팀웍', 또 거기에서 나오는 '조화의 힘' 같은 게 분명 있다. 세이수미에게서는 그런 힘이 느껴졌고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즐거웠다. 

게다가 최수미씨는 사진으로만 봤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시고 귀여우시고 사랑스러우시고! 인터넷에서 자주 본 배바지를 입고 오시진 않았지만 롤오버도 매우 잘어울리셨다. 이날 ㅍㅍㅍ 페스티벌은 매력적인 여성뮤지션들 덕분에 무대가 엄청 반짝반짝 빛났었는데(세이수미-아도이-강아솔씨-마더바이브-전진희씨-새소년까지) 그 포문을 최수미씨가 멋지게 열어제끼셨다고 생각함.

노래와 노래 사이. 왜이렇게 이 사진만 안밝지…-_-????

이거슨 멘트하시는 모습.


그래서 이 아래는 전부다 수미씨의 사진들ㅋㅋㅋㅋㅋ <홍대스타>가 된다는 건 음악 외의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리스너의 관점에서도 환멸 나는 일이니 '해외에서 더 유명한 세이수미가 국내에서도 더 유명해졌으면' 따위의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요즘의 신문에서는 다 하고 있는 듯함). 그냥 지금처럼 해외 공연 즐겁게 하시고 국내에서는 페이 많이 불러주는 공연에서 세이수미의 매력을 마구마구 보여주시길. 더 크게 되셔서 직장인 밴드처럼 살아도 되지 않는 삶이 세이수미 멤버분들께 앞으로 쭉 계속되길. 올해 가기 전에 다른 무대에서 꼭 볼 수 있길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