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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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장유정 & 라미란), 2020
이다혜의 21세기 시네픽스에서 90번째로 추천해주신 작품이었던 정직한 후보를 보았다. (이다혜의 21세기 시네픽스 1-100편 목록은 지난번에 포스팅함: "여기")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찔끔찔끔 대충의 내용을 접했던 터라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의외로(?????) 나는 재미있었다ㅋㅋㅋㅋㅋ 영화를 다 본 후에 어 이 감독님 뭔가 이름이 낯익은데 하면서 찾아봤더니(필요한 배경지식 대신 쓸데없는 스포에만 노출됐던 사람=나) 김종욱찾기의 감독님이셨다. 아하! 사실 나는 그 전까지 공유배우와 임수정배우의 출연작을 거의 본 게 없다. 공유는 음 으음 으으음…슈슈슈퍼스타 가가감사용? (그나마 특별출연) 드라마도 뭐 어느멋진날 초반의 몇 회만? (뒷쪽에는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안봄. 그리고 원래 드라마 잘..
2020.10.02 -
[박세미] 현실의 앞뒤
자음과모음 2020년 여름호에 실린 박세미시인의 시. 박세미시인님의 시 참 좋다. 뭘 읽어도 좋다. 현실의 앞뒤 우리는 모두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걸음걸이를 가졌지 얼마나 각자가 위태로운지 나의 경우, 손을 최대한 부산스럽게 흔들어 발의 게으름을 위장하는 식이란다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발에게 들려주는 애원 지금 나는 앞뒤를 생각하고 있어 오늘 아침 긴 다리를 가진 새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옆에 섰어 새는 어느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숲의 끝을 응시하기만 했지 그 눈빛에는 위태로움이 없어 나는 그만 발을 멈추고 말았어 흔들던 손도 내려놓았지 꽤 오랫동안 우리는 한곳을 바라보았어 나는 생각했지 사실 이 숲에 늪은 없었던 거야 하고 그 순간 새가 날개를 푸드덕거렸고 곧 날개를 완전히 펼치고 내 위로 솟..
2020.10.01 -
[신미나]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창작과비평 2019년 겨울호에서 읽은 시. 이제 곧 저 시가 나온 때로부터 1년이 다 되어 간다. '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이렇게 다정한 시는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종로에 가본 지가 언제더라…아니지 서울에 가 본 지가 언제더라…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보았다. 따뜻한 이불과 포근한 베개가 필요한 때가 곧 오겠지. 그때까지 부디, 세상이 무사하기를. 내 소중한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원문은 '여기'에서.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손을 꼭 잡고 베개를 사러 가자 원앙이나 峸 자를 색실로 수놓은 것을 살 수 있겟지 이것은 흐뭇한 꿈의 모양, 어쩐지 슬프고 다정한 미래 양쪽 옆구리에 베개를 끼고 걸으면, 나는 열두폭의 치마를 환하게 펼쳐서 밤을 줍는 꿈을 ..
2020.09.22 -
고독한미식가 시즌8 첫 에피, 요코하마 중화거리의 광둥요리: 오리튀김+솥밥+새우완탕면+통닭!
어제 채널J에서 우연히 시즌8 네 번째 에피소드 재방을 보다가 오랜만에 시즌8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나는 고독한미식가를 시즌5때 처음 보게 되어 5시즌 보고 6시즌 보고 7시즌 보고 그다음에 시즌1, 2, 3, 4를 보며시즌8 시작을 기다렸었다. 시즌8이 도라마코리아에 올라오던 날 직장에서 저녁 시간에 저녁은 대충 때우고 고기 만두먹는 고로상을 보며 그날의 유일한 행복을 느꼈었지ㅠㅠ 첫 번째 에피소드 보다가 고로상의 행복한 표정을 이렇게 보기만 하는 걸로 끝낼 수는 없다 싶어 블로그에 올려봄. (항상 감사합니다 도라마코리아ㅠㅠㅠㅠㅠ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ㅠㅠㅠㅠㅠ) 고로상을 만나기 전(!!!!!)의 나는 먹는다는 것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만-'즐겁게 먹..
2020.09.13 -
[안희연] 표적
'그러려고 태어난 영혼은 없다'는 부분에서 아득해졌다. 너무 맞다. '그럴 만 해서 그렇게 된' 존재는 없다. '그렇게 된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존재 역시 없다. 그런 것은 없다. 표적 -안희연 (2019년, 문학과사회) 얼음은 녹기 위해 태어났다는 문장을 무심히 뱉었다 녹기 위해 태어났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녹고 있는 얼음 앞에서 또박또박 섬뜩함을 말했다는 것 굳기 위해 태어난 밀랍 초와 구겨지기 위해 태어난 은박지에 대해서도 그러려고 태어난 영혼은 없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밟혀 죽은 흰쥐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흰쥐, 한 마리 흰쥐의 가여움 흰쥐, 열 마리 흰쥐의 징그러움 흰쥐, 수백 마리 흰쥐의 당연함 질문도 없이 마땅해진다 흰쥐가 산처럼 쌓여 있는 방에서 밥도 먹고 잠도 ..
2020.06.15 -
[전자책] 크레마 카르타G 한달 사용기 및 독서 후기 :p
현재까지 2020년 가장 예상치 못한 소비 1위인 크레마 카르타G. 이제 막 한 달이 넘었으니 사용기 및 독서 후기를 좀 올려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전자책 산 이후에 별 일 없어도 초기화를 한번 하는 게 좋다는데, 나는 양품테스트를 끝낸 후 초기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외장메모리를 구입하면서 기념(-_-?)으로 초기화. 처음부터 설정을 다시 해야 해서 당연히 귀찮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처음 상태에서 마구잡이(-_-??)로 사용했던 흔적을 싹 지워버린 것 같아 왠지 속시원한 기분? 32기가짜리 마이크로SD로 샀다. 더 큰 용량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귀찮아서 32G로. 특별히 좋은 걸 살 필요도 없는 것 같아 제일 저렴한 걸로 사버렸다. 티몬에서 1+1에 9,900원...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