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명복을빕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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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3, 이즈음에.
지난 한 주일 동안, 참으로 멍한 기분 속에서 살았습니다. 영면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몇 번이나 고개숙였건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한 시대가 저무는 경계 위에 서서 남아있는 그들과 떠나간 이들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갔어야 할 그들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비참함과 허망함을 느낍니다. 정말 인생은 살수록 아름답나요,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나요, 라고 묻고 싶은데 질문에 답해주셔야 할 분은 더이상 계시지 않는다 하니 그 질문을 속으로 씹어 삼키며, 살아가야겠지요, 계속 살아야겠지요.
2009.08.24 -
090712 故 노무현대통령 추모공연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일산 미관광장
故 노무현대통령 추모콘서트 가 있던 날. 하늘은 잔뜩 흐리고 간간이 이슬비도 떨어졌지만, 미관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노란 풍선들......
2009.07.14 -
090525, 이즈음에.
일요일, 일산 미관광장 분향소에 다녀왔다. 또 대한문에 다녀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사'에 대비해 살수차까지 준비해놓으신 경찰님들의 꼼꼼한 태세를 좀 보고 싶었달까 - 집에서 도보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밍기적대다가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미관광장을 찾았다. 전경도, 방패도, 닭장차도 없는 광장의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아이들, 저녁을 먹고 산책하던 가족들, 손을 잡고 온 연인들, 휴일을 즐기던 친구들, 운동복 차림으로 호수공원에 다녀오던 사람들, 저녁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사람들...조용히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분향을 마친 후에는 추모의 의미를 ..
2009.05.25 -
2009년 5월 23일, 긴 하루.
열 시, 엄마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앵커가 전하는 뉴스를 5분쯤 지켜보았다. 멍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와 읽다만 을 펼쳤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 머리 위로 내 청춘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뒷장의 표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첫 장을 읽던 때의 세상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 장이 끝났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 시간인가 더 잤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대한문으로 갔다. 시청역 입구부터 전경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앞세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밀어댈 뿐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의 목..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