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얼음의 문장
아내야, 거기선 지구를 몇 바퀴 돌아온 먼지 한 점도 여행자의 어깨에 내려 반짝일 줄 안단다.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은 몇 넌 년 전 우리 몸속에 있던 울음소리를 닮았지. 네가 아플 때 나는 네팔 어디 설산에 산다는 독수리들을 생각했다. 한평생 얼음과 바위틈을 헤집고 다니던 부리가 마모되면서 더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굶어 죽어가는 독수리들. 그러나, 힘없이 굶어 죽어가는 독수리 떼 사이에서 어느 누군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설산의 바위를 찾아 날아오르지. 은빛으로 빛나는 바위벽을 향해 날아가 자신의 부리를 부딪쳐 산산이 으깨어버리기 위함이라는데, 자신의 몸을 바위벽을 향해 내던질 때의 고통을 누가 알겠니. 빙벽 앞에서 질끈 눈을 감는 독수리의 두려운 날갯짓과 거친 심장박동 소리를 또 누가 알겠니..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