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4)
-
200921, 이즈음에.
최근 며칠 동안 하늘이 진짜 예뻤다. 지난주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 색깔이 너무 쨍해 실내에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지난주에는 진짜 오랜만에 근처 산책도 나갔다. 한 2주 동안 그만두고-나갈 때마다 신경질이 나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정말 성격 더러운 인간임(나)-집이랑 직장에만 콕 박혀 있었는데 나갔다 와야 할 일도 생기고 해서 겸사겸사. 돌아오는 길에 문득 뒤돌아보니 작년 이후로 옆동네에 조성된 단지가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밤에도 깜깜한 동네였는데 완전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바뀌었네…싶어 괜히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도대체 내가 왜?). 그냥 돌아오기 뭐해서 역시 한장 찰칵. 위의 사진을 찍기 전에 이 아래 사진들을 먼저 찍었다. 원마운트를 빙 둘러 돌아오다가..
2020.09.21 -
살다, 읽다, 쓰다 - 세계 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민음사, 2019)
'책에 대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 감상에 대한 책'은 더더욱 그랬다. 남이 쓴 책 감상문을 읽을 시간에 그가 읽은 그 책을 그냥 읽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다. 뭐, 한 달에 책을 열 권 이상 읽던 때의 이야기다. 몇 살 이상이 되면서부터 앞으로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보다 짧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데도 건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해지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책을 읽다가 눈이 뻑뻑해져서 더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 없을 때, 허리가 아파서 집중이 흐트러질 때, 너무 피곤해서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을 때면 아, 앞으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더 될까,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라도 다 읽고 죽었..
2019.10.09 -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2019)
아바에 돌아가면 오렌지 나무도 새로 심고, 오빠가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심고, 저는 익소라꽃을 심어서 나중에 꿀을 빨아 먹을 거예요." 나는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내가 팔을 뻗어 어머니 어깨에 두르자 어머니도 내게 몸을 기대며 미소 짓는다. 머리 위에 염색한 목화솜 같은 구름이 낮게 떠 있다. 너무 낮아서 손을 뻗으면 물기를 짜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곧 새로운 비가 내릴 것이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364-365쪽) 마지막 장을 읽고,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잠시 건너뛰었다. 표지를 덮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이제 된 걸까. 구름 아래 갈라져 있던 킴발리와 자자와 베아트리스의 삶이, 새로 내릴 비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을 수 있을까.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감옥에 보낸..
2019.08.09 -
[아일린 페이버릿] 여주인공들 (2009, 민음사)
여주인공들 아일린 페이버릿 지음, 송은주 옮김/민음사 아일린 페이버릿의 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 특히 이른바 '세계 문학 작품'이라 불리는 소설들을 읽느라 어린 시절의 밤을 바쳤던 여성 독자들에게 꽤 흥미로울 법한 책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굴곡 많은 삶에 마음아파하거나 분통터져했던 소녀들, 제목만 떠올려도 향수가 절로 일어나는 폭풍의 언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담 보바리, 주홍글씨...등등을 읽으며 캐서린 워쇼와 캐서린 오하라, 보바리 부인과 헤스터를 그려보던 소녀들이라면 '그녀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보았으리라. 나 역시 왜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돌아간 걸까, 조는 진심으로 로리랑 에이미 사이를 축복했을까, 존시는 자신을 살려준 마지막 잎새가 그림이었다는 걸 깨닫고도 건강하..
201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