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2)
-
[손택수]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제목을 보자마자 코모레비가 떠올랐다. 히라야마상이 생각났다가 그냥 내 얘기 같았다. 이 겨울이 지나도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의 빛을 계속 바라보고 있겠지 나는...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걸며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라도 있어그 그늘이 어떻게 흔들리는가를 보겠네마흔 몇 해 동안 나무 그늘 흔들리는 데 마음 준 적이 없다는 건누군가의 눈망울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얘기처럼 쓸쓸한 이야기어떤 사람은 얼굴도 이름도 다 지워졌는데 그 눈빛만은 기억나지눈빛 하나로 한생을 함께하다 가지나뭇잎 ..
2025.02.02 -
[손택수] 얼음의 문장
아내야, 거기선 지구를 몇 바퀴 돌아온 먼지 한 점도 여행자의 어깨에 내려 반짝일 줄 안단다.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은 몇 넌 년 전 우리 몸속에 있던 울음소리를 닮았지. 네가 아플 때 나는 네팔 어디 설산에 산다는 독수리들을 생각했다. 한평생 얼음과 바위틈을 헤집고 다니던 부리가 마모되면서 더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굶어 죽어가는 독수리들. 그러나, 힘없이 굶어 죽어가는 독수리 떼 사이에서 어느 누군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설산의 바위를 찾아 날아오르지. 은빛으로 빛나는 바위벽을 향해 날아가 자신의 부리를 부딪쳐 산산이 으깨어버리기 위함이라는데, 자신의 몸을 바위벽을 향해 내던질 때의 고통을 누가 알겠니. 빙벽 앞에서 질끈 눈을 감는 독수리의 두려운 날갯짓과 거친 심장박동 소리를 또 누가 알겠니..
2011.08.01